기후위기로 지구의 역사가 바뀐다면?

  • 박연정 기자
  • 2023.07.23 00:05
(사진 unsplash)/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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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 박연정 기자] 기후위기에 따른 기상이변이 속출함에 따라 학계에선 '인류세' 도입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류세(Anthropocene,人類世)는 인류를 뜻하는 접두사 'Anthropo-'에 지질시대의 한 단위인 세(世)를 뜻하는 '-cene'을 결합해 만든 용어다. 인류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지질시대를 말한다. 다시 말해 '인류에 의한 지질시대'라는 의미다. 기후위기로 세계 곳곳에서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가 속출하자 학계에선 인류세 도입 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인류세를 도입할 만큼 지구가 많이 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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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먼저 기후가 변했다. 전문가들은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을 '인류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로 꼽았다. 인간이 끊임없이 지구를 파괴함으로써 안정적인 환경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됐고, 그로 인해 엘니뇨, 라니냐와 같은 해수 이상기온,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가 닥쳤다.

생물권도 변했다. 역사학자 줄리아 애드니 토머스는 현재 상황을 두고 "지구가 이렇게 붐빈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1900년에 세계 인구는 15억 명, 1960년대에는 30억 명, UN 발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했다.

또 야생동물이 대부분이었던 원시지구와 달리 현재는 인간과 가축이 전체 동물량의 97%를 차지한다. 줄리아 애드니 토머스는 이에 대해 "야생동물이 전체 동물량의 3%밖에 안 되는 것"이라며 "이는 아주 놀라운 수치"라고 덧붙였다.

그 외 기후위기로 지구 화학성분 등도 변했다. 

 

인류세의 역사

인류세라는 용어는 1980년대 미국 생물학자인 유진 스토머(Eugene F. Stoermer)가 처음 사용했으나, 인류세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건 2000년 멕시코에서 열린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 이후다. 오존층 파괴 원인을 규명해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파울 크루첸이 국제회의에서 "우리는 이제 홀로세(Holocene)가 아닌 인류세에 살고 있다"고 말하며 인류세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제지질과학연맹은 2010년 즈음 인류세 기준을 논의하는 '인류세실무그룹(AWG)'을 꾸리고 인류세 연구에 착수했다. 2014년엔 한 해에만 200편이 넘는 인류세 관련 논문이 나왔으며, 2019년엔 인류세 시작 시점을 1950년대로 정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핵실험이나 원전에서 발생하는 플루토늄 등 자연에 없었던 인공물질이 1950년대를 기점으로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그 후 AWG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위치한 '크로퍼드호수(Crawford lake)'를 인류세 대표 장소로 지난 7월 11일(현지시간) 선정했다.

AWG 사무국장 사이먼 터너는 크로퍼드호수가 뽑힌 이유에 대해 "크로퍼드호수 바닥에 쌓인 퇴적물은 나이테처럼 층층이 쌓여 있어 지난 1000년 동안의 환경 변화를 잘 보여준다"며, "핵실험으로 생성된 플루토늄 동위원소와 같은 내용도 매우 잘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크로퍼드호수. (사진 Conservation Halton, Brock University)/뉴스펭귄
크로퍼드호수. (사진 Conservation Halton, Brock University)/뉴스펭귄

크로퍼드호수는 수심이 깊고 면적은 작지만 동식물 간섭이 거의 없어 호수 바닥 퇴적층이 깔끔하게 보존돼 있다. 실제로 이 호수에는 원주민의 농업활동으로 호수에 부영양화가 발생했던 것, 유럽인들이 대규모로 벌목 후 제재소를 운영한 것, 핵폭발로 인한 플루토늄과 방사선 탄소가 발생한 것 등 인류의 역사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류세에 관한 부정적 의견도 내비쳤다. 인류세를 도입할 만큼 인류의 역사가 길지 않으며, 인류세가 충분한 과학적 성찰 없이 단순히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인류로 인해 지구가 확연히 변화된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편, 인류세에 관한 최종 결론은 2024년 8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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