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개성파 마을버스 '지프니' 둘러싼 갈등

  • 장윤옥 펭윙스
  • 2023.06.28 14:31
지프니. (사진 장윤옥 펭윙스)/뉴스펭귄
지프니. (사진 장윤옥 펭윙스)/뉴스펭귄

[뉴스펭귄=필리핀 장윤옥 펭윙스] 필리핀 정부가 노후화된 '지프니(Jeepney)' 폐지 계획을 추진하면서 일부 시민들과 대립을 겪고 있다.

운전자들이 개성 있게 꾸민 지프니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이자 문화의 상징으로 꼽힌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군이 버리고 간 군용 지프를 수리 및 개조해 만들어졌다.

차량 내부에 승객 15~25명이 탑승할 수 있는 벤치를 설치하고 그 위로 지붕을 덮고 온갖 화려한 색상을 입혀 재탄생한 '필리핀식 마을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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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은 1회 평균 12페소(약 300원) 정도로 저렴해 요금이 비싼 지하철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면서 서민들의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프니는 매연 등 환경 오염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 필리핀 대기오염 원인 중 약 30% 이상이 지프니, 일반 차량 등에서 배출되는 매연이다. 일부 지프니는 거의 50년 동안 사용된 노후 차량이다.

이에 2017년 필리핀 정부는 노후화된 지프니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더 크고 안전하며 매연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버스 등으로 교체하겠다는 내용의 '공공 유틸리티 차량 현대화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정부는 배출가스, 안전 기능 및 접근성 기준에 따른 '현대화 지프니'로 대기오염을 줄이고, 기존 지프니에는 없는 냉난방 장치, GPS 추적, 자동 요금 부과와 같은 최신 기능을 장착해 대중교통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기준에 따라 새 차량으로 교체할 경우 지프니 운전자들에게는 8만 페소(약 189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된다.

문제는 정부 보조금이 실제 교체 비용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필리핀랜드뱅크(Land Bank of the Philippines)는 지프니 교체 비용이 140만~160만 페소(약 3311만~3784만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필리핀 대중교통 노조 등은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대중교통 현대화와 지프니의 단계적 폐지에 반대하며 지난 3월 6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대부분의 학교, 직장이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로 전환되는 등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속적인 시위로 인해 정부는 이달 30일까지였던 기존 차량 운행 기한을 오는 12월 31일로 연기하며 현대화 프로그램 계획의 수정을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전국의 지프니 운영 단체들은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또 다른 파업을 준비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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