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말고 '반려해변' 입양 어떠세요?

  • 이후림 기자
  • 2023.06.27 08:43
양양 서피비치에서 주운 북한쓰레기. (사진 본사DB)/뉴스펭귄
양양 서피비치에서 주운 북한쓰레기. (사진 본사DB)/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지구 표면의 70%는 바다로 덮여 있고 이중 3분의 2는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다. 해변에 쓸려오는 쓰레기들을 보고 있으면 바다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일본, 중국, 심지어는 북한에 이르기까지 해변에는 각국에서 버려진 온갖 쓰레기가 밀려온다. 버려진 시기나 종류도 다양하다. 수십 년 전 버려진 아이스크림 포장지, 통조림, 라면 봉지, 매트리스, 냉장고까지 시공간을 초월한 폐기물도 종종 등장한다. 

바다가 흡수하는 폐기물은 비단 물건과 도구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일본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검증결과 문제가 없으면 올여름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약 130만 톤을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한쪽에선 방류가 위험하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괜한 괴담 선동이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분명한 건 바다는 인간이 만들어낸 온갖 부산물을 받아낸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에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건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해양폐기물로 매년 바닷새 100만 마리, 해양포유동물 10만 마리가 목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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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 조사에 따르면 연간 한국에 유입되는 해양쓰레기 양은 약 14만 톤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시민단체와 기업·기관들은 바다로 흘러가는 폐기물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다양한 해양정화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과 단체 사이에선 해변을 입양하는 '반려해변' 제도가 인기다.

반려해변 제도는 1986년 미국 텍사스에서 시작된 해변 입양프로그램을 해양수산부가 국내에 적합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환경사업이다. 해변을 반려동물처럼 입양해 깨끗하게 관리하고 가꾸자는 취지로 2020년 마련됐다.

 

CJ제일제당
인천 마시안해변 / 부산 다대포해수욕장

(사진 CJ제일제당)/뉴스펭귄
(사진 CJ제일제당)/뉴스펭귄

CJ제일제당은 지난 9일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다대포해수욕장을 입양했다. 2021년 인천 마시안해변을 첫 반려해변으로 입양한 이후 2번째다. 여름철 대표 휴양지로 꼽히는 만큼 휴가철 전후로 정화활동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는 이유에서 다대포해수욕장 입양을 결정했다.

최근 CJ제일제당 임직원 50여 명은 다대포해수욕장과 마시안해변 및 인근 해안도로에서 폐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쓰레기 종류를 구분해 분리배출하고 실시간으로 폐기물 양을 기록했다. 수거한 쓰레기는 해양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될 계획이다.

회사는 연간 3회 이상 반려해변 정화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국제연안정화의 날(9월17일)'에 맞춰 환경보호 캠페인에 동참한다. 회사는 이외에도 지속가능경영 일환으로 식물성 대체 단백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생분해 소재를 적용한 화장품 용기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주 표선해변 / 제주 닭머르해안

(사진 하이트진로)/뉴스펭귄
(사진 하이트진로)/뉴스펭귄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두 번째 반려해변으로 제주 조천읍 '닭머르해안'을 입양하고 이달 22일 첫 환경정화활동을 실시했다. 이날 임직원은 플로깅(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운영단체 '공유한국' 회원들과 함께 쓰레기 약 200㎏을 수거했다.

닭머르해안에는 다양한 어종이 살고 근처에는 남생이못이 위치해 있다. 최근 관광객 급증으로 정화활동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반려해변으로 입양하게 됐다는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는 관광객이 몰리는 8월에 정화활동을 추가로 진행하고, 참이슬 보조상표를 활용해 '깨끗한 바다만들기'를 홍보하는 등 해양 환경보호 인식 확대 캠페인도 전개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2020년 제주 표선해변을 시작으로 4년째 반려해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분기별 정화활동을 비롯해 회사 영업차량과 우체국 물류트럭에 '고마워 바다야', '사랑해 바다야' 공익광고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쳐왔다.

하이트진로 김인규 대표는 "다양한 활동과 캠페인으로 깨끗한 바다 만들기에 앞장설 것"이라며 "앞으로도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으로 환경 보존에 적극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반려해변 입양하려면

반려해변 가꾸기 활동 중인 보길초등학교 학생들. (사진 보길초등학교)/뉴스펭귄
반려해변 가꾸기 활동 중인 보길초등학교 학생들. (사진 보길초등학교)/뉴스펭귄

기업뿐 아니라 단체, 학교 등도 반려해변 프로그램에 쉽게 참여할 수 있다. 해수부가 운영하는 '바다 가꾸기' 사이트에서 신청자가 입양하고 싶은 반려해변을 정하고 신청사유, 대략적인 정화활동 및 캠페인 계획을 작성해 등록하면 관리자가 접수내용을 검토한 후 지자체 등과 협의 후 입양 승인여부를 알린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2년간 연 3회 이상 정화활동을 수행하고 해양환경보호 등에 관한 콘텐츠를 연 1회 이상 기획·운영해야 한다. 참가자가 수거한 해양쓰레기는 종류와 수량을 기록해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한다. 활발할 활동을 펼친 참가자에게는 포상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9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한 '제1회 반려해변 전국대회'에서는 10개 기관 및 단체 가운데 전라남도 완도군에 위치한 보길초등학교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시 해양환경공단은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선정해 해양수산부장관 표창과 상금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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