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수첩] 수중청소를 꿈꾸는 첫 다이빙

  • 조은비 기자
  • 2023.06.08 18:40

[뉴스펭귄 조은비 기자] 지구를 아주 크게 나눠보면 '땅, 바다, 하늘'이 있다.

육지 생활의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두 다리가 있으니 매일 경험을 하고 있는데, 지구에 살아가는 지구인으로서 바닷속 세상은 어떻고 하늘을 나는 것은 또 어떤 경험인가 싶은 궁금증이 있다.

그러다가 기회가 왔다. 친구가 바다에 잠수해 쓰레기를 줍는 프리다이빙 수중청소를 계획하고 있던 것이다. 함께하자고 제안하기에 큰 고민 없이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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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어둡고 추운 바닷속에서 수중청소를 하는 시민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고, 직접 바닷속 세상을 경험해 보기를 원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프리다이빙으로 수중청소'. 친구와 나의 목표는 원대했지만 이를 실현할 능력을 쌓기 위해 시작한 프리다이빙 첫 수업은 우당탕탕 그 자체였다.

강사님의 훌륭한 이론 수업을 열심히 듣고 수영장에 들어갔지만 물속에서의 무호흡은 육지 생활에 익숙해진 나에게 어렵기 그지없었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알록달록한 해초와 산호가 숲을 이루고,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헤엄치는 왁자지껄한 풍경을 보려던 마음이 흠칫 놀라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육지 인간에게는 물속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처음이라 어려워서 그렇겠지. 마음을 가다듬으며 차분하려고 노력했지만 실수 연발이었다. 이론 수업에서 알려준 '하면 안 되는 일' 10가지가 있으면 9가지 정도를 몸소 해낸 것 같았다. 이마저 후한 평가일 수 있다. 인지를 못했을 뿐 알려주지 않은 '하면 안 되는 일'도 해냈을 가능성이 높다.

일단 물에서 숨을 참고 다녀야 하는 행위 자체가 주는 불안감이 있었다. 나는 숨을 쉬는 동물인데, 바닷속에서는 고요한 물체가 된 것처럼 숨을 참고, 천천히 침착하게 다녀야했다.

강사님이 말한 '정적인 스포츠'라는 표현이 조금은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목표물을 향해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덕다이빙에 실패한 직후. (사진 물개프리다이브)/뉴스펭귄
목표물을 향해 빠르게 다가갈 수 있는 덕다이빙에 실패한 직후. (사진 물개프리다이브)/뉴스펭귄

아직 미숙해서 올해 안에 수중청소가 가능할지 막막하지만 육지와 다른 세상에 조심스럽게 발을 들이고 있기에 오는 설렘도 분명히 있다.

물속의 규칙을 지키면서 차근차근 안전하게 한발씩 가까워지다 보면 언젠가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품고 있다.

하지만 여느 계획이 그렇듯 걱정없이 잘 풀리는 일은 거의 없다. 지금의 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상황을 마음 졸이며 지켜보고 있다.

착찹한 마음은 미래의 바다 환경까지 걱정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어떤 누군가도 프리다이빙을 배우며 바닷속을 경험해보길 희망하는 일이 있을까. 그때는 바다가 어떤 환경에 처해있을까. 지나친 남획으로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을 입거나 넘치는 폐어구로 오염이 심각해지지는 않았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미래에는 지금의 걱정이 무색해지기를 원한다.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 생명이 넘치는 바다로 회복되기를,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프리다이빙을 경험하며 마음껏 꿈꿀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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