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시찰(視察) 아닌 검증(檢證)을

  • 오승일 편집국장
  • 2023.05.16 10:26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오승일 편집국장] 시찰(視察)의 사전적 의미는 '두루 돌아다니며 실지(實地)의 사정을 살피는 것'이고, 검증(檢證)은 말 그대로 '검사해서 증명을 하는 것'입니다.

오는 5월 23일로 예정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한국 시찰단 방문을 앞두고 양국의 실무 협의가 한창인 가운데 정치권은 물론 각계각층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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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한국 시찰단이 오염수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시찰단 방문을 통해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한국의 이해가 깊어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는 오염수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를 잘하고 있으니 시찰단이 직접 와서 확인을 해주길 바란다는 의미로 읽혀집니다. 

시찰단의 성격과 역할 규정을 놓고 양국 정부의 입장이 전혀 다르고 시찰단 일정도 3박 4일로 매우 짧아,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이 철저하게 검증되길 바라는 우리 국민들의 바람이 그저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원전 정책 전문가가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방문에 대해 “일본 오염수 방류의 들러리며, 검증과는 무관한 견학 행사"라고 문제를 제기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학 경제학부 교수는 5월 15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시찰단이다. 왜 비싼 세금을 들이면서 들러리 서기 위해 가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오염수 방류는 일본 어민들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시찰과 관련해 "국민 안전을 두고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응은 안 된다"며 시찰단 파견 철회를 촉구했으며, 전북도의회는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및 오염수 조사·분석·검증 권한 없는 시찰단 파견 철회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습니다. 

전문가와 정치권의 이같은 우려를 정부와 여당은 ‘정치 선동’으로 규정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한일 관계 개선이란 정치적 차원을 넘어 정부와 여당이 강조한 ‘과학적인 사실’과 '국민의 안전'에 기반해 접근해야만 합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리는 실정이며, 안전 여부와 별개로 오염수 해양 방류가 이뤄지면 양국의 수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합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의 어민들도 아직 납득시키지 못한 상태입니다. 

일본 정부는 올여름으로 예정된 오염수 방류를 무조건 밀어붙이기 보다 주변 이해당사국들에게 오염수 관련 정보를 더욱 상세하게 공개하고 양해를 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합니다.

덧붙여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국 시찰단이 일본의 일방적 오염수 방류 강행에 명분을 제공하는 들러리가 돼선 안 됩니다. 일본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검증단을 구성해 오염수 방류의 타당성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검증(檢證)이 보장되지 않는 일본 방문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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