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렇게 하면 '2035 RE50' 가능하다

  • 임병선 기자
  • 2023.05.01 00:00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한국이 2035년까지 전력 사용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 50%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사단법인 넥스트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공동으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 관련 보고서 ‘2035년 청정에너지 한국 : 무탄소 전력발전 80%로 전환’을 펴냈다. 원제는 'A Clean Energy Korea by 2035 : Transitioning to 80% Carbon-Free Electricity Generation'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함께 써 2035년에는 발전할 때 화석연료 비중을 20%까지 줄일 수 있는 가상 시나리오를 담고 있다. 일명 ‘청정에너지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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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앞서 정부는 전체 에너지 생산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6년까지 24.7%로 늘리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법으로 정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4.7%가 현실적인 수치이며 더 늘리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 11일 확정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산업 부문 감축 목표를 줄인 대신 이 수치를 약간 늘렸지만, 이는 다음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길 예정이다. 

하지만 연구진의 핵심 메시지는 한국이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를 50%까지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전력 생산 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을 ‘청정에너지’로 본다면 ‘무탄소 전원’이 80%까지 가능하다는 제안이다.

왼쪽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오른쪽 연구진의 청정에너지 시나리오의 발전원별 전력 생산량을 비교한 그래프 (사진 사단법인 넥스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A Clean Energy Korea by 2035')/뉴스펭귄
왼쪽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오른쪽 연구진의 청정에너지 시나리오의 발전원별 전력 생산량을 비교한 그래프. (사진 사단법인 넥스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A Clean Energy Korea by 2035')/뉴스펭귄

연구진이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힌 이유는 화석연료 의존을 낮춰야 에너지 안보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기존 계획에 비해서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도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제기하는 의문은 이만큼 많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공간이 있는가다. 연구진은 국내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이는 연구진이 이번 연구를 통해 경사도와 자연도 등에 따른 국내 육상 풍력발전기와 태양광 발전기 설치 가능 면적, 수심에 따른 바다 위 해상풍력발전 설치 가능 면적 등을 계산한 결과다.

난관도 있다. 첫 번째는 전력망이다. 국내 전력 수요는 서울과 경기에 집중되는 반면, 재생에너지 설치가 가능한 지역은 제주, 전남, 경북 등 멀리 떨어져 있다. 이렇게 되면 송전선로를 아주 길게 연결해야 하고 고압으로 전기를 적게 손실시키면서 보내야 해 여러 변전 단계를 거친다.

도별 전력 생산량 잠재력과 수요량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 사단법인 넥스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A Clean Energy Korea by 2035')/뉴스펭귄
도별 전력 생산량 잠재력과 수요량을 나타낸 그래프. (사진 사단법인 넥스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A Clean Energy Korea by 2035')/뉴스펭귄

지역 불균형 문제는 국내 전력생산의 구조적 문제라 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상태다. 다만 연구진은 지금처럼 구조를 유지한 상태를 가정하고 제주나 전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바로 보낼 전력망을 건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봤다.

시나리오에 필요한 전력망 구성을 표기한 자료. 노란 점선이 제주, 전남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이다. (사진 사단법인 넥스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A Clean Energy Korea by 2035')/뉴스펭귄
시나리오에 필요한 전력망 구성을 표기한 자료. 노란 점선이 제주, 전남과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이다. (사진 사단법인 넥스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A Clean Energy Korea by 2035')/뉴스펭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두 번째 난관이다. 태양광 발전은 해가 떴을 때만 전기가 생산되고,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기가 생산된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에 전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에너지 저장장치(ESS)로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ESS는 쉽게 말해 거대한 보조배터리를 설치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해뒀다 쓰는 장치다. 

연구진이 제시한 월별 시간에 따른 전력 사용량과 생산량 추이를 보면, 낮에 전력이 많이 생산될 때 배터리에 저장할 수 있다. 이때 전력 수요는 낮에 집중되는 반면, 원전은 하루 내내 같은 양을 생산한다. 원전은 껐다 켜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진 사단법인 넥스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A Clean Energy Korea by 2035')/뉴스펭귄
(사진 사단법인 넥스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A Clean Energy Korea by 2035')/뉴스펭귄

연구진은 결론을 내며 “현재 세워진 목표(전력수급기본계획)보다 청정에너지를 확장하면 추가적 탄소 감축과 에너지안보라는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며 “저렴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청정에너지 시나리오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비용 문제와 전력공급망, 기회요인, 해외 사례에서 배울 점 등은 같은날 발행된 해당 연구소의 다른 보고서 '한국 전력 시스템의 과제와 기회(Korean Power System Challenges and Opportunities)'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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