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역 '파란선문어' 주의보…"청산가리 10배 독성"

  • 이후림 기자
  • 2023.04.26 14:52
지난해 2월 호주 해역에서 발견된 파란선문어. (사진 'katapillah' 틱톡 영상 캡처)/뉴스펭귄
지난해 2월 호주 해역에서 발견된 파란선문어. (사진 'katapillah' 틱톡 영상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지구가열화로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독성을 가진 문어가 국내 해역에서 발견되는 사례가 늘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진은 파란선문어 서식지가 최근 한국 동해안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11일 국제학술지 '독소(Toxins)'에 발표했다.

강한 독성을 가진 파란선문어는 과거 일반적으로 한국이 아닌 호주 연안 해역 등 열대·아열대 지역 얕은 바다에 주로 분포했다. 하지만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으로 현재는 국내 해역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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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안에서 잡힌 파란선문어의 지리적 분포.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 저널 Toxins)/뉴스펭귄
한국 연안에서 잡힌 파란선문어의 지리적 분포.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 저널 Toxins)/뉴스펭귄

파란선문어는 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작은 몸집과 아름다운 무늬를 가졌지만 청산가리보다 약 10배 더 많은 독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릴 경우 인체가 마비되고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복어에서도 발견되는 치명적인 신경독 ‘테트로도톡신’을 가지고 있어 물리기만 해도 호흡부전과 마비를 일으킨다. 호주, 동남아 등지에서는 문어가 분비하는 독에 중독돼 발생하는 인명사고도 종종 보고된다.

파란선문어가 최초로 국내 해역에서 발견된 건 2012년 제주 북부 연안에서다.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파란선문어는 2012년부터 2021년 사이 제주와 본토 연안 17곳에서 총 26차례 관찰됐다. 연도별로는 2021년(8건)이 가장 많았고 △2020년 4건 △2019년 5건 △2018년 1건 순이었다. 관찰 건수는 해가 갈수록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출현시기는 1월과 3월, 4월을 제외한 나머지 달이다. 5월과 11월이 각각 5마리로 가장 많이 잡혔고, 전체 포획 개체의 약 46%에 해당하는 12마리는 가을철인 10~12월 사이 발견됐다.

2012~2021년 사이 한국 연안에서 잡힌 파란선문어 월별 분포도.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 저널 Toxins)/뉴스펭귄
2012~2021년 사이 한국 연안에서 잡힌 파란선문어 월별 분포도.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 저널 Toxins)/뉴스펭귄

발견자 절반 이상은 관광객이나 낚시꾼, 다이버 등 어업인이나 연구자가 아닌 일반 시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파란선문어에 물리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인식제고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전단, 책자, SNS 게시물, 공익 광고 등 각종 콘텐츠를 제작해 파란선문어 위험성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변을 찾는 사람들은 파란선문어가 위험한 바다생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맨손으로 문어를 집거나 만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한국 해역에서 잡힌 파란선문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 저널 Toxins)/뉴스펭귄
한국 해역에서 잡힌 파란선문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 저널 Toxins)/뉴스펭귄

다만 파란선문어는 일부러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고 알려졌다. 호주박물관에 따르면 파란선문어는 수줍은 성향을 가지고 있고 돌 틈 등 보이지 않는 공간에 숨어있는 것을 선호한다. 사람과 마주할 경우 보통 재빨리 몸을 숨기지만 손으로 집거나 위험을 가할 경우 살을 물어 독을 내뿜을 가능성이 있다.

물린 초기에는 통증이 없을 수 있으나 증상은 몇분 안에 나타난다. 입술과 혀의 감각둔화, 호흡 곤란, 호흡기관 마비, 구토 등이 주요 증상이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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