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자리에 우두커니…거제씨월드 큰돌고래 근황은?

  • 이후림 기자
  • 2023.04.25 18:20
아스팔트 수조 수면 위에 움직임 없이 떠 있는 태지와 아랑이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펭귄
아스팔트 수조 수면 위에 움직임 없이 떠 있는 태지와 아랑이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수컷 큰돌고래 '태지'와 암컷 '아랑이'는 각각 2008년과 2013년 한국땅을 처음 밟았다. 일본 바다에서 붙잡혀 한국 동물 체험시설에 수입된 탓이다.

일본에서 해마다 자행되는 돌고래사냥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통이라는 명목하에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잡힌 돌고래 일부는 고래고기를 위해 도살하고, 일부는 포획해 국내외 해양공원과 아쿠아리움 등에 판매한다. 태지와 아랑이도 이 과정을 통해 한국까지 오게 된 경우다.

태지와 아랑이의 수난은 한국에 팔려온 이후에도 이어졌다. 태지는 2017년까지 서울대공원 돌고래쇼에 동원되다 쇼장이 폐쇄하자 제주 호반 퍼시픽리솜에 기증됐다. 그러다 퍼시픽리솜이 수족관 운영을 중단하면서 지난해 4월 또 다른 동물 체험시설 거제씨월드로 돌연 무단 반출돼 논란이 일었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큰돌고래를 다른 곳으로 양도·양수할 때 필수적인 신고나 허가 절차가 전부 무시됐기 때문이다. 퍼시픽리솜 측은 이때 태지와 함께 머물던 아랑이도 불법 반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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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1년이 지났다. 무단 반출된 태지와 아랑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거제씨월드로 불법 이송된 태지와 아랑이 모습을 담은 영상을 25일 공개했다. 단체는 거제씨월드에 직접 관람객으로 입장해 드론과 카메라로 전체 내부 상황을 확인했다. 그 결과 수조에서 별다른 움직임 없이 수면 위에 우두커니 떠 있는 태지와 아랑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핫핑크돌핀스 측은 "태지와 아랑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부와 전문가, 시민단체가 함께 민관합동조사를 실시하자는 제안을 거제씨월드는 거절한 바 있다"며 "사육환경과 건강상태가 궁금해 여러 차례 직접 거제도 현장을 방문했으나, 수조 구조상 접근이 어려워 드론을 활용했다"고 전했다.

또 "항상 활발하게 움직이며 먹이활동, 사교행동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야생 돌고래들과 달리 인공수조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어 마음이 무척 아프다"며 "별다른 할 일이 없는 둘은 이렇게 수면 위에 둥둥 떠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스팔트 수조 수면 위에 움직임 없이 떠 있는 태지와 아랑이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펭귄
아스팔트 수조 수면 위에 움직임 없이 떠 있는 태지와 아랑이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펭귄

단체는 돌고래들이 갇힌 수조 환경 또한 지적하고 나섰다.

차가운 북극 바다에 사는 벨루가와 온대·아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큰돌고래를 같은 시설, 같은 수온에 감금했다는 주장이다.

단체는 "서식 환경이 전혀 다른 두 종을 같은 수온에서 지내게 하고 있다"며 "이는 벨루가가 야생에 비해 과하게 뜨거운 물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으로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거제씨월드 고래류 감금 수조 배치도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펭귄
거제씨월드 고래류 감금 수조 배치도 (사진 핫핑크돌핀스 제공)/뉴스펭귄

거제씨월드에는 현재 태지와 아랑이를 비롯해 일본 다이지 수입 큰돌고래 6마리, 러시아 수입 벨루가 3마리 등 고래류 총 11마리가 감금돼 있다고 알려졌다. 이중 2마리는 돌고래쇼에 동원되고 있고 4마리는 체험프로그램에 이용되고 있다.

핫핑크돌핀스는 과거 퍼시픽리솜 측이 추후 바다쉼터가 조성되면 태지와 아랑이를 이곳으로 보내겠다고 거제씨월드와 협약을 맺은 만큼, 해양수산부가 서둘러 돌고래 바다쉼터를 조성해 태지와 아랑이를 수조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현재 경북 영덕군 앞바다와 울산 울주군 송정항 돌고래 바다쉼터 후보지 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조만간 상세한 바다쉼터 후보지 적합성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겠다. 태지와 아랑이가 좁은 수조를 벗어나 넓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바다쉼터 조성을 위해 해양수산부가 더욱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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