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설계자가 말하는 '오염수 대안'은?

  • 이수연 기자
  • 2023.04.22 09:12

고토 마사시 공학박사 "대형탱크로 옮기거나 고체화해야"

고토 마사시 박사는 21일 오후 '후쿠시마 핵사고 오염수 무엇이 문제인가' 강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해양 방류를 반대했다.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고토 마사시 박사는 21일 오후 '후쿠시마 핵사고 오염수 무엇이 문제인가' 강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해양 방류를 반대했다.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수연 기자]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가 인간과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건 확실하게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죠.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으면 해서는 안 됩니다. 환경문제는 한번 잘못됐을 때 되돌릴 수 없어서 신중해야 합니다."

삼중수소가 인체에 얼마나 치명적인지 묻는 <뉴스펭귄>의 질문에 고토 마사시 일본 원전 전문가가 이렇게 답했다. 삼중수소는 원전 오염수를 희석해도 그대로 남는 방사성 물질이다.

고토 마사시 공학박사는 21일 오후 탈핵시민행동과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후쿠시마 핵사고 오염수 무엇이 문제인가' 강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해양 방류를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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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 마사시 박사는 실제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전기회사 도시바를 퇴사하고 2년 뒤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원전을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지금까지 원전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고토 마사시 박사는 삼중수소가 한번 물과 합쳐지면 분리할 수 없으며, 우리 몸에 들어온 방사선은 세포 손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고토 마사시 박사는 삼중수소가 한번 물과 합쳐지면 분리할 수 없으며, 우리 몸에 들어온 방사선은 세포 손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후쿠시마 오염수는 원전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냉각수를 퍼부으면서 생긴다. 현재 1000개가 넘는 탱크에 약 130만톤의 오염수를 보관하고 있는 일본은 더 이상 탱크를 지을 땅이 없다며 오염수 방류를 계획 중이다.

고토 마사시 박사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최저수치로 방류하겠다는 핑계를 대지만 방사성 물질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리 양이 적더라도 쌓인다는 것"이라며 "피폭 위험이 분명 있는데 '수치가 약하니까 괜찮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삼중수소가 한번 물과 합쳐지면 분리할 수 없으며, 우리 몸에 들어온 방사선은 세포 손상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은 방사선에 더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고토 마사시 박사가 제시한 오염수 해양 방류의 대안은 '대형 탱크로 옮기기'다. 오염수 탱크보다 훨씬 큰 석유 탱크로 옮긴 후 100년을 보관하면 삼중수소의 방사선 세기가 지금보다 1000배 줄어든다. 고토 마사시 박사는 "아무 짓도 하지 말고 잘 두기만 하면 100년 후엔 방사성이 붕괴한다"고 말했다. 삼중수소는 방사능의 양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이 12.3년으로, 이후엔 방사선 세기가 약해진다.

다른 대안으로는 '고체화'가 있다. 삼중수소가 물과 같은 성질이라는 점을 활용해 물 대신 오염수에 시멘트에 부어 굳힌 채로 저장하는 방법이다. 미국에서는 2017년부터 액체 방사성폐기물을 콘크리트 탱크로 옮겨 고체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

고토 마사시 박사는 원전 자체의 위험성도 강조했다. 그는 "삼중수소는 원전을 가동하는 동안 계속 나오는 물질이다. 원전이 있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삼중수소를 끊임없이 내보내면서까지 원전을 가동해야 하느냐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노후 원전도 부품만 바꿔 더 가동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욕조 곡선에 따르면 기계는 낡을수록 고장 날 확률이 더 높아진다. 원전은 사고가 잘 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잦은 고장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욕조 곡선이란 고장률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이 욕조처럼 U자형을 이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설치 직후와 폐기 직전에 고장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욕조 곡선을 설명하는 고토 마사시 박사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욕조 곡선을 설명하는 고토 마사시 박사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강연에 참석한 한 시민이 "다른 대안이 있는데 왜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만 고집하는지" 묻자 고토 마사시 박사는 "아직까진 방류 비용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염수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리스크의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간과 환경에 위험이 적은 방법이라면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선택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른 시민은 "일본 정부가 오염수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어느 정도로 인식하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고토 마사시 박사는 "한국의 반대 목소리를 일본 내에서도 알고 있지만 한일관계 문제로만 치부하는 듯하다. 다만 일본은 외국 반응에 민감해서 한국에서도 계속 반대를 주장하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는 어민이나 주변국 등 피해 당사자를 중심으로 무엇이 정의인지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연에 첨석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고토 마사시 박사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강연에 첨석한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고토 마사시 박사 (사진 이수연 기자)/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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