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위해 파란피 뽑히는 투구게, 미국 일부 지역서 포획 중단

  • 이후림 기자
  • 2023.04.11 14:28
혈액 채취 중인 투구게 (사진 Ariane Mueller - Defenders of Wildlife)/뉴스펭귄
혈액 채취 중인 투구게 (사진 Ariane Mueller - Defenders of Wildlife)/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인류를 위해 파란피를 뽑히던 투구게가 미국 일부 지역서 일시 포획 중단된다.

투구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희생된 대표적인 동물이다. 투구게의 파란 혈액은 몸 안으로 침투한 세균을 빠르게 식별하는 능력을 가졌다. 파란피에 포함된 질병 방어 성분 '헤모시아닌'이 질병에 노출된 부분을 즉시 응고해 오염 여부를 알려준다. 백신 오염도를 점검하거나 신약을 개발하는 데 최적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실제 전세계 수많은 제약회사는 투구게의 파란 혈액을 채취해 이를 신약 개발이나 약물 오염도 측정에 사용하고 있다. 투구게는 무차별적인 포획, 지구가열화(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등 이유로 개체수가 감소해 2016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멸종위기종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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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필요에 의해 멸종의 길로 들어선 투구게에게 환영할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남부환경법센터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해변 30곳에서 투구게 포획이 일시 중단된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조치로 제약회사 측은 투구게가 금지 지역에서 포획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고, 금지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 포획할 경우 GPS(위치추적기)를 사용해 실시간 위치를 공유해야 한다. 

다만 이번 조치는 투구게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붉은가슴도요 개체군을 비롯한 멸종위기 바닷새 주요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됐다. 바닷새는 북극으로 긴 여정을 떠나기 전 투구게 산란시기에 맞춰 이곳을 방문하는데, 이때 단백질이 풍부한 알을 섭취하지 못하면 죽거나 번식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붉은가슴도요 (사진 Chuck Homler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붉은가슴도요 (사진 Chuck Homler - 위키미디어)/뉴스펭귄

제약회사들이 투구게를 대량 포획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수백만년 동안 이어져온 두 종간의 생태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게 환경단체 측 주장이다.

야생동물보호단체 DWS(Defenders of Wildlife Southeast)는 "일부 제약회사는 수년간 투구게를 과도하게 포획해 바닷새 주요 먹이원을 고갈시켰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붉은가슴도요 등 바닷새뿐 아니라 투구게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보호 조치"라고 말했다.

한편 실험에 사용되는 투구게 대부분은 대서양 연안 해변에서 포획된다고 알려졌다. 실험실로 옮겨진 투구게는 몸 안에 있는 파란 혈액 약 30%를 강제 채혈 당한 뒤 바다로 돌아간다. 이렇게 실험실을 거쳐간 투구게 3분의 1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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