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의 정치화, 4대강 보 활용한다는 환경부

  • 임병선 기자
  • 2023.04.03 17:57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환경부가 가뭄 대책으로 4대강 보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4대강 보와 가뭄에 의한 식수원은 관계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광주광역시, 전남 지역 가뭄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하며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남 순천시 주암조절지댐에 방문해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한지 3일 만이다.

환경부는 앞서 과학적 근거에 따라 보 개방과 강 재자연화를 추진했지만,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정권의 보 개방 결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보 해체가 적정했는지 감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 환경부가 나서서 '4대강 보의 활용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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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같은 날 '문정부, 최악가뭄 예고에도 보 열어...광주시민 40일치 물 없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보 개방에 의해 광주광역시 시민 146만명의 식수를 공급하는 영산강에서만 1560만톤의 물이 손실됐다고 썼다. 

영산강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영산강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조선일보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못박았다. 강기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시민 식수원은 영산강이 아니라 섬진강 수계이고, 지금 하루에 3만톤씩 영산강에서 끌어올리는 것도 4대강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강 시장은 이날 광주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의 가뭄은 4대강 보 해체나 개방 탓이 아닌 기후위기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11월 라니냐가 3년 연속 이어지는 현상 ‘트리플 딥 라니냐’가 전 세계 가뭄과 홍수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이날 환경부 발표와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논평을 내 “영산강 수계 수자원은 96%가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고, 생활·공업용수는 4%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상수원과 전남지역 저수지의 저수율은 58.8%로 다른 지역의 저수율 평균 72%보다 낮아 가뭄이 이후에도 장기화되면 벼 생육상태 등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당장 5~6월 모내기 철은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산강 4대강 사업의 보는 식수원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단체는 “음용수 취수구로 사용되지 않던 덕흥보는 가뭄 비상대책으로 마련된 방법이며, 그동안 덕흥보의 수질기준도 상수원으로 관리되지 않았던 곳”이라며 “조선일보가 보를 개방해 광주 시민이 40일간 쓸 수 있는 1560만톤 물이 손실됐고 승촌보, 죽산보의 개방운영이 가뭄 피해를 키웠다는 보도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가뭄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가뭄 이미지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보 설치와 정비 사업은 기존 강의 형태를 바꾸고 물의 흐름을 느리게 만들기 때문에, 기존 강에 살던 저서생물과 민물어류에게는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이번 논란에서 언급된 영산강과 섬진강의 수생태계 건강성을 비교하면 4대강 사업 대상이 아니었던 섬진강 쪽이 훨씬 높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9년 12월 발표한 ‘하천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섬진강 5곳을 어류, 저서동물, 부착돌말, 서식·수변환경 4가지 지표로 평가했다.

어류 평가항목에서 ‘좋음(B)’ 등급 이상을 받은 지점 비율이 영산강 28%, 섬진강 52%로 나타났다. 같은 평가 방법을 적용했을 때 저서동물은 영산강 42%과 섬진강 62%, 부착돌말은 영산강 7%와 섬진강 56%, 서식수변환경은 영산강 23%, 섬진강 32%로 확인됐다.

가뭄 피해는 보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는 지난달 30일 광주광역시의회가 연 제37차 정책토론회 ‘기후위기와 물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서 ”그릇이 없는 게 아니라 그릇이 말라버리는 게 문제”라며 “가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한정돼있을 경우 어떤 식으로 나누고, 아껴쓸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동진 대표는 이를 위해서 가뭄에 대비한 물관리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환경 분야에서 회복탄력성이란 오염과 같은 문제가 나타났을 때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최 소장은 지표수, 지하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 나눠져 있는 관리체계를 통합하고 지역 단위 물순환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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