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소음 겪는 도마뱀, '폭식' 증상 보여

  • 남예진 기자
  • 2023.04.01 00:15
채찍꼬리도마뱀의 일종인 Aspidoscelis neotesselata(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채찍꼬리도마뱀의 일종인 Aspidoscelis neotesselata(사진 위키피디아)/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예진 기자] 소음공해에 노출된 도마뱀들이 사람들처럼 스트레스성 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유타주립대학교 연구진은 비행기 소음에 노출된 도마뱀들이 폭식 증세를 보인다고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Frontiers)'에 최근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소리의 진동을 전달하는 이소골이 3개 발달했으며, 20~2만Hz 정도의 주파수를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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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도마뱀은 이소골이 1개일 뿐 아니라 귓바퀴가 없음에도 100~5000Hz 사이의 주파수를 인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소음에 노출된 도마뱀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기 위해 포르 카슨 미군기지 주변에 서식하는 콜로라도체크무늬채찍꼬리도마뱀(학명 Aspidoscelis neotesselata)을 조사했다.

포르 카슨 미군기지의 평소 소음은 30.1~55.8dB로 냉장고와 비슷한 수준의 소음이 발생한다.

반면 전투기나 헬리콥터 등이 운행될 경우 소음 크기가 최대 112.2dB까지 발생하며, 이는 반경 1m 떨어진 곳에서 작동하는 전기톱 소음과 맞먹는다.

연구진은 "도마뱀 82마리의 행동과 체중, 호르몬 변화 등을 조사한 결과, 항공기가 운행된 직후 도마뱀들의 혈액에서 코티솔과 케톤 수치가 높아졌다"라고 밝혔다.

코티솔은 급성 스트레스에 노출될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혈압과 포도당 수치를 높여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케톤은 신체가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때 생성되며 뇌와 근육에 에너지를 공급하지만, 혈액에 쌓일 경우 구토와 복통, 저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즉 도마뱀들은 비행기 소음으로 인해 혈중 코티솔과 케톤 수치가 높아져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난세포가 발달한 암컷은 코티솔 수치가 더 많이 증가했는데, 이는 생식활동이 가능한 암컷일수록 소음에 더 취약함을 뜻한다.

연구진은 "도마뱀들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만큼 이동 시간을 줄이고 많은 음식을 섭취할 수밖에 없다"라며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전투기의 저공비행 횟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생물보존학 교수 리처드 그리피스(Richard Griffiths)는 "군사기지 인근에 서식하는 도마뱀들은 이미 소음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소음에 노출된 적 없는 개체와의 대조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도마뱀들은 소음에 익숙해진 탓에 생존율에 영향 받지 않겠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심리로 폭식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종은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 준위협종으로 평가받고 있다.(사진 IUCN)/뉴스펭귄
해당 종은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 준위협종으로 평가받고 있다.(사진 IUCN)/뉴스펭귄

한편 콜로라도체크무늬채찍꼬리도마뱀은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준위협(Near Threatened, NT)'으로 등재돼있다.

해당 종은 다른 채찍꼬리도마뱀처럼 무성생식을 하기 때문에 번식력이 뛰어나지만,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돼 개체 수가 감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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