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 이상철 기자
  • 2022.12.23 14:00
(사진 WWF 홈페이지 화면 캡처)/뉴스펭귄
(사진 WWF 홈페이지 화면 캡처)/뉴스펭귄

[뉴스펭귄 이상철 기자] 글로벌 환경단체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 2월 '자연을 위한 토큰(Tokens For Nature)'이라는 NFT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아무르호랑이, 마운틴고릴라, 자이언트판다 등 멸종위기 동물 10종이 담겼다. NFT를 판매해 얻은 수익금 전액을 멸종위기 동물 보존 활동에 사용하겠다는 것이 WWF의 취지였다. 이틀만에 판매가 마감되고, SNS에는 구매 인증샷이 올라왔다. 멸종위기 보호 활동과 한정판 NFT가 만나면서 새로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오래가지 못했다. NFT가 환경을 파괴하는 하나의 원인이라며 환경단체와 개인들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NFT는 정말 환경을 파괴할까? NFT를 비롯해 다양한 디지털 자산이 최근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관심을 받으면서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과연 NFT는 무엇이며, 실제로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NFT를 사용하고 있는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뉴스펭귄>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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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는 무엇?

NFT는 Non-Fungible Token의 머리글자로, 직역하면 ‘대체 불가능 토큰'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고 무단으로 복제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NFT는 디지털 파일 원본이 고유하다는 것을 인증하는 데이터 단위로, 임의로 조작할 수 없도록 블록체인으로 분산된 디지털 원장에 저장돼 있다. 블록체인이란 관리해야 할 데이터를 블록으로 구분한 뒤, 각 블록을 체인 형태로 서로 연결한 모음이다.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특정한 디지털 작품 파일에 NFT를 적용하면 디지털 자산의 창작자와 소유권을 보호할 수 있다. 

NFT는 암호화폐와 달리 별도의 고유한 인식값을 갖고 있어 서로 교환할 수 없다. NFT는 보유하고 있는 디지털자산이 대체할 수 없고 희소한 것이라는 가치를 증명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최근 미술과 음악, 게임, e스포츠, 패션,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하지만 일각에서는 NFT의 환경이슈를 제기한다. 블록체인에서 생성되고 호스팅 되는 NFT는 그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소비한다는게 비판의 핵심이다.

 

NFT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의 근거

NFT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주장은 제조과정에 투입되는 전기소비량 때문이다. 암호화폐 기반인 NFT가 에너지 집약적이고 많은 숫자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블록체인 '채굴' 방식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민팅(Minting)’이라고 하는 NFT 생산 과정때문에 NFT가 환경 파괴의 공범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NFT는 대부분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든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작업증명(Proof-of Work, PoW)' 방식을 이용해 채굴했다. '작업증명'이란 새로운 블록을 블록체인에 추가하는 작업을 완료했음을 증명하는 합의 알고리즘을 뜻한다. 작업증명 방식은 CPU의 연산처리 능력을 사용하는 기술로, 강력한 보안이 장점이지만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NFT가 환경에 악영향을 준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NFT를 생성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블록체인으로 생성해 고유성을 확보하고 가상자산으로 거래하는데,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때문에 NFT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NFT 자체가 아니라 이를 발행하고 거래하는 블록체인 구성 방식인 '작업증명(PoW)' 방식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작업증명(PoW)' 방식 대신 '지분증명(Proof of Stake, PoS)' 알고리즘 사용이 늘어나며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지분증명(PoS)'은 신규 코인을 발행할 때 소유자의 지분에 따라 지급하는 방식이다.

작업증명과 달리 채굴을 위한 고사양의 하드웨어에 의존하지 않으며, 유효성 검사를 위한 노드간 경쟁도 필요 없어 상대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우수하다. 현재 주로 NFT를 발행하는 엔진은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으로 이들은 모두 지분증명 방식을 사용한다.  

올해 초 이더리움 2.0도 그래픽카드를 사용해 채굴하던 작업증명을 중단하고 지분증명 방법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이더리움은 현재 1년에 약 0.01TWH의 전력을 소비하고 있다. 이는 페이팔이 1년에 사용하는 전력사용량 0.26TWH의 3.8%에 불과하다.

NFT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더리움 지분증명도 단일 이더리움 트랜잭션 전력 소비량은 약 0.03KWH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탄소발자국은 0.02kg으로 이는 비자카드가 처리하는 44개 거래와 비슷한 수치다.

테크미디어 기업 퍼블리시의 메인넷은 '권위증명(Proof-of Authority, PoA)'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권위증명 방식을 사용하는 메인넷은 루니버스메인넷으로, 1년 전기사용량이 0.0000023TWH(킬로와트로 변환하면 2300KWH) 정도이다.

퍼블리시는 "트랜잭션 수치로 볼 때 퍼블리시 NFT 발행 시 소비하는 전력은 0.26WH 이하"라며 "이는 40W 백열전구를 1시간 동안 사용하는 전력의 0.65%에 해당하는 수치로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을 살리는 다양한 NFT 프로젝트

NFT를 오히려 ‘친환경’ 활동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미 많은 NFT 프로젝트들이 ‘친환경'을 목표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NFT를 만들고 거래할 때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도 이산화탄소 발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비록 실패했지만 앞서 언급한 WWF 사례도 멸종위기 보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WWF는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하면서 “우리의 폴리곤 블록체인은 환경친화적이다. 한 건의 NFT를 거래하는데 발생하는 탄소는 수돗물 1컵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번 활동의 결과를 충분히 평가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IMPT도 대표적인 친환경 프로젝트다. IMPT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호스팅되는 탄소배출권 생태계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주로 추천되고 있다. IMPT는 1만개 이상의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개인들이 이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면 IMPT 토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받은 토큰은 NFT로 발행된 탄소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으며, 시장에서 다시 판매할 수도 있다. 1단계의 가격은 토큰 당 0.018달러로 지난 11월25일 사전 판매가 종료됐다.

(사진 IMPT 홈페이지 화면 캡처)/뉴스펭귄
(사진 IMPT 홈페이지 화면 캡처)/뉴스펭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야생동물 스트리밍 방송인 '와일드어스(WildEarth)'는 보호구역에서 살고 있는 표범과 사자, 하이에나 등 25마리의 동물을 NFT로 만들어 판매했다. 판매수익의 40%와 재판매 금액의 8%는 동물의 서식지 관리인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12월20일 현재 1065개의 토큰이 팔렸고 1만3900달러(약 1817만원)가 모금됐다.   

‘알고랜드(Algorand)’ 프로젝트도 친환경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블록체인인 알고랜드는 크리에이터들이 NFT를 민팅할 때 에너지를 극소량만 사용하도록 만든 지분증명 코인이다. 미국 MIT 교수인 실비오 미칼리(Silvio Micali)가 2019년 출범시킨 알고랜드는 암호화 통화의 사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매우 빠른 트랜잭션 속도를 제공해 사용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알고랜드는 시작 단계부터 탄소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며, 거래수수료 일부는 탄소 상쇄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NFT가 민팅될 때마다 실제로 나무를 심고, 생산자에게 토큰으로 보상하는 ‘NFTree’도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다. NFTree는 전 세계의 나무 심기에 자금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Pi Network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심은 나무가 포착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크리에이터에게 제공하는 토큰의 수와 같다. 따라서 생산자가 토큰을 많이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환경보호에 역할을 했다는 의미가 된다.  

미디어 테크 기업 퍼블리시 김기현 이사는 "이미 전기사용량을 최소화한 NFT제조기술을 적용하고 있음에도 초기 블록체인의 어마어마한 전기사용만을 부각해서 환경파괴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면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제대로 적용해서 환경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환경을 지킬 수 있는 제3의 방안을 모색할 것이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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