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세계유산' 빙하의 현주소

  • 임병선 기자
  • 2022.11.07 00:00
아시아 빙하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아시아 빙하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최근 유네스코(UNESCO)는 만약 인류가 온실가스를 대폭 감축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데 성공해도 2050년에는 '세계유산' 빙하 중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사라지는 빙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전 세계 빙하 50곳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얼음으로 이뤄진 빙하는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지형으로 꼽힌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유산 빙하에서 사라진 얼음 양은 약 1163Gt이다. 녹은 빙하는 같은 기간 동안 해수면 상승 약 3.22mm에 기여한 것으로 추산됐다. 매년 세계유산 빙하에서 얼음 580억t 정도가 없어지는데, 이는 프랑스와 스페인 연간 물 사용량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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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지난 3일(현지시간) ‘세계유산 빙하 : 기후변화의 감시병(World heritage glaciers: sentinels of climate change)’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세계유산 빙하의 감소 추세와 빙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방안을 담고 있다.

<뉴스펭귄>이 보고서에 담긴 핵심 정보를 소개한다.

세계유산 빙하 위치를 나타낸 지도. 보라색 표시가 빙하 지역이다 (사진 UNESCO)/뉴스펭귄
세계유산 빙하 위치를 나타낸 지도. 보라색 표시가 빙하 지역이다 (사진 UNESCO)/뉴스펭귄

 

위기의 세계유산 빙하, 아시아를 강타하다

아시아에 위치한 세계유산 빙하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우선 중국 윈난성에 위치한 산장빙류 빙하는 2021년 기준 2000년에 비해 57.2% 줄었고, 이는 전체 세계유산 빙하 중 가장 높은 비율의 빙하 유실 사례다. 중앙아시아 톈산산맥 빙하는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7% 감소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아프리카에서는 모든 빙하가 사라질 전망이다. 유네스코는 인류가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한 상황이라도 2050년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킬리만자로 국립공원과 케냐 산지에 있는 빙하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빙하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빙하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북미에서는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 빙하,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 빙하 2곳이 모두 2050년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높으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와 스페인에 있는 몽페르뒤(Mont Perdu) 빙하, 이탈리아 돌로미티(Dolomiti) 빙하가 2050년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오세아니아의 대표 빙하인 뉴질랜드 테와히포우나무(Te Wahipounamu) 빙하는 2000년 이후 부피 20%가 사라졌다.

지구가열화는 캐나다 서부와 미국 북극 지역 세계유산 빙하처럼 특이한 사례도 만들어냈다. 이 지역 빙하는 감소하긴 했지만, 감소 속도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점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지적 이상 기상현상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네스코 측은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고 있는 이상현상이 해당 지역 강설량을 늘리고, 해양을 차갑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신 연구결과에 따르면 2020년부터 캐나다와 미국 세계유산 빙하들의 유실 속도가 다시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빙하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이탈리아 돌로미티 빙하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작은 빙하부터 사라지다

해가 지날수록 세계유산 빙하 유실 속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규모가 작은 빙하일수록 사라질 위험이 크다.

유네스코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단위로 빙하 유실 비율을 분석한 결과, 매 5년마다 거의 모든 세계유산 빙하 유실 속도가 빨라졌다.

(사진 UNESCO)/뉴스펭귄
5개년과 규모로 구분해 빙하가 사라진 비율을 나타낸 그래프. 규모가 작을수록 유실 속도가 빨랐다 (사진 UNESCO)/뉴스펭귄

규모가 작은 빙하는 규모가 큰 빙하에 비해 빠른 감소세를 보였다. 예를 들어 규모가 1~10㎢인 경우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빙하 감소 비율이 4% 정도였는데,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1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100~1000㎢ 규모 빙하가 사라진 비율은 2000년부터 2005년에 약 2.5%, 2015년부터 2020년 약 4.8% 정도로 나타났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빙하가 녹은 물이 유입돼 형성된 빙하호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그냥 얼음' 아닌 지켜야 할 유산

유네스코는 빙하의 중요성이 생태계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으로도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빙하는 퇴적물, 담수 저장소, 생물 서식지를 제공한다. 인근 주민들은 빙하에서 비롯된 담수를 식수, 농업, 산업, 수력발전 등에 쓴다. 문화적으로는 지역 주민 삶에 깊숙히 파고들어, 때로 신성한 장소로 활용된다.

유네스코는 빙하를 지키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이 단 하나의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비록 인류는 세계유산 빙하 3분의 1을 잃겠지만, 지구가열화를 최대한 억제하면 나머지 세계유산 빙하는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빙하 : 기후변화의 감시병' 보고서 표지(사진 UNESCO)/뉴스펭귄
유네스코 '세계유산 빙하 : 기후변화의 감시병' 보고서 표지(사진 UNESCO)/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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