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박쥐 잡아먹는 동물, 그 정체는...

  • 이후림 기자
  • 2022.08.14 00:05
고양이 공격에 부상을 입고 안락사된 박쥐 (사진 뉴질랜드 자연보호국, Lucy Bridgman)/뉴스펭귄
고양이 공격에 부상을 입고 안락사된 박쥐 (사진 뉴질랜드 자연보호국, Lucy Bridgman)/뉴스펭귄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멸종위기종을 사냥해 잡아먹는 동물 정체가 밝혀졌다.

뉴질랜드 자연보호국은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 박쥐를 사냥해 잡아먹는 동물이 고양이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관련 논문은 뉴질랜드동물학저널(NZ Journal of Zoology)에 실렸다.

공격 대상이 된 동물은 최소 2종으로 뉴질랜드작은짧은꼬리박쥐와 뉴질랜드긴꼬리박쥐다. 각각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취약(VU, Vulnerable)'과 '위급(CR, Critically Endangered)'종에 등재된 심각한 멸종위기종이자 오로지 뉴질랜드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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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작은짧은꼬리박쥐 (사진 뉴질랜드 자연보호국, Colin O'Donnell)/뉴스펭귄
뉴질랜드작은짧은꼬리박쥐 (사진 뉴질랜드 자연보호국, Colin O'Donnell)/뉴스펭귄

고양이가 이들 박쥐를 반복적으로 공격한다는 추측은 수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연보호국 과학고문 케리 보킨(Kerry Borkin) 박사 연구진이 야생고양이 식이 및 DNA 분석과 함께 배설물 등을 확인한 결과, 수많은 작은짧은꼬리박쥐 유해와 사체 부위를 발견했다.

연구진은 야생고양이뿐 아니라 반려묘 역시 집주변 긴꼬리박쥐 서식지를 발견하고 반복적으로 이들을 사냥하는 장면과 관련 기록을 입수했다.

이 반려묘는 최소 2년간 토종 박쥐를 잡아먹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년 동안 해당 가정 소유지에서는 반려묘가 공격해 다치거나 죽은 토종 박쥐 총 7마리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공개된 사례는 고양이 단 한 마리가 지역 박쥐 개체 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사진 Unsplash)/뉴스펭귄

케리 보킨 박사는 "고양이가 멸종위기 토종 박쥐를 공격하고 사냥한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공개된 사례는 단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문제는 길고양이들만이 멸종위기 박쥐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반려묘들 또한 박쥐를 다치게 하고 죽인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사는 "고양이들의 공격이 무조건 박쥐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서식지가 겹칠 경우 박쥐 생존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라며 "작은짧은꼬리박쥐와 긴꼬리박쥐는 심각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는 멸종위기종인 만큼, 매우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당국 자연보호국은 박쥐 및 기타 토종 야생동물 서식지에 고양이와 함께 거주하는 반려인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당국은 중성화수술(TNR),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 제공, 토종 야생동물이 활동적인 시간에 반려묘에게 먹이를 제공할 것, 반려묘 목에 방울을 달 것, 새 모이통을 반려묘로부터 멀리 떨어뜨려 놓을 것 등을 권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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