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먹고 대체 항공 연료 되는 이 박테리아 

  • 남주원 기자
  • 2022.07.08 09:29
스트렙토미세스 (사진 Pablo Cruz-Morales)/뉴스펭귄
스트렙토미세스 (사진 Pablo Cruz-Morales)/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설탕·포도당 등 당(糖, sugar)을 섭취한 박테리아가 대체 항공 연료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팀이 최근 '스트렙토미세스(streptomyces)'라고 불리는 토양 박테리아로 대체 항공 연료를 만들어냈다.

스트렙토미세스는 토양에서 발견되는 흔한 박테리아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트렙토미세스는 당이나 아미노산을 섭취할 때 '죠사마이신(Jawsamycin)'이라는 고밀도 에너지 탄소 분자를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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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자는 대량의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인체에서 지방이 형성되는 과정과 유사하게 생성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 주저자이자 덴마크공과대학교 미생물학자인 파블로 크루즈 모랄레스(Pablo Cruz-Morales) 박사는 "레시피는 이미 자연에 존재한다"라며 "여러분도 같은 화학물질, 같은 방식으로 몸에서 지방을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이 박테리아 과정에는 매우 흥미로운 반전이 있다"라고 말했다.

스트렙토미세스 (사진 Pablo Cruz-Morales)/뉴스펭귄
스트렙토미세스 (사진 Pablo Cruz-Morales)/뉴스펭귄

'흥미로운 반전'은 분자가 삼각형 모양이라는 점이다. 죠사마이신은 스트렙토미세스가 당이나 아미노산을 물질대사하는 과정에서 삼각형 모양을 한 탄소 고리 3개로 변형된다. 탄소와 탄소 간 결합은 60도 각도로 촘촘하게 이뤄져 있다. 

지방은 체내에 과도한 포도당(탄소 분자 6개)이 축적된 결과 형성된다. 이와 비교했을 때 삼각형 모양의 큰 탄소 분자 3개는 형성되기까지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크루즈 모랄레스 박사는 "탄소 사슬이 열린 상태에서 일반적인 각도로 결합하면 탄소가 유연하고 편안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삼각형 모양은 결합을 구부리고 긴장감(장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생성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분자는 나중에 분해될 때 해당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다. 다른 분자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해뒀다가 그만큼 분해 시 밀도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를 활용해 만든 연료 'POP-FAME'는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항공 및 로켓 연료보다 에너지 밀도가 크다. 때문에 연구팀은 POP-FAME을 지속가능한 비행기·제트기·로켓 연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기존 항공 연료는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우므로 탄소발자국 주범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화석연료가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놔 POP-FAME의 등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크루즈 모랄레스 박사는 “생물학으로 이 연료를 만들 수 있다면 석유로 (항공 연료를) 만들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연료는 석유에서 추출한 반면 우리의 연료는 재생가능한 공정을 통해 만들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연구 내용은 생명공학 분야 오픈액세스 저널 줄(Joule)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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