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은 로드킬 최다 발생 기간"…휴가 전 로드킬 알아보기

  • 성은숙 기자
  • 2022.06.11 14:29
야생동물주의 표지(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야생동물주의 표지(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뉴스펭귄 성은숙 기자] 로드킬(Roadkill, 동물 찻길 사고). 도로를 건너려는 야생동물이 달리는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사고를 말한다. 자동차 등에 치인 동물은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 죽음에 이르게 될 수 있다. 또 찻길 사고로 다치고 죽는 동물이 늘어날수록 종다양성도 위협 받는다. 동물을 차로 친 사람도 다치거나 죽을 수 있으며, 연쇄 추돌 사고나 2차 추돌 사고 등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애꿎은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물론 사회·경제적 비용 손실도 초래한다.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로드킬에 대해 숫자로 알아보며 우리의 안전도 지키면 어떨까. 숫자 키워드를 통해 <뉴스펭귄>이 살펴봤다.

 

로드킬 최다 발생 시기는 5~6월

9만9천30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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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과 2020년 한국도로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2021년 간 발생한 로드킬은 총 1만2천268건이다. 이 수치는 △도로법상 일반국도와 고속국도 도로관리청인 국토교통부의 2015년~2018년 자료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조사 및 관리 지침' 예규에 따라 사고 조사·관리가 국립생태원으로 일원화된 이후인 2019년~2020년 자료 등을 포함하면 달라진다. 국토교통부 등이 2015년~2018년 수집한 건수와 국립생태원이 일원적으로 수집한  2019년~2020년 발생 건수를 합치면  9만9천306건이다.

5월~6월

한국도로공사·국립생태원 등은 1년 중 야생동물의 활동량이 증가하는 5~6월에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2015년부터 2021년간 발생한 로드킬 중 43.65%(5천356건)가 이 기간에 발생했다. 국토교통부·환경부·국립생태원이 2020년 7월에 발표한 자료에서도 5~6월에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19년 기준 일반국도에서 발생한 총 1만7천502건의 로드킬 중  30%는 5월과 6월에 일어났다. 5월에는 2천827건, 6월에는 2천448건의 로드킬이 있었다. 그해 로드킬이 가장 적었던 달은 12월(844건)이다.

5~6월에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고라니의 생태적 특성과도 관련이 높다. 송의근 국립생태원 전임연구원은 "고라니의 경우 전년도 봄에 태어난 새끼가 다음해 5~6월께 독립한다"며 "또 이맘때가 봄에 파종한 농작물이 고라니가 먹기 좋게 자랐을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10월과 11월에도 로드킬 건수가 증가하는데 이는 식육목 야생동물이 많이 로드킬 당하기 때문"이라며 "봄에 태어난 새끼가 어미로부터 독립할 시기"라고 말했다.

 

로드킬 정보 수집 수준 낮아…"도로관리청 협조 저조"   

3만6천504마리 

국립생태원 로드킬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2020년 로드킬로 죽은 동물만 3만6천504마리에 달한다.  이중 로드킬을 가장 많이 당한 동물은 고라니다. 2019년에는 1만1천638마리, 2020년에는 6천864마리 총 1만8천502마리가 자동차 등에 치여 죽었다.

두 번째로 많이 죽은 동물은 고양이다. 2019년에는 4천661마리, 2020년에는 3천008마리가 죽었다. 그 다음으로 너구리(2019년 1천731마리, 2020년 1천415마리), 개(2019년 1천16마리, 2020년 654마리) 순이다.

로드킬 당한 수달의 모습(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로드킬 당한 수달의 모습(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몸집이 작은 동물들의 사체는 도로에서 자연소실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통계에 집계되지 않고 있다. 얼마나 많은 동물이 길 위에서 죽어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송 연구원은 "해마다 로드킬 당하는 고라니 숫자를 6만여마리로 추정하는 기존 연구 결과가 있다"며 "우리가 수집하는 로드킬 정보가 실제 발생한 로드킬 건수의 10분의 1 내외 정도에 그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환경부·국토교통부 예규인 '동물 찻길 사고(로드킬) 조사 및 관리 지침'에 따라 로드킬 조사기관은 전용 어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로드킬 정보를 수집·관리해야 한다.
로드킬 조사용 앱인 '굿로드'는 도로관리청의 보수원 및 순찰원이 촬영한 로드킬 현장 사진 및 위치정보를 전송하는 데 쓰인다.

송 연구원은 "예규상 로드킬 조사의무가 있는 도로관리청의 참여율이 저조하다"며 "또 어느 곳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어느 곳은 그렇지 않는 등 도로관리청마다 사고 조사 및 정보수집 수준이 균일하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로드킬 가장 많은 곳은 충청권역

전국 국도 동물찻길사고 다발구간(사진 환경부·국토교통부·국립생태원 보도자료 갈무리)/뉴스펭귄
전국 국도 동물찻길사고 다발구간(사진 환경부·국토교통부·국립생태원 보도자료 갈무리)/뉴스펭귄

1만3천529건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19년~2020년 로드킬이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은 충청권역이다. 2019년에는 총 8천679건으로 ▲대전 63건 ▲세종 395건 ▲충북 3천143건 ▲충남 5천78건이 발생했다. 2020년에는 총 4,850건으로 ▲대전 61건 ▲세종 155건 ▲충북 2천107건 ▲충남 2천527건의 로드킬이 있었다. 

국토교통부·환경부·국립생태원이 수집한 2015년~2019년 충청권역 일반국도 로드킬 누적 건수는 3만3천4건이다. 2019년 1월~2019년 12월 기준 전국 국도 로드킬 사고 다발 상위 50구간 중 24구간이(충남 15구간, 충북 8구간, 세종 1구간) 충청권역이다.
상위 50구간에서는 평균 7.1건/km의 로드킬이 발생했다.

송 연구원은 "다른 지역보다 충남도에 고라니가 더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다 야생동물서식지 내 도로연장 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 그렇다"며 "로드킬을 가장 많이 당하는 고라니의 경우 저지대·농경지·초지에 주로 서식하는데, 이 말은 곧 고라니 서식지에 도로가 인접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로보급률의 척도인 '국토계수 당 도로연장'의 경우 충북은 2.01, 충남은 1.81이다. 광역시인 부산과 인천이 각각 2.11과 1.87, 특별자치시인 세종이 1.04인 점에 비춰보면 충청권역 도로연장이 높은 편임을 알 수 있다. 

 

2천679km 그리고 140개소, 534개소

백두대간 사치재 생태통로(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백두대간 사치재 생태통로(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유도울타리(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유도울타리(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국 고속도로에는 총 2천679km의 유도울타리와 140개소의 생태통로가 설치돼 있다. 올해 6월 기준 국립생태원 생태통로 네트워크 홈페이지에는 총 534개소의 생태통로가 등록돼 있다. 

국토교통부·환경부·국립생태원은 올해까지 189km의 유도울타리를 확충한다고 2020년 7월에 밝힌 바 있다. 송 연구원은 "생태통로의 주목적은 로드킬 저감이 아니라 단절된 생태축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생태통로와 유도울타리가 함께 설치될 경우 로드킬을 줄일 확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이 생태통로로 갈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게 유도울타리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는 주로 유도울타리와 주의표지판이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현대자동차·현대위아,로드킬 예방·저감 활동

2020년

로드킬 바로신고 서비스(사진 충청남도)/뉴스펭귄
로드킬 바로신고 서비스(사진 충청남도)/뉴스펭귄

2020년 7월 충청남도·국토교통부·환경부·국민권익위원회·SK텔레콤이 로드킬 음성 신고 시스템 도입 및 로드킬 정보수집 안정화 시범 사업에 나선 바 있다. 충남도 등은 도내 15개 시·군을 대상으로 '로드킬 바로 신고 서비스'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로드킬 바로신고는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앱 '티 맵(T-map)'과 연계한 음성 신고 서비스다. 운전자는 차량 내장형 또는 휴대폰 설치형 티 맵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다가 로드킬을 발견한 경우, 음성 인식 서비스 명령어인 "아리야"를 말한 뒤 "로드킬 신고해줘" 또는 "로드킬 제보"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신고한 로드킬 정보는 충남도가 개발한 로드킬 플랫폼에서 신고 위치와 방향 등이 분석된 후 처리 담당 도로기관에 전달된다. 송 연구원에 따르면 이 서비스는 이르면 올해 안에 전국으로 확대·적용될 수 있다. 

 

2013년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사로서 로드킬에 대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사회공헌 활동에 나선 바 있다. 현대차는 2013년 7월 국내 최초의 로드킬 예방단체인 '한국로드킬예방협회' 설립·활동에 지원한 일을 사회공헌백서를 통해 밝혔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는 당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환경팀 소속이자 환경분야 사회공헌 담당자였던 강창희 차장이 주축이 돼 조직됐다. 이 단체는 자발적인 로드킬 모니터링, 야생동물 구조, 생태도로 설치, 로드킬 예방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이 알려진 활동으로는 '도토리 저금통 캠페인'이 있다.

다람쥐·멧돼지 등 야생동물이 겨울 혹한기에 먹이를 찾아 도로로 내려오다가 로드킬 당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캠페인이다. 참여자는 산에서 주운 도토리와 열매를 등산로 입구 등에 설치된 이 저금통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현대자동차는 2013년~2016년 이 단체의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한국로드킬예방협회 홈페이지(사진 한국로드킬예방협회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한국로드킬예방협회 홈페이지(사진 한국로드킬예방협회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한편 이 회사가 한국로드킬예방협회 관련 로드킬 예방·감축을 위해 활동한 내역은 2016년 이후에 발간된 사회공헌백서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가 최근 발간된 2020년 사회공헌백서에서 다시 등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위아는 이 백서를 통해 2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사업장 인근 숲에 도토리 저금통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뉴스펭귄>에 이메일을 통해 "2020년에 한국로드킬예방협회 회원사로 가입해 본사가 위치한 경상남도 창원시를 중심으로 도토리 저금통을 설치하고 있다"면서 "당사는 친환경 기업으로서 생물 다양성 보존에 이바지한다는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뉴스펭귄>과 통화에서 "2016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국로드킬예방협회의 활동 등에 계속 지원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 로드킬 예방 및 대응방법

△도로전광표지·동물주의 표지판·내비게이션 등의 동물사고 잦은 구간 주의 안내 따르기

△전방주시는 철저히, 규정속도 준수

△운행 중 야생동물 발견 시, 핸들 및 브레이크의 급조작은 삼가하고 경적을 울리며 통과하기

△야간 운행 중 야생동물 발견 시 전조등은 끄고 경적 울리기

△야생 동물과 충돌한 경우 핸들을 급히 꺾거나 급브레이크 밟지 않기

△2차사고 예방을 위해 비상 점멸등을 켜고 우측 갓길로 차를 이동한 후 가드레일 밖으로 대피하기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 국토교통부 '도로이용불편 척척해결서비스' 앱 등 이용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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