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 추락하는 사체" 야생 앵무새 집단폐사 미스터리

  • 남주원 기자
  • 2022.06.09 16:46
(사진 Bohollow Wildlife Shelter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사진 Bohollow Wildlife Shelter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호주에서 새 100마리 이상이 집단 폐사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호주 '볼로우 야생동물보호소(Bohollow Wildlife Shelter)' 측은 "공원과 거리에서 수많은 새 사체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라며 폐사한 앵무새 떼 사진을 3일(현지시간) 공식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보호소 직원이자 게시글 작성자인 커스티 라마단(Kirsty Ramadan)은 최근 빅토리아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경계에 있는 바마 지역에 도착했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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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은 “신고를 받고 바마에 도착했을 때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것이 분명했다”라며 "주변 거리와 덤불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새 사체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원인불명의 떼죽음을 당한 새 정체는 긴부리유황앵무(Long-billed corella)다. 긴부리유황앵무는 호주 남동부에 서식하는 앵무새 일종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 '최소관심(LC, Least Concern)' 단계에 등재돼 있다.

라마단은 죽거나 죽어가는 새를 100마리 이상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가 이날 하루 동안 발견해 촬영한 긴부리유황앵무 수만 총 105마리에 달했다.

게다가 아직 처리하지 못한 수많은 사체와 병든 새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사진 Bohollow Wildlife Shelter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사진 Bohollow Wildlife Shelter 공식 페이스북)/뉴스펭귄

라마단은 이날 살아있는 새 10여 마리를 지역 수의학 센터로 데려갔다. 검사 결과 새들은 심각한 장 출혈과 모래주머니에 얼룩진 물질 등 독극물 중독으로 추정되는 징후가 확인됐다.

라마단에 따르면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숨이 붙어있던 새들마저 몇 시간 안에 모두 죽었다.

현재 빅토리아주 당국은 새들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당국은 “새의 죽음이 질병으로 인한 것인지 또는 인간 행위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기 위해 노력 중”이고 밝혔다. 

당국은 설치류를 죽이기 위해 독을 탄 곡물을 새가 섭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라마단 역시 독극물 중독을 가장 강력한 사인으로 꼽았다. 그에 따르면 일부 곡물 회사와 시골에 사는 농부들은 앵무새나 비둘기 등을 죽이기 위해 곡물에 독을 뿌려놓는다.

라마단은 "냉혹한 현실에서 범인들이 잡힐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면서 "이제는 야생동물 범죄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어 “토종 야생동물은 인간활동으로 인해 모든 면에서 고난에 직면해 있다. 지구상에 호모 사피엔스만큼 야생동물에게 더 큰 불편과 위협이 되는 동물은 없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호주 야생동물법은 야생동물 독살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벌금형 1만 8174달러(약 2284만 원) 또는 6개월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긴부리유황앵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긴부리유황앵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입니다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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