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충돌 방지법' 무엇이 바뀌었나

  • 임병선 기자
  • 2022.06.09 16:48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당국은 이에 따라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이 투명 유리창·방음벽 등 국가기관 인공구조물에 충돌하거나 추락해 폐사하는 피해를 저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뉴스펭귄은 해당 법안이 그간 심각했던 조류 및 야생생물의 구조물 충돌 방지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짚어봤다.

(사진 Tom Koerner/USFWS)/뉴스펭귄
(사진 Tom Koerner/USFWS)/뉴스펭귄

 

개정안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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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의 피해방지’가 신설된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야생생물이 인공구조물에 충돌하는 문제를 저감하도록 관리하는 의무가 생겼고, 저감 조치에 국가가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되는 등 여러 변화가 생겼다. 새롭게 추가된 5개 항을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 4조에 따라 지정된 공공기관은 건축물, 방음벽, 수로 등 인공 구조물로 인한 충돌·추락 등의 야생동물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소관 인공구조물을 설치·관리하여야 한다.

1항은 공공기관 건축물이나 방음벽, 수로에 충돌 방지 대책을 적용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건축물과 방음벽, 수로는 그간 수많은 생물이 죽는 원인이 된 인공 구조물이다. 다만 공공기관으로 한정됐다. 

②환경부장관은 인공구조물로 인한 충돌·추락 등의 야생동물 피해에 관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이 경우 환경부장관은 공공기관등의 장에게 실태조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 등 협조를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

2항에 따르면 환경부는 실태조사를 할 수는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해당 조항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시한 개정안에서는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었으나 환경노동위원회를 거치며 ‘실시할 수 있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다만 개정안은 공공기관의 협조를 의무로 하는 조항을 두면서 환경부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생태계 보전을 위해 야생생물 인공구조물 충돌 실태 조사는 꼭 필요하다.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야생동물 인공구조물 충돌 실태조사는 현재 자연환경 기록 플랫폼 네이처링과 국립생태원이 진행 중인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외에 없다. 국립생태원이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투명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야생조류는 1년에 약 765만 마리 마리 정도다.

좌측 울새 사체 3구와 우측 진홍가슴 사체 (사진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이화여자대학교 뿌리와새싹 소모임)/뉴스펭귄
좌측 울새 사체 3구와 우측 진홍가슴 사체 (사진 '윈도우 스트라이크 모니터링' 이화여자대학교 뿌리와새싹 소모임)/뉴스펭귄

③환경부장관은 인공구조물로 인한 충돌·추락 등의 야생동물 피해가 심각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공공기관 등의 장에게 소관 인공구조물에 대하여 충돌 방지제품의 사용 등 야생동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

3항은 공공기관 구조물에서 충돌 문제가 발생할 때 환경부가 정당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부여했다. 그간 특정 구조물에 야생생물이 빈번하게 부딪혀도 해당 공공기관이 문제 해결을 거부하면 방안이 없었다. 이번 개정으로 해당 문제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이외에 4항은 특정 공공기관 인공구조물에 저감 대책을 시행하는 경우 국가가 비용을 지원하도록 유도하는 조항이며, 5항을 통해서는 야생동물 충돌 방지를 위해 조치가 필요한 인공 구조물 대상과 저감 방법 등을 당사자가 아닌 환경부가 정하도록 했다.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해당 개정안은 공포 절차를 거친 후 공포일 기준 1년 뒤 시행된다. 이번 법률 개정에서 야생생물 인공구조물 충돌 문제를 담당한 환경부 자연환경과 측은 ”이후 일정을 고려하면 이르게는 2023년 6월, 늦으면 7월 중 시행될 것 같다”고 9일 뉴스펭귄에 밝혔다.

앞으로 환경부는 야생생물 구조물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지켜야 할 세부 내용을 규정하게 됐다. 자연환경과 측은 “현재는 인공구조물 대상, 저감 방안 등 환경부령 마련을 검토하는 단계이며 기존에 있던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USGS Bee Inventory and Monitoring Lab - flickr)/뉴스펭귄
(사진 USGS Bee Inventory and Monitoring Lab - flickr)/뉴스펭귄

 

좋은 시작,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이번 개정을 통해 그동안 수많은 조류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충돌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마련됐으나, 아직 나아갈 길은 멀다. 여전히 민간이 지은 건축물, 방음벽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건축물은 국내 전체 건축물 중 3% 정도만 차지한다.

유리창 충돌 문제 해결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김윤전 국립생태원 외부연구원은 “상징적 측면이나 실효성 면에서 의미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공공기관에만 한정되는 건 한계가 있는 부분”이라고 이날 뉴스펭귄에 말했다.

김 연구원은 “공공기관 구조물이 보통 면적이 큰 걸 고려하면 민간 건축물의 규모가 전체 건축물 중 대략 80% 정도 될 것 같은데, 앞으로 민간 부문에 대해서 조치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3항에 환경부장관이 인공구조물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가 심각하다고 인정하면 관리주체에 피해 방지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피해를 입은 생물 자료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시민들 중 만약 조류의 구조물 충돌 피해를 발견하게 된다면 네이처링이 진행하는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미션에 참여하고 피해를 신고하는 등 문제 해결에 참여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류가 유리창에 충돌한 자국 (사진 rochelle hartman - flickr)/뉴스펭귄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환경부 발표가 나온 직후 논평을 통해 ”야생조류 충돌 방지 대책이 될 수 있는 제도적인 길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환영했다. 이어 “이번 법률 개정을 계기로 야생조류의 충돌추락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더욱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사람과 야생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자연환경이 조성되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정부 및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실태조사와 관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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