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 가둬놓고 생체 발전기로 쓰는 초소형컴퓨터

  • 임병선 기자
  • 2022.05.14 00:00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개발한 세균 발전기 (사진 Paolo Bombelli)/뉴스펭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이 개발한 세균 발전기 (사진 Paolo Bombelli)/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과학자들이 세균으로 전력을 생산해 초소형 컴퓨터를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지구를 로봇이 지배하고, 인간은 생체 발전기로 이용되는 가상의 미래가 그려진다. 영화 속 인간은 혼수상태로 특수 용기에 갇혀 끈적한 액체를 통해 영양분만 공급받으며 로봇에게 전기를 공급한다.

매트릭스 세계에서 로봇이 인간을 전지 재료로 이용하듯, 최근 현실에서 사람이 세균을 이용하는 생체 전력 공급 장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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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대 크리스토퍼 하우(Christopher Howe) 등 연구진은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에서 발생하는 전기로 초소형 컴퓨터를 6개월 간 가동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처럼 생명체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를 생체 발전기라고 부른다.

연구진은 생체 발전기 제작을 위해 남세균을 알루미늄과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AA규격 건전지 크기 용기에 담았다. 내부에서는 남세균이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고 전기를 생성하며, 지속적으로 생존한다. 발전기에 활용된 남세균 종은 네코시스티스 PCC6803(Synechocystis sp. PCC6803)이다. 

(사진 P. Bombelli, A. Savanth, A. Scarampi, S. J. L. Rowden, D. H. Green, A. Erbe, E. Årstøl, I. Jevremovic, M. F. Hohmann-Marriott, S. P. Trasatti, E. Ozer, C. J. Howe)/뉴스펭귄
(사진 P. Bombelli, A. Savanth, A. Scarampi, S. J. L. Rowden, D. H. Green, A. Erbe, E. Årstøl, I. Jevremovic, M. F. Hohmann-Marriott, S. P. Trasatti, E. Ozer, C. J. Howe)/뉴스펭귄

연구진은 제작한 세균 발전기를 초소형 컴퓨터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연결했다. 장치는 1시간 중 45분 동안은 0.3µW(마이크로와트)로 정수의 합을 연속적으로 계산하고, 나머지 15분은 0.24µW로 대기하는 방식으로 6개월 간 동작했다. 발전기는 태양빛을 받지 못할 때도 전력을 계속 공급했다.

(사진 P. Bombelli, A. Savanth, A. Scarampi, S. J. L. Rowden, D. H. Green, A. Erbe, E. Årstøl, I. Jevremovic, M. F. Hohmann-Marriott, S. P. Trasatti, E. Ozer, C. J. Howe)/뉴스펭귄
초소형 컴퓨터와 연결된 생체 발전기 (사진 P. Bombelli, A. Savanth, A. Scarampi, S. J. L. Rowden, D. H. Green, A. Erbe, E. Årstøl, I. Jevremovic, M. F. Hohmann-Marriott, S. P. Trasatti, E. Ozer, C. J. Howe)/뉴스펭귄

연구진은 아직 세균 발전기가 어떻게 전기를 생산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이들은 2가지 이론을 세웠다. 첫 번째는 박테리아 자체가 전자를 만들면서 전류가 생성되는 경우, 두 번째는 남세균이 채워진 용기 내부가 화학 반응으로 부식되면서 용기에 쓰인 알루미늄이 양극을 가지는 조건을 만든다는 이론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자제품이 늘어나면서 전지에 쓰이는 희토류, 귀금속 등 채굴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도 늘고 있다. 또 인류는 화석연료 연소에 의한 온실가스, 원자력발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체에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연구진은 세균 발전기 제작에는 환경오염이 수반되는 재료가 필요하지 않아 미래에는 다양한 소형 장치의 전력 공급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연구진은 '세균 발전기'를 개발하기까지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학술지 ‘에너지 앤 인바이론먼털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지난 12일(현지시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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