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펭귄] '이러다 다 죽어...!' 미국 가로수 몰살하는 곤충 정체

  • 남주원 기자
  • 2022.03.17 10:29
호리비단벌레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뉴스펭귄 남주원 기자] 향후 30년 안에 미국에서 140만 그루에 달하는 가로수가 동아시아산 침입성 곤충 '호리비단벌레(Emerald ash borer, 학명 Agrilus planipennis)'에 의해 죽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내용은 영국생태학회(British Ecological Society) 응용생태학저널에 최근 게재됐다.

미국 농무부(USDA) 산림청,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캐나다 맥길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미국 전역 도시 약 3만 곳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해 미국 가로수에 대한 침입 곤충의 영향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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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 미국 도심 가로수 140만 그루 가운데 90%가 호리비단벌레에 의해 죽을 것으로 추정됐다. 약어로 'EAB'라고 불리는 이 곤충은 미국 6000개 이상 도시 지역에서 거의 모든 물푸레나무(Ash tree)를 죽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물푸레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뉴욕·시카고·밀워키가 '죽음의 핫스팟'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로수를 교체하는 데는 총 9억 달러(약 1조 1025억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호리비단벌레 유충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 유충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로 피해입은 물푸레나무 (사진 영국 농림부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로 피해입은 물푸레나무 (사진 영국 농림부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로 피해입은 물푸레나무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로 피해입은 물푸레나무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는 딱정벌레목 비단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서식한다. 주로 물푸레나무에 서식하는데, 이들 유충은 물푸레나무 내부 껍질을 먹고 자라며 나무가 물과 영양분을 운반하는 능력을 저하시켜 결국 말라죽게 만든다.

호리비단벌레는 2002년 여름 디트로이트 인근 미시간 남동부에서 공식 발견됐으나 사실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시아에서 출발한 비행기나 배에 실린 목재 수화물 및 포장재 등을 통해 미국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로수가 도시 환경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연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로수는 거리를 시원하게 하고 자동차 소음과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며 탄소를 포집하는 효과가 있다.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에게는 서식지를 제공해 생물다양성에 좋고 시민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향상시킨다.

알락하늘소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알락하늘소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연구팀은 아시아산 알락하늘소(Anoplophora chinensis) 등 아직 미국에 유입되지 않은 특정 곤충 종이 미래 가로수에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들은 침입성 곤충이 앞으로 57종가량 증가할 것이며, 만약 이 종들이 미국에 정착하게 될 경우 향후 30년 동안 약 49억 달러(약 6조 25억 원) 규모 잠재적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구가 많을수록 침입성 곤충의 유입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호리비단벌레 (사진 영국 농림부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 (사진 영국 농림부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연구팀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도시에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심지 않는 한 가로수는 침입성 해충으로부터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몇몇 친숙한 종에만 집중하기보다 여러 종을 심어야 도시에서 나무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해당 나무를 숙주로 하는 침입종이 쉽게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주 저자인 엠마 허긴스(Emma Hudgins) 박사는 "이러한 결과는 북미의 물푸레나무와 마찬가지로 도시 전체에 나무를 한 종만 심는 것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의 나무 다양성을 높이면 해충 침입에 대한 회복력이 생긴다. 우리는 단일 작물 재배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보다 직관적으로 알고 있지만, 많은 도시들이 기본적으로 동일한 나무 종을 계속해서 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호리비단벌레 (사진 미국 농무부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호리비단벌레 (사진 미국 농무부 공식 홈페이지)/뉴스펭귄

연구는 미국의 가로수에 초점을 맞췄지만 인접한 국가들의 가로수 역시 동일한 침입성 곤충 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허긴스 박사는 "캐나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볼 수 있다. 호리비단벌레가 미국과의 국경을 넘어 이곳에 도착했다"라며 "몬트리올 같은 도시에서는 물푸레나무를 모두 잃고 있다"라고 말했다.

가로수는 인간의 여행, 무역 및 기타 활동으로 인해 더 많은 침입 종에 노출되며 도시의 환경은 그 종들이 쉽게 퍼질 수 있는 조건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가로수는 인근 자연림에 비해 천적이 적고 기온이 따뜻해 침입성 곤충의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생말벌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기생말벌 (사진 Wikipedia)/뉴스펭귄

그렇다면 미국에 사는 물푸레나무가 아시아산 물푸레나무에 비해 유독 호리비단벌레에 취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시아 물푸레나무는 이들 곤충에 대한 저항성 물질이 존재하나 미국 물푸레나무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미국에는 호리비단벌레를 억제할 포식자나 기생말벌 등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비단벌레. 학명 '크리소코로아 코리아나'다 (사진 문화재청)/뉴스펭귄
우리나라 고유종인 비단벌레. 학명은 '크리소코로아 코리아나'다 (사진 문화재청)/뉴스펭귄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된 안장틀 (사진 문화재청)/뉴스펭귄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된 안장틀 (사진 문화재청)/뉴스펭귄

한편 지난 2012년 국내 연구팀은 한국의 비단벌레(학명 Chrysochroa coreana)가 동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기존 비단벌레 종과는 다른, 한반도에만 서식하는 새로운 고유종임을 밝혀냈다.

이 비단벌레는 국내 서식하는 비단벌레과 곤충 중 가장 크며 초록색과 금빛이 도는 아름답고 화려한 몸 빛깔로 '옥충(玉蟲)'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의 화려한 딱지날개는 '옥충장식'이라는 기법으로 신라시대 말안장 가리개와 발걸이를 장식하는 데 쓰였다.

이 같은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데다가 지금은 변산반도 등 전라도 일부 지역과 경상남도 밀양 등지에서만 겨우 발견되는 탓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밝혀진 해당 비단벌레는 인간에 의해 남획되고 오래된 숲이 사라지면서 함께 자취를 감췄다. 이들 종은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팽나무, 느티나무, 감나무 등 고사목에 산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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