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정작 참여는 '너무 어려워'

  • 최나영 기자
  • 2022.02.13 10:00

전자영수증 발급‧다회용기 사용 등…총 18개 업체서 적립 가능
소비자들 “취지 좋지만 보완은 필요”

[뉴스펭귄 최나영 기자] 정부가 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을 지원하기 위해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적립 방식이 복잡해 이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에 일일이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참여기업 중에는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앱‧홈페이지가 없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13일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참여를 위한 절차 중 하나인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홈페이지에 가입한 사람은 현재까지 7만2천명 가량이다. 앞서 환경부는 포인트 상한액 기준, 올해 10만명 참여를 목표로 예산을 확보했다.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는 다회용기 사용‧무공해차 대여 같은 탄소중립 실천활동을 하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한 사람이 1년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는 최대 7만원. △종이영수증 대신 전자영수증 발급 △화장품‧세제 구매시 다회용기 사용 △음식 배달앱 사용시 다회용기 선택 △차량공유업체에서 무공해차 대여 △그린카드로 친환경 제품 구매 △기후행동 1.5도 앱에서 실천 챌린지 참여(어린이‧청소년) 등 총 6개 분야에서 활동하면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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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기업은 △갤러리아백화점‧롯데(롭스‧마트‧백화점)‧신세계백화점‧이마트‧현대백화점‧홈플러스(이상 전자영수증 부문) △아로마티카‧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슈가버블‧에뛰드‧알맹상점‧와플(이상 리필스테이션 부문) △요기요 ‘위대한 상상’‧경기도 ‘배달특급’(이하 배달앱 부문) △쏘카‧그린크‧피플카(이상 무공해차 부문) 등 크게 18곳이다.

하지만 ‘7만명 가입’이 무색하게 일부 소비자들은 참여 방식이 복잡하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홈페이지 가입만 해 놓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따른 인센티브 (자료 환경부)/뉴스펭귄
탄소중립 실천활동에 따른 인센티브 (자료 환경부)/뉴스펭귄

 

18개 기업에서 적립받으려면 18개 기업에 회원가입해야
회원가입할 모바일 앱‧홈페이지가 없는 것도

참여를 위해서는 우선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홈페이지(https://cpoint.or.kr/netzero)에 가입해야 한다. 참여기업에도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포인트제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바일 앱 등으로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이후 참여기업에서 다회용기 사용 등의 실천을 하면 포인트가 적립된다. 

문제는 참여기업들의 포인트 적립을 위한 시스템이 통합돼 있지 않아서, 적립받을 참여기업에 모두 개별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10개 기업에서 포인트 적립을 희망하면 10개 기업 모두에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참여 방식이 번거롭다”는 소비자들의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회원가입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또는 홈페이지조차 없는 참여기업도 있다. 참여기업 중 대기업의 경우 모바일 앱이 이전부터 갖춰져 있지만, 소규모 업체는 시스템 구축이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업체를 이용할 경우 포인트를 어떤 방식으로 적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홈페이지에 나와 있지 않다.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실무 운영을 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가 없는 곳을 이용할 땐 연락처와 이름을 남기면 제도를 시행하는 우리 측에 연동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밖에 참여방법과 관련한 설명도 전반적으로 홈페이지 안에 여러 군데로 분산돼 있어서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사진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홈페이지 갈무리)/뉴스펭귄

 

소비자들, 홈페이지 설명 부실 지적도 
소규모 제로웨이스트숍 “동네 작은 가게들 통합 시스템 있었으면”

일부 소비자들은 참여 방식이 불편하다고 토로한다. 40대 여성 A씨는 “참여기업들이 모두 통합돼서 한 번만 가입하는 방식이면 이용하겠지만, 개별 기업마다 일일이 들어가서 회원가입해야 하는 방법은 너무 번거롭다”며 “어르신이 이용하기도 힘든 방식”이라고 말했다.

40대 남성 B씨는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홈페이지 가입까지 했지만, 실제 포인트 적립을 하는 것은 포기했다고 전했다. B씨는 “자주 가는 업체에만 회원가입을 해 이용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회원가입을 위해 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홈페이지에 가 보고는 실망했다”며 “홈페이지 설명이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느껴졌고 참여기업과 연결하는 링크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입 초기여서 그런지 취지는 좋지만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국환경공단도 이런 부분을 알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정보가 부족한 것은 맞다”며 “5월께 홈페이지도 일부 보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올해 1월부터 적립된 포인트를 오는 5월에 일괄 지급할 예정이다. 이후 월별 지급한다. 이 관계자는 “5월에 1차로 지급해 예산이 어느 정도로 소진되는 지 본 뒤, 참여기업이나 실천항목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기업에 모두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우리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무조건 전자영수증이 발급되는 방식이면 물론 좋겠지만, 기업마다 입장이 다 다르다”며 개별 기업 가입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일부 참여기업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제로웨이스트 가게 알맹상점도 해당 제도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를 비롯한 시스템이 없다. 고금숙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국내 작은 가게를 찾아와 친환경 활동을 실천하는 손님들에게 뭔가 혜택을 드리면 좋겠다는 취지는 좋은 것 같다”며 “하지만 앱이나 자사 홈페이지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우리처럼 작게 운영하는 곳은 아직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동네 작은 가게들에서 통합적으로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알맹상점에 탄소중립 실천포인트를 적립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고 대표는 “지금까지 한 명 있었다”며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은 만큼, 포인트가 손님들에게 안정적으로 지급되는지 (5월에) 확인이 되면 그 다음에 포인트제를 홍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환경단체 “탄소배출에 대한 정부‧기업 책임 더 강조해야
개인 실천으로 감축되는 탄소배출량도 공개되지 않아”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한 개인의 실천보다는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더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가 일상 속 시민들의 실천을 확산한다는 면에서 정책적 학습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석탄발전소 등과 같이 더 큰 단위에 책임을 지우는 정책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활동가는 “포인트제 와 같은 시민 실천으로 줄일 수 있는 온실가스가 어느 정도냐에 대한 계산도 정부는 없거나 말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 도입으로 인해 예상되는 탄소배출 감축 효과는 포인트를 처음으로 지급하는 5월이 되면 추계가 가능할 것 같다”며 “일상 속에서 개인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인식 제고의 효과, 즉 정성적인 측면의 효과가 정량적인 효과보다 더 클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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