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 춘천 맹꽁이 강제이주, 생사조차 알길 없다

2021-11-16     임병선 기자
맹꽁이 (사진 Pierre Fidenci)/뉴스펭귄

[뉴스펭귄 임병선 기자] 강원도 춘천시에 중도동에 서식하던 멸종위기종 맹꽁이는 지난 9월 강제이주 당했다. 이곳에 호텔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강원중도개발공사는 2022년 5월 개장이 예정된 테마파크 레고랜드 바로 옆에 하중도관광지 호텔을 시공한다. 호텔 부지는 하중도 북쪽 끝에 위치했다. 부지에 맹꽁이 서식이 확인되자 시공사 측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체서식지로 이주 계획을 밝혔다.

시공사 측이 맹꽁이 이주 과정 및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호텔 부지에 서식하던 맹꽁이들이 대체 서식지에 잘 자리잡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졌다. 전문가는 맹꽁이 이주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서울대학교에서 교수 활동을 하다 현재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에서 연구 중인 양서류 전문가 브루스 월드만(Bruce Waldman) 교수는 "추측컨대 맹꽁이 이주는 어려울 것 같다"고 뉴스펭귄에 밝혔다. 

이어 "수년 전 경기도 시화호에서 선행 연구를 통해 맹꽁이 69마리를 이주하는 실험이 있었는데 몇년 뒤 3마리가 이주 지역에서 400m 떨어진 원래 집에서 다시 포획됐다"고 말했다. 미래에는 하중도관광지 호텔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맹꽁이가 발견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맹꽁이는 다른 양서류와 마찬가지로 번식지에 이동한 뒤 서식지나 동면 장소로 돌아간다. 원래 집에서 이주시키면 원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할 것"이라면서 "이후 인간이 서식지에 가한 모든 변화를 감안하면 이것은 위험한 여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양서류·파충류 전문가 강원대 과학교육학부 박대식 교수는 "멸종위기종 이주의 경우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가 강한 편이나 어디까지나 원서식지 보전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에서 멸종위기종을 포획하고 이주하려면 환경부 허가를 얻어 계획서와 보고서 등 서류를 제출하고 지방환경청의 보완 요구에 응해야 한다.

레고랜드 인근 하중도관광지 호텔 부지 추정 장소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취재 과정에서 당국의 멸종위기종 이주 검증시스템 허점이 드러났다. 현재 절차 상 당국은 맹꽁이가 성공적으로 이주됐는지, 보고된 개체수가 올바른지, 사후 모니터링 결과가 어떤지 등 평가를 시공사가 제공하는 보고서에만 의존하고 있다.

환경부 국립생태원 측은 현재까지 멸종위기종 이주에 따른 장기적 결과를 연구한 바가 없다. 또 이주 후 멸종위기종 생존율이나 사례 분석 통계도 없는 상태다.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종 이주를 실행하기 전 계획서에 대한 자문 업무는 수행하지만, 평가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멸종위기종 이주에 대한 현장 감독 절차에 강제성도 없다. 이에 대다수의 지방환경청은 이주 계획서만 확인할 뿐 평가나 이주 현장 감독은 하지 않는다.

만약 법적 절차가 있더라도 현장 감독은 시스템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원주지방환경청 공무원 1명이 강원도와 충북 5개 시에서 멸종위기종 포획 및 이주를 비롯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관련 업무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실정이다. 

(사진 국립생태원)/뉴스펭귄

시공사 측은 맹꽁이 이주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 하중도관광지 호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맹꽁이 이주를 지켜보는 외부 관점조차 모두 차단된 것이다.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뉴스펭귄의 맹꽁이 이주 관련 자료 공개 요청에 환경청 측 요구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확인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원주지방환경청 환경영향과와 자연환경과 측은 뉴스펭귄에 이주 보고서와 현장 비공개를 시공사 측에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뉴스펭귄은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원주지방환경청에 맹꽁이 이주 관련 보고서 전문 열람을 요청한 상태다. 앞서 인천 계양신도시에서 금개구리·맹꽁이, 군산시 선유도에서는 흰발농게 등 멸종위기종 이주 현장을 공개한 사례가 있었다.

이전에도 개발 부지에서 멸종위기종을 이주시키려는 경우,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는 시민단체 반발이 나오곤 했다. 대부분 사례에서 이주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었으나, 많은 시공사들은 결국 멸종위기종 이주를 택했다. 이번도 마찬가지로 생존 여하를 알 수 없는 '이주 작전' 결과는 맹꽁이가 모두 떠안게 됐다.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
강원도 춘천 중도에서 레고랜드를 배경으로 상연된 환경보호를 주제로 한 연극 (사진 임병선 기자)/뉴스펭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