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 신안 고유종 참달팽이의 수난

2021-07-25     이후림 기자
참달팽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제공)/뉴스펭귄

뉴스펭귄의 새로운 기획시리즈 [우리 고장 멸종위기종]은 국내에 서식하는 주요 멸종위기종의 ‘현주소’를 알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종이든, 그렇지 않든 사라져가고 있는 종들이 처한 위기상황을 주로 드러내는 것이 목표다. 우리 바로 곁에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과, 그 종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다. 공존과 멸종은 관심이라는 한 단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뉴스펭귄 이후림 기자] 언젠가부터 화단에서 마주치는 달팽이를 보면 옛 생각이 났다. 어렸을 적 비 온 뒤 축축하게 젖은 흙과 풀 사이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달팽이를 꼭 한 마리씩 집으로 데려왔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에 젖은 신선한 상추와 배춧잎을 매일같이 채집통 안으로 넣어줬지만 달팽이는 며칠 지나지 않아 껍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비 온 다음날이면 흔히 볼 수 있는 데다 짧은 시간 함께한 미물 달팽이와의 이별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연민과 슬픔, 미안한 마음이 이따금씩 올라오기도 했지만 껍질 안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 달팽이는 뇌리에서 빠르게 잊혀 갔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달팽이는 사람들 관심을 그다지 받지 못하는 종 중 하나다.

텃밭 등 애써 가꾼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탓에 해충으로 취급받을뿐더러 서식지가 경작지나 인가와 인접한 경우가 많아 여기저기 출몰하는 달팽이가 보호받아야 할 생물이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람들 부주의에 자그마한 달팽이는 쉽사리 죽어나간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는 사람에, 이동 수단에 밟혀 죽고 압사당한다. 도시산업화로 서식지 또한 축소돼 사회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일부 종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참달팽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제공)/뉴스펭귄

한낱 미물로 여겨지던 달팽이도 엄연히 보호받아야 할 생물이라는 사실은 2005년 환경부가 전라남도 신안군 홍도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참달팽이'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으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참달팽이는 전남 신안군에만 서식하는 고유종이다. 본래 신안군에서도 오로지 홍도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참달팽이는 지난해 홍도 근처 섬에서 추가로 발견되면서 서식지 범위가 늘어났다. 당시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정확한 서식지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다.

참달팽이 외에도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거제외줄달팽이와 울릉도달팽이 역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지정됐다. 

이중 특히 참달팽이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종합계획'에서 복원연구가 시급한 '우선복원대상종'으로 선정됐을 만큼 신속한 복원연구가 필요한 종이나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참달팽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제공)/뉴스펭귄
참달팽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제공)/뉴스펭귄

최근 참달팽이 복원연구를 시작한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곤충·무척추동물팀 박종대 전임연구원은 "참달팽이 존재는 문헌으로만 전해지다 1993년이 돼서야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그 실체가 확인됐다"며 "생태연구가 진행된 바 거의 없어 알려진 정보가 많지 않다"고 운을 뗐다.

박 연구원은 "특히 우리나라는 육상 패류에 대한 연구가 많이 미진한 편이다. 국내 전공자가 많지 않을뿐더러 타 분류군에 비해 분포 연구 등 조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일단 환경부 등 국가 차원 자연환경조사 범위에 육상 무척추동물 조사 항목이 없다"고 털어놨다.

불행 중 다행으로 2018년 참달팽이가 우선복원대상종으로 선정되면서 지난 2월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참달팽이 인공증식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후 박 연구원을 비롯한 연구팀은 참달팽이 개체군 신규 서식지 발굴 및 보호 활동, 먹이원 분석, 산란 조건 실험, 기초 생태 조사 등 지속적인 연구 수행 중에 있다.

참달팽이 (사진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제공)/뉴스펭귄

참달팽이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서식환경 변화와 인간의 인위적인 간섭이다.

박종대 전임연구원은 "많은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섬 홍도에만 서식하는 참달팽이 특성상 사람들 무관심에 의해 밟혀 죽거나 압사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식지가 되는 돌담 등이 파괴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참달팽이는 홍도 일대 일부 도서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서식하는 종으로 개체군이 절멸한다면 종 전체 절멸과 직결된다. 비단 참달팽이 뿐 아니라 멸종위기에 처한 모든 개체들은 도시산업화로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없게 되면서 관심에서 멀어진 것"이라며 "그중 하나가 참달팽이일 뿐이다. 보호받아야 할 생물들 홍보를 통해 국민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립생태원은 3월 신안군과 '야생생물의 보전·관리를 위한 신안군·국립생태원 업무협약'을 맺고 지역 주민들과 함께 멸종위기종인 고유종 참달팽이를 알리고 보호하는 활동을 실행할 계획 중에 있다.

박 연구원은 "참달팽이에 관한 정보는 국내 연구가 전무하다고 할 만큼 부족하다. 언제 동면을 하고 언제 생식을 하고 어떤 환경을 선호하고 어떤 먹이를 선호하는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면서 "참달팽이 보전을 위해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