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00마리 뿐"...세상에서 가장 작은 거북이 '멸종 직전'

2025-11-24     이지영 기자
발라르타 진흙거북은 멸종 직전 단계에 해당하는 ‘위급(CR)’ 등급의 멸종위기종이다 (사진 commons wikimedia)/뉴스펭귄

몸 길이는 10센치미터 남짓, 다 자라도 동전이나 메달 크기 정도인 작은 거북이가 있다. 멕시코 푸에르토 바야르타에만 사는 '발라르타 진흙거북'. 세상에서 가장 작은 거북이다. 이들은 불법거래와 열악한 서식지 환경, 도시개발에 따른 로드킬 위험, 외래종과의 치열한 경쟁이라는 4가지 위기에 내몰리며 지구상에 300여 마리만 남았다. 

발라르타 진흙거북(Vallarta Mud Turtle, Kinosternon vogti)은 2022년 IUCN(국제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종 위급(CR)등급으로 지정됐다.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불법 거래와 현지 서식지 개발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앞으로 3년 이내에 완전히 멸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다.

지난 2018년 조사에서는 약 1,000마리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불과 몇년 사이 개체수가 70% 가량 줄어든 이유는 뭘까? 

귀여운 외모가 불러온 비극… 국제 불법거래의 표적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거북이다. 암컷은 다 자라도 등껍질 길이가 10cm를 넘지 않고, 수컷도 최대 9cm 미만이다. 새끼는 아무리 커도 2.3cm 정도다. 코 끝에 노란 점이 달려있는 것도 특징이다. 

국제 환경단체 터틀 아일랜드(Turtle Island)에 따르면, 이렇듯 작은 크기와 독특한 외모 때문에 불법 거래의 주요 대상이 된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밀수꾼들이 연구실까지 침입해 무려 40마리를 훔쳐가기도 했다. 당시 범인들은 멕시코 환경청 직원을 사칭해 현지의 한 대학 연구실에 침입해 '허가증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100마리 중 40마리를 가져갔다. 당시 연구실에 있던 교수가 해당 거북이들의 등껍질 표식을 통해 확인해보니 해외 SNS 계정에서 마리당 수만 달러에 불법 거래되고 있었다. 

올해 10월에는 멕시코 할리스코 주의 한 쓰레기통에서 거북이들이 발견됐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발라르타 진흙거북이 발견됐다. 이 거북이들 역시 불법 거래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발라르타 진흙거북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거북으로, 반려동물 시장에서 불법 거래의 주요 대상이다 (사진 commons wikimedia)/뉴스펭귄

우기 습지에만 존재하는 생존 공간… 작은 변화에도 무너진다

서식지가 항상 습지 상태를 유지하지 않기 때문에 멸종 위기가 더 심해진 측면도 있다. 이 거북은 우기 동안 잠시 나타나는 얕은 습지(임시 웅덩이, 석호)에 살기 때문에 보호가 특히 어렵다. 이 거북들은 5월에서 9월 사이 비가 올 때 고인 물에 살다가, 2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는 건기에는 땅속으로 들어가 잠을 잔다.

습지가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있지만, 울타리나 감시시설이 없어 오랜 기간 쓰레기와 오염원 등으로 방치됐다. 건기에는 습지가 거의 사라져 주민들이 생활쓰레기나 건설폐기물 등을 무단 투기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했다. 

도시 한 가운데에 서식지, 개발로 로드킬·직접 포획까지

서식지가 도시와 가깝고 심지어 유명 관광지 근처여서 개발 위협에도 쉽게 노출된다. 이들이 사는 지역은 1960년대부터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유명 휴양지다. 현재도 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리조트와 골프장, 도로건설 등 관광 인프라 개발이 지속되면서 서식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도로 건설 등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우기에 다른 습지로 이동하던 거북이들이 차량에 치여 죽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쉽다. 새로운 도로가 습지 간의 이동 경로를 막았기 때문이다. 또한 서식지와 도로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일부 주민들은 도로 인근 습지에서 거북을 쉽게 포획해 지역 내 불법 거래에 이용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에 글로벌 환경 전문 매체인 몽가베이(MONGBAY)는 “습지가 도로로 인해 분리되면서 더 이상 하나의 연결된 서식지로 기능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외래종 침입, 토종 진흙거북과 치열하게 서식지 경쟁 중

최근에는 외래종 위협도 제기되고 있다. IUCN에 따르면, 2021년부터 발라르타 진흙거북의 서식지에서 붉은귀거북(Trachemys scripta elegans)이 여러 차례 발견됐다. 우기에 원래 서식지에서 떠밀려 들어왔거나, 누군가 반려동물로 기르던 붉은귀거북을 습지에 풀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붉은귀거북은 등껍질이 발라르타 진흙거북의 2배 정도로 크기도 크고 식성도 다양하다. 이들은 습지에서 먹이확보나 산란장소를 위한 공간 확보 능력이 뛰어나 토착종 개체수를 빠르게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먹이 경쟁과 잠재적 교잡 위험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질병 전파 가능성도 우려된다. 외래종인 붉은귀거북이 토착종인 발라르타 진흙거북에게 면역력이 거의 없는 바이러스나 세균을 옮길 경우, 감염이 서식지 전체로 퍼질 위험이 크다. 환경 운동가들은 이런 침입종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 습지가 발라르타 진흙거북의 서식지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다른 토종 진흙거북과의 서식지 경쟁도 문제로 제기된다. 주변 습지가 개발로 사라지자 다른 토종 거북들이 발라르타 진흙거북의 주요 습지에서 발견됐다. IUCN은 "다른 진흙거북과 서식지를 공유하게 되면서 먹이와 산란 장소를 두고 직접적인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도시 한가운데에 서식지가 있어 개발위협으로부터 적극적인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사진 IUCN RedList)/뉴스펭귄

국제보호종이지만 정부 대응 소극적

하지만 정부는 실질적인 보호 조치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 발라르타 진흙거북은 IUCN(국제자연보전연맹)과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서 최상위 보호종으로 지정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의 보전 노력은 멸종위기종 등재 이후에도 매우 소극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몽가베이가 취재한 보호단체와 지역 연구자 등 현장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지적이다.

IUCN 또한 "서식지 대부분이 이미 개발되고 훼손되었으며, 이 종이 서식하는 몇 안 되는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의미 있는 보존 조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소규모 민간 차원의 보호 노력이 있지만, 야생에서 이 종을 지키기 위해서는 공공 차원의 보전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법 포획과 밀매를 막기 위한 감시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 단속은 주로 민간단체나 시민의 신고에 따라 이뤄졌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대학 연구실에서 잇따라 발생한 도난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뒤에야 환경청이 주요 서식지에 순찰대를 임시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

현지에서는 서식지 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의 서식지는 원래 8곳이었지만 현재 4곳만 남아있고 면적도 약 20헥타르에 불과하다. 터틀 아일랜드는 멸종위기종 지정 이후에도 정부가 서식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남아있는 4곳 중 2곳은 사유지로 개발제한 조치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개체수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있다는 게 비판의 근거다. 시에서 관리하는 2곳도인근에 새 도로가 개통되는 등 개발 이슈가 여전하다.

최근에는 우기철에 경찰과 학생들을 습지 감시자로 배치하는 시범 사업이 시작됐지만, 예산과 인력부족으로 전면 시행은 이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현지 서식지 개선과 보호 활동 대부분은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와 대학, 지역 주민들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 도로 개통 이후 로드킬이 늘어나자 지자체가 도로변에 생태 울타리를 설치하는 등 조치에 나섰지만, 이 역시 시민사회가 먼저 구조 활동과 모니터링을 시작한 뒤에 따라 나선 사후 대응에 가까웠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서식지를 에코파크로 지정하거나 복원센터를 신설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지만, 예산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IUCN은 발라르타 진흙거북은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 거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연 서식지 보전과 복원을 위한 긴급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 종의 생존은 전적으로 사육과 복원센터 그리고 인공번식 프로그램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