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제로 2050 정책 법제화 했던 영국...정치적 합의 깨질까?
[뉴스펭귄 영국 최지윤 펭윙스] 영국은 지난 2019년, '넷제로 2050년 달성'을 법으로 제정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6년 만에 최근 이를 둘러싼 정치적 합의가 무너졌다. 영국 내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 "너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넷제로란 인간 활동으로 생겨나는 온실 가스의 양과, 대기에서 자연적으로 제거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상쇄하여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기 중 온실가스 총량을 더 이상 증가시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지구는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과도한 온실가스 배출은 지표면 근처의 대기층에 더 많은 에너지를 가두게 되어 지구 온도를 높이게 된다. 그 결과, 폭염, 해수면 급상승, 자연 생태계 피해 등의 심각한 기후 재해가 나타난다.
유엔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려면 CO₂ 배출량 넷제로 달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청정에너지, 전기차, 히트펌프 등의 다양한 기술 전환이 요구될 뿐 아니라, 나무 심기, 이탄지 복원, 공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약 200개국이 21세기 후반까지 전 세계적 넷제로 달성에 동의했고, 역사적으로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선진국이 먼저 넷제로에 도달해야 한다는 데 폭넓은 합의가 있다. 이에 영국은 2019년 넷제로 2050 달성을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영국은 2024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4% 감소했다.
현 노동당 정부는 대체 에너지 확대, 신차 판매 금지, 보조금 지급 등을 약속했지만, CCC 기후변화위원회는 영국이 목표 달성을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2019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2050년 넷제로 법안을 도입했을 당시에는 주요 정당 모두가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적 합의가 깨졌는데, "넷제로"라는 단어가 경제적 목표보다도 환경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가정·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초기 비용이 너무 높고, 정부는 이를 세금·요금으로 부담을 떠넘긴다고 비판한다. "정치인들은 장기적 이익만 강조하지만, 유권자에게 당장 오는 것은 초기 비용뿐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이를 위한 기술 및 인프라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히트펌프가 영국의 낡은 주택 구조에 적합하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CCC는 영국이 권고 넷제로 달성 경로를 따른다면 2025~2050년 내에 연간 GDP 약 0.2% 수준의 순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수십억 파운드 (영국 통화) 규모의 초기 투자, 주로 민간 부문 투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여전히 수많은 연구들은 기후 변화에 서둘러 대응하지 않을 경우 추후 경제적 피해가 훨씬 크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환 과정에서 일자리 전환 문제, 세제 구조 문제, 기술 및 인프라 부족 등 비용과 이익이 불균등하게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