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선 의사, 어민에겐 전략 품종...해삼의 2가지 매력
바다의 청소부로 알려진 해삼이 때로는 ‘의사’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삼은 기후위기와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개체수가 줄었는데, 최근 국내 지자체에서는 어획량을 늘리기 위해 서식장을 조성하거나 우량 종자를 방류하는 등 개체수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강원도가 18일 “속초시 내물치, 고성군 아야진, 양양군 남애 등 동해안 3개 시·군 어촌계 마을 어장에 해삼 15만 마리를 무상으로 방류한다”고 밝혔다. 수산자원 회복과 어업인 소득 증대를 위해서다.
도는 해삼을 3개 마을 어장에 각 5만 마리씩 방류한다. 동해안 해역에서 우량 어미를 확보해 채란과 수정과정을 거쳐 생산한 1g 이상 우량 종자다. 마을 어장에 자리 잡은 종자는 방류된 지 약 2~3년 후 상품성 있는 해삼으로 성장할 것으로 강원도는 기대하고 있다. 강원도는 앞서 2011년부터 올해까지 해삼 490만 마리를 방류한 바 있다.
해삼은 유기물 분해와 해저 퇴적물 정화 등을 가능하게 하면서 해양 생태계 건강성을 유지하는데 공헌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어업인들의 고소득 품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해삼은 해양수산부의 ‘10대 수산물 수출전략 품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구가열화로 최근 개체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지자체가 나선 사례는 다른 곳에서도 있었다. 충청남도는 지난 2024년, 288억 원을 투입해 보령·태안 해역에 친환경 해삼 산란·서식장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은 2026년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서식장 확보에 나선 이유는 숫자가 줄어서다. 해삼은 19도 안팎 수온에서 식욕이 왕성하고, 10도 정도에서 운동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보령·태안 해역은 연중 4~25도의 냉수대가 유지되는 지역인데 수온이 높아지면서 해삼 생산량이 줄었다. 2024년 기준 해당 지역 해삼 생산량은 꾸준한 감소세를 기록했다.
“바다의 청소부? 바다의 의사!”
해삼은 입에 달린 촉수로 바닥을 훑으며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침전물을 모아 모래 진흙 속의 작은 생물을 비롯한 영양분을 걸러 먹는다. 이를 두고 ‘바다의 청소부’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해삼이 먹는 해저 유기물은 해양 오염원 가운데 하나다. 유기물이 바닥에 쌓이고 썩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작용이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유기물이 지나치게 쌓이면 조류가 과도하게 번식하는데 해삼이 이 지점에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돌기해삼의 경우 1년에 4kg의 펄과 모래를 섭취해 유기물 범벅인 바다의 바닥을 청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청소부 말고 다른 역할로도 알려졌다. 지난 10월 외신보도에 따르면 해삼이 산호백화 현상 등 해양 생태계 위기 속 ‘뜻밖의 수호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조지아공과대학교 연구팀은 해삼이 산호 건강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특정 산호 구역에서 해삼을 제거하고, 비교 구역은 그대로 둔 채 관찰했더니 해삼 제거 구역에서 산호가 죽는 확률이 최대 15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삼이 그저 청소부 역할이 아니라 때로는 ‘바다의 의사’ 역할도 하는 셈이다.
당시 연구진은 이렇듯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삼을 보호하기 위해 채취 할당량을 규제하고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거래 관리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