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열대우림 초미세먼지가 베이징·런던보다 많은 까닭
브라질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 열대우림 주민들이 베이징이나 런던 등 대도시 주민보다 더 많은 초미세먼지 농도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축 방목지 조성 등을 위해 고의로 일으킨 불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4일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과 2025년 화재 시즌 동안 브라질 혼도니아 주 포르투벨류와 아마조나스 주 라브레아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24시간 대기질 기준치(㎥당 15㎍)를 20배 이상 초과하는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 지역의 연평균(2019-2023) 초미세먼지 농도 또한 WHO 기준치의 2배에서 6배에 달했다.
PM2.5는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를 의미한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머리카락 지름의 약 1/30 수준 크기인 초미세먼지는 폐포와 혈관까지 침투할 수 있어 조기사망, 급성 기관지염, 심혈관 질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피스는 초미세먼지 대기오염의 주된 원인으로 가축 방목지 조성과 목초지 재생을 위해 고의적으로 일으킨 방화를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화재 발생 건수는 2024년에 비해 적었지만, 여전히 여러 지역에서 WHO기준을 6배 이상 초과하는 PM2.5 수치가 자주 관측됐다. 그린피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울창한 숲을 지닌 아마존이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지역 중 하나”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화재 대부분이 농축산업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이를테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아마존 생태지역 위성자료를 분석한 결과, 육류 기업 JBS 시설을 중심으로 반경 360km 안에서 3,000만 헥타르 이상이 불탔다. 이는 이탈리아 전체 면적에 맞먹는 규모다. 그린피스는 “JBS와 같은 육류기업의 화재사용을 금지하는 명시적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공급업체의 의도적인 방화 행위에 숲이 노출될 위험이 매우 높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화재로 인한 대기오염은 지역 공중보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혼도니아 주 포르투벨류 지역 병원들은 화재 시즌마다 호흡기 질환 입원 환자가 급증했으며, 특히 어린이와 노년층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졌다.
리스 쿠냐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캠페이너는 “아마존은 지구 생명을 지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지금은 축산업에 의해 고의로 불태워진 화재의 연기에 질식하고 있다”며 “목초지 확보를 위해 시작된 이 불길은 도시 거주민부터 숲 속의 선주민·지역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아마존에 사는 모든 이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화재는 산업형 농업이 초래하는 진짜 대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후원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생물다양성의 보고 아마존이 세계 각국의 대도시보다 더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불타는 아마존은 기후위기라는 부메랑이 되어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은 COP30이 열리는 벨렝 회의에서 각국 정부가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2030년 목표인 ‘삼림 파괴 및 훼손 중단·복원’을 이행하기 위한 ‘삼림 행동계획’을 채택하라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