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한가운데 드러난 현실...“탄소배출 최고, 감축목표 미달”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는 가운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 추세와 국가별 감축목표가 여전히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왔다. 올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각국이 내놓은 2035년 감축목표는 1.5℃ 제한 목표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연구진이 참여하는 글로벌탄소프로젝트(GCP)는 13일 공개한 ‘2025 글로벌 탄소예산(Global Carbon Budget)’에서 올해 화석연료 기반 CO₂ 배출량이 381억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보다 1.1% 늘어난 수치로, 기록을 또다시 경신하는 수준이다. 석탄·석유·가스 등 모든 화석연료에서 배출이 늘어 전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를 상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이용 변화로 발생하는 배출은 올해 4.1억 톤으로 추정돼 일부 감소했지만, 이는 아마존 등 남미 지역 산림 훼손이 줄어든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평가된다. 전체 CO₂ 배출량 증가 폭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계 배출량을 감소세로 돌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지구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흡수원’ 변화도 관찰됐다. 지난해 엘니뇨 영향으로 크게 약화됐던 육상 흡수력이 올해 회복됐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후변화로 흡수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1960년 이후 대기 CO₂ 농도 증가분 약 8%가 약해진 육상·해양 흡수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1.5℃ 제한 목표에 필요한 '탄소예산’이 사실상 소진 단계에 있다고 경고했다. 탄소예산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나 2℃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앞으로 배출할 수 있는 CO₂ 총량을 말한다. 남은 예산은 약 1700억 톤 수준으로, 지금과 같은 배출 속도라면 2030년 이전 모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대기 중 CO₂ 농도는 425.7ppm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52% 높은 수준이다.
같은 날 COP30 현장에서 발표된 기후행동추적(CAT) 보고서 2030·2035 글로벌 업데이트’도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보고서는 각국이 제출한 2035년 국가감축목표(NDC)를 모두 합산해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48~52GtCO₂e 수준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1.5℃ 목표에 필요한 21GtCO₂e의 두 배가 넘는 규모로, 지구 온도 상승 흐름을 바꾸기엔 국가 계획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2030년 단기 목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CAT는 현재 정책 흐름만 놓고 보면 지구가 2.6℃ 상승 경로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나 탈석탄 정책이 진전되고 있지만, 세계 총배출량을 감소세로 전환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주요국의 2025년 배출 전망도 제시했다. 중국은 전년 대비 0.4% 증가, 인도는 이른 몬순으로 냉방 수요가 줄어 1.4%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미국은 한파와 에너지 수요 증가로 1.9%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고, 유럽연합(EU)도 0.4% 증가가 예상된다. 일본은 최근 흐름에 따라 2.2%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 항공 부문은 코로나19 이전을 넘어 6.8% 증가하고, 국제 해운 배출은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의 열대림 변화도 우려가 이어졌다. 동남아와 남미 일부 열대림은 기후변화와 지속적인 산림 훼손으로 탄소 흡수 기능을 잃고 오히려 순배출원으로 전환된 것으로 파악됐다. 2015~2024년 영구적 산림 훼손으로 인한 배출은 매년 약 4GtCO₂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조림·자연재생 등을 통한 상쇄 효과는 그 절반 수준에 그쳤다.
CAT 보고서는 2035년 국가별 감축목표를 공식적으로 평가한 첫 보고서로, COP30에서 협상 중인 감축목표 재강화 논의의 핵심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자연흡수원마저 약해지고 있지만, 국가별 감축목표는 여전히 1.5℃ 경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금보다 훨씬 빠른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구가 온도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시간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