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톤 버려지던 감귤 폐기물이 자원으로 변신했다

농업 부산물 자원화로 기후위기 대응 선도 농진청, 감귤 폐기물로 ‘순환농업 솔루션’ 제시

2025-11-12     곽은영 기자
해마다 5~7만 톤 버려지던 감귤 부산물이 친환경 농업 자재와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로 부활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해마다 5~7만 톤 버려지며 환경오염을 유발했던 감귤 부산물이 친환경 농업 자재와 고부가가치 산업 소재로 부활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자원순환 기술과 민간 기업의 창의적인 업사이클링 노력으로 감귤 폐기물이 기후위기 시대 지속가능한 해법을 제시하는 황금 자원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다. 농업 부산물 자원화는 환경과 경제를 살리는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국내 재배량이 많은 과일인 감귤은 생산량의 30%가 음료 등 가공용으로 사용된다. 문제는 과즙을 짜낸 후 연간 5~7만 톤가량의 부산물이 발생해왔다는 것이다. 과육과 껍질 등 처리 비용으로만 연간 15~20억 원이 소요됐다. 

지난해 기준 약 4만 톤의 감귤 부산물이 폐기 처리됐다. 여기에는 즙을 짜고 남겨지는 부산물과 판매가 힘들거나 유통과정에서 못 쓰게 된 등급도 포함된다. 심각한 것은 이 과일 쓰레기가 부패 과정에서 지구가열화의 주범인 메탄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렇게 버려지던 감귤 부산물을 악취 저감제, 해충 유인제, 토양 개량제 핵심 친환경 농업 자재로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기술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농진청 연구진은 감귤 부산물을 30%의 침출수와 70%의 껍질·과육으로 분리해 맞춤형 재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침출수는 악취 저감과 해충 방제용을 활용된다. 침출수에 유산균, 고초균 등 유용 미생물을 배양해 만든 악취 저감제를 실제 양돈 분뇨 저장조에 투입한 결과, 악취 성분인 암모니아가 91%, 황화수소가 99%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는 화학 약품을 대체하는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방식이다. 농진청은 2000마리 규모 양돈 농가 기준 연 3700만 원의 소득 증대 효과와 4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를 기대했다.

해충 유인제는 감귤의 리모넨 성분과 페로몬을 조합한 것으로 큰검정풍뎅이 유인·포획률을 약 45% 향상시켰다. 농가 실증에서 고구마 피해율을 52%에서 15%로 줄였으며, 시중 리모넨 구매 비용을 70% 절감하는 경제성도 확보했다.

껍질과 펄프를 활용한 토양 개량 자재는 기존 토양 자재보다 물을 머금는 능력인 보수성을 50% 이상 높였다. 이는 식물의 수분 스트레스를 약 90% 줄여 땅심을 기르는 데 크게 기여한다.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대현 원장 직무대리는 “감귤 부산물 자원순환 기술은 폐기 비용 절감, 악취 저감, 해충 관리, 토양 개량 등 다각적 효과를 통해 농가 소득 향상과 농업 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 농산업 부산물 자원화의 혁신 모델로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은 감귤 부산물을 악취 저감제, 해충 유인제, 토양 개량제 핵심 친환경 농업 자재로 재활용하는 자원순환 기술을 개발했다. (사진 농촌진흥청)/뉴스펭귄

귤박에서 K-클린뷰티·기후테크까지...민간에서도 무한 변신

감귤 부산물의 잠재력은 농업 분야를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감귤 부산물에 풍부한 항산화·항염증 기능 성분인 헤스페리딘, 나리루틴 등의 추출을 극대화하는 기반 기술도 지난해 개발했다. 냉·해동 후 효소와 주정 처리 및 열풍 건조를 통해 기존보다 건조 효율을 높이고, 기능성 물질 추출량을 극대화하는 공정이다. 감귤박이 식품, 화장품, 펫푸드 등의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제주 기반의 R&D 기업 제주시트러스랩스는 버려지는 제주 감귤박을 업사이클링해 독자 성분인 ‘귤박수’를 개발, 이를 핵심 원료로 한 라인을 선보였다. 이 원료는 대한화장품협회(KCA) 성분 사전에 공식 등재되며 독창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이들은 폐감귤 부산물을 활용한 친환경 합성 공정 등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기후테크 스타트업 비유는 버려지는 귤껍질을 활용해 토양 보호제, 토양 개량제, 화장품 등을 만들고 있다. 이들이 개발한 친환경 토양 피복제는 기존 돌이나 비닐을 대체해 흙의 유실을 막고 잡초를 방지하며 생분해돼 환경오염 문제까지 해결한다. 

토양 개량제는 나무의 고사를 막기 위해 물을 머금는 성질을 활용해 개발, 비싼 수입산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환경부는 비유를 농식품 부산물 활용 규제 샌드박스 1호 기업으로 선정하며 가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