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산불에만 완벽? 수리부엉이는 까맣게 잊혀졌다
사람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공사는 그 형태와 목적을 막론하고 멸종위기 야생생물 서식지와 충돌하는 사례가 된다. 올해 3월 산불로 큰 피해를 본 울산 울주군 대운산에서 불길이 지난 지 석 달 뒤인 6월 수리부엉이가 관찰됐다. 그러나 같은 지역에서 산림 복구가 동시에 이뤄지며 생태적 고려가 충분했는지 질문이 남는다.
수리부엉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종의 위협 요인을 숲 면적 감소와 단편화, 도로 건설 등 서식환경 변화로 설명한다. 먹이를 찾아 이동하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차량 충돌 등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
<뉴스펭귄>은 지난 6월 울산 울주군 귀지못 인근 산불 피해지 대운산 절벽에서 휴식 중인 수리부엉이를 발견했다는 시민 제보를 보도했다. 해당 지역은 3월 대형산불로 약 900헥타르 이상이 불에 탄 곳이다. 절벽·암벽 지대를 선호하고 상위 포식자인 수리부엉이 관찰은 일부 생태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됐다.
그러나 겨울철 조사를 위해 현장 다시 찾은 지역단체 '짹짹휴게소' 홍승민 대표는 복구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확인했다. 인간의 시선에서는 위험목을 제거하는 복구 현장이지만, 야생생물의 시선에서는 서식지가 사라지는 과정이다.
'복구' 위한다는 산불피해지 긴급벌채사업
홍 대표는 "울산시는 산업과 생물이 공존하는 도시지만 이런 인식이 자리 잡은 건 불과 3년"이라며 "현재의 생물다양성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가 더 세심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주군에 따르면 해당 공사는 산림청 예산으로 진행되는 '산불피해지 긴급벌채사업'이다. 군 관계자는 "대형산불로 고사한 소나무를 도로·인가 인근에서 제거해 2차 사고를 방지하는 사업"이라며 "내년 조림을 준비하기 위한 복구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특별재난지역 복구에 해당하며,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 따라 '산림자원조성 및 관리법'상 산림사업으로 분류돼 환경영향평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9월 시작된 벌채는 현재 남은 목재 반출 작업이 진행 중이며, 12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사업 대상지는 산 안쪽이 아니라 도로·인가 주변의 고사목 제거 구간"이라며 "수리부엉이 지속 서식 여부는 확인한 바 없다"고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긴급벌채사업은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외되고, 멸종위기종 서식 미확인 모두 절차상 정당하다. 다만, 공사 과정에서 누가 멸종위기종 서식 여부를 인지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울산시는「울산광역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자체 보호 야생생물 57종을 지정하고 있다. 전국에서 이 같은 조례를 둔 지자체는 8곳뿐이다.
생태·문화재 보호 절차 모두 예외 적용된 벌채 사업
수리부엉이는 울산시 보호종으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 울산시 관계자는 수리부엉이 보호 주체가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전제로 "시 보호종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을 제외한) 야생생물 중에서 시에서 별도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종을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리부엉이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수리부엉이와 같은 조류 또는 포유류(수달, 담비 등)는 대체로 "넓은 행동 반경"과 "공사가 시행되면 보다 안정된 지역으로 회피가 예상"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지조사와 문헌조사로 이를 평가하는데, 시민 조사는 적극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편이다. 지난 4월 울산 울주군 온산읍 산업폐기물 매립장 예정지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수리부엉이가 누락됐다가 시민 제보가 <뉴스펭귄> 보도를 통해 전달되면서 뒤늦게 반영된 바 있다.
기후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발견 주체가 국가냐 시민이냐는 기준은 없으며,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고 제보가 있으면 반영된다"고 말했다.
긴급벌채사업처럼 환경영향평가 제외 대상인 경우, 현장에서 멸종위기종이 발견된다면 공사 주체는 어떤 조치를 이행해야 할까. 기후부 환경영향평가과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는 영향을 예측해서 저감방안을 구체적으로 세우자는 취지"라며 "환경영향평가 제외 대상이어서 환경영향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사 중 멸종위기종이 발견되면 「야생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포획·이주 허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사업 인허가 과정에서도 생태적 검토 절차는 없다. 산지전용이나 벌목 허가 시 제출해야 하는 산림청의 '산림조사서'에는 수종과 입목축적 등 산림 상태만 기재될 뿐, 멸종위기종이나 주요 식생을 조사하는 항목이 없다. 산림청 산림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산림조사서는 "산림기술자가 조사·작성하는 문서로 수종·입목축적·평균수고 등 산림 상태를 기록한 서류"로 규정돼 있다.
문화재 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에서 매장문화재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지표조사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제4조 제2항에 따라 "입목이나 대나무의 벌채·식재 등 산림사업은 지표조사 예외 대상"으로 두고 있다. 생태·문화재 보호 절차 모두에서 산림사업은 예외로 남아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 3월 국가유산청이 행정지침을 개정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가유산청은 각 기관에 배포한 <국가유산영향진단법 행정지침>에 “임도, 작업로, 임산물 운반로 등의 개설·굴취 등이 포함된 사업의 경우 영향진단의 대상임에 유의”라고 명시했다.
이에 산림청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지난 9월 법제처는 “법의 취지상, 작업로 개설이 포함된 벌목사업은 매장문화재 지표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결론냈다.
따라서 현재 시행 중인 긴급벌채사업은 위법 상태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침 개정 이후에도 기존 ‘예외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 공사를 진행한 경우, 법 위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리하면, 이 모든 과정에서 '수리부엉이' 즉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지워져 있다. 산에서 서식하거나 생활하는 야생생물을 보호하거나 보호해야 할 이유가 행정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구조다.
서울환경연합 최진우 전문위원은 "벌목은 법적으로 '수확' 개념으로 분류돼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이라도 허가만 받으면 진행할 수 있다"며 "산림은 경영자산이면서 생태공간이기도 하다.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조사와 검토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를 하더라도 '회피'를 예측하는 평가 내용에서 공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 위원은 "멸종위기종이 공사로부터 '회피할 것'이라는 문구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동물 입장에서 회피는 생존과 번식 실패를 초래할 수 있는데,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회피 예상'으로 정리하는 것은 행정 편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불 피해지처럼 광범위한 지역이 불탄 상황에서 야생동물이 어디로 이동하고, 어떤 환경에서 다시 터전을 마련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인간 중심적 단정은 생태적 회복력 평가를 왜곡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은 안전과 복구를 위한 절차를 설계했지만, 야생생물은 설 자리가 없다. 행정 책임은 나뉘어 있지만, 생태 책임은 빈자리다. 현장에서 수리부엉이 존재를 확인할 의무가 그 누구에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