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호랑이는 왜 목숨을 잃었나?
100년 전 야생에서 사라진 백두산 호랑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추모 공간 마련
국내 최고령 백두산호랑이 ‘한청’이 20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백두대간 숲을 거닐던 마지막 호랑이를 지키려는 한국의 보전 노력 속에서 한청은 ‘살아있는 상징’이었다.
서울대공원에서 2005년 5월 8일 태어난 한청은 2017년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사해 8년간 호랑이숲에서 생활해 온 암컷 호랑이다. 이름에는 ‘한’국의 기운을 품고 ‘청’계산 아래에서 건강하게 자라라는 뜻이 담겼다.
호랑이는 야생에서 평균 13~15년을 산다. 사육 환경에서는 17~20년을 사는데, 한청은 국내에서 등록된 개체 중 최고령으로 일생을 채웠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 따르면, 한청은 지난해 5월부터 컨디션이 저하돼 집중 진료와 치료를 병행해 왔다. 6월 말에는 섭식량과 활동 수준이 회복되며 활력을 되찾았지만, 혹독한 겨울과 노령화가 겹치며 다시 기력이 약해졌다. 수목원 측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북대 수의과대학과 협력해 부검과 정밀 진단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되살린 마지막 야생의 기억 ‘호랑이숲’
한청이 살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은 멸종위기종인 백두산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의 종 보전을 위한 국내 최대 규모 서식공간이다.
산림청은 백두대간 생태축을 지키기 위해 2009년부터 약 2200억 원을 투입해 수목원을 조성했다. 이 중 축구장 7개 규모인 4.8ha가 호랑이를 위한 숲으로 만들어졌다. 단순한 우리가 아닌, 숲 형태의 지형, 쉬어갈 수 있는 인공 동굴, 수영을 할 수 있는 물가, 뛰어오를 수 있는 목재 구조물까지 실제 북방호랑이의 생태 행동을 고려해 설계됐다. 국내 호랑이 전시 공간 가운데 가장 넓다.
현재 호랑이숲에는 한청이 떠난 자리를 제외하고 5마리가 남는다. 2017년 한청과 함께 이주한 ‘우리’, 2019년 옮겨온 ‘한’과 ‘도’, 2021년 새롭게 온 ‘태범’과 ‘무궁’이다.
백두산호랑이는 한국호랑이, 아무르호랑이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에 남아 있는 6종 호랑이 중 가장 큰 종으로 수컷의 몸길이는 최대 3.9m, 몸무게는 300kg을 훌쩍 넘는다. 한때 한반도는 이 거대한 포식자의 서식지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해수구제 정책과 서식지 파괴로 1920년대 이후 야생 개체는 사라졌다. 지금 한국에서 백두산호랑이는 오직 보호시설에서만 만날 수 있다. 법적으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한청의 사망 원인은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개될 예정이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호랑이숲 2층 관람대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