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점박이물범 서식지에 방치된 '시멘트 폐기물'

2025-11-06     이지영 기자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점박이물범서식지에 건설폐기물이 방치되어 있던 사진. (사진 박정운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단장 제공)/뉴스펭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점박이물범 서식지에 건설 폐기물이 방치돼 해양오염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6일 현재 폐기물이 해변에서는 치워졌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쓰레기가 근처에 임시로 쌓여있고 구체적인 처리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인천녹색연합이 지난 3일 “점박이물범 서식지인 백령도 하늬해변에 건설 폐기물이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철거된 콘크리트 옹벽 폐기물이 해변에 쌓여있어 오염물질 해안 유입이 우려되고, 물범의 생태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주민 어업활동에도 영향을 준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시민단체(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과 함께 1일 직접 현장을 방문해 이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하루 지나 현장에 재방문했는데 일부 폐기물이 치워졌지만, 나머지는 여전히 해변에 방치돼 있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녹색연합은 공사가 적절한 오염 방지시설 없이 진행됐다며, 폐기물을 말끔히 처리하고 해양 생태계를 고려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문제가 된 지역에서는 해안호안 보강공사가 진행됐다. 국방시설본부 서울경기남부시설단이 발주한 사업이다. 호안 보강은 둑이나 방파제 등 연안을 보호하는 구조물을 재정비하는 작업이다. 이 사업은 백령도 진천리 하늬해변을 시작으로 사항포, 연화리 해안 3곳에서 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추진된다. 하늬해변에서는 기존 콘크리트 옹벽을 철거한 뒤 보강공사를 진행했다. 

백령도 하늬해변 물범인공쉼터에서 점박이물범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사진 인천녹색연합)/뉴스펭귄

천연기념물·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점박이물범 생태 영향은?

이 해변이 있는 백령도는 국가지질공원이자 국가생태관광지역이다. 천연기념물 331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점박이물범이 머무는 곳이다. 점박이물범은 백령도에 약 300여 마리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늦여름과 가을에는 동해와 남해 일부, 백령도 연안에서 활동한다. 울부터 초여름 사이까지 얼음이 있는 북쪽 수역으로 이동한다.

주민들은 공사가 백령도의 환경과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바닷물이 공사장까지 들어왔다가 빠지는 과정에서 폐기물이나 오염물질이 유입될 수 있고, 이 과정이 근처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물론이고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인 해양생물의 생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녹색연합 황해물범시민사업단 박정운 단장은 “현재 이곳에 약 70~80마리의 점박이물범이 남아있고, 주로 물 속에서 활동하지만 (공사현장 특성상) 오염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단장은 물범이 10월 말부터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이동 중이고 12월 초에는 대부분 떠나지만, 현재 이곳에 남은 물범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안을 따라 군사 방어용 시설인 콘크리트 돌기가 설치돼있어 물범들이 해변 위 폐기물 더미까지 쉽게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그는 덧붙였다. 

현지 주민도 우려를 표했다. 이곳 주민이자 백령도 점박이물범생태관광협의체 대표인 유신자씨는 “아직 북쪽으로 올라가지 않은 물범이 있는데, 바다가 이렇게 훼손되면 내년에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우려했다.

하늬해변은 인근 진촌리 주민의 어업 활동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우려가 큰 또 다른 이유다. 

유 대표는 “이곳은 겨울엔 굴과 조개, 여름엔 미역, 다시마를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라고 말했다. “폐기물의 영향이 당장 보이지 않더라도 생태환경에 장기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폐기물이 해안가에 쌓여있어 바닷물이 공사장까지 들어왔다가 빠지면 해양 오염이 생길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사진 박정운 단장 제공)/뉴스펭귄

공사 현재 중단 상태...폐기물 처리 계획 등은 '아직' 

현재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지난 3일 주민과 환경단체, 시공사와 웅진군청 환경위생과 관계가 등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현재 해변에 쌓여있던 시멘트 폐기물 상당수는 다른 곳으로 옮겨진 상태고 공사 재개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박 단장은 “하늬해변 끝까지 쌓여있던 시멘트 폐기물을 모두 해변 밖으로 옮겨 인근에 임시로 쌓아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변 곳곳에 남은 작은 시멘트 조각까지는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시공사와 군 당국에 환경영향평가와 폐기물 처리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박 단장과 유 대표에 따르면 처리되지 않은 시멘트 폐기물은 박혀있는 철골을 분해해 배에 실어 육지로 배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폐기물 처리 방안을 먼저 마련하고 그 이후 폐기물 배출과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주민과 환경단체에서는 “시공사와 지자체가 공사구간에 오염방지 시설을 설치하고 폐기물을 확실하게 처리하며 주민 모니터링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 대표는 만조 시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막는 차단펜스나 부유물질을 걸러낼 침사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쓰레기 처리는 사업주체인 군 당국과 시공사가 책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사업주체가 외부환경감시단을 구성해 현장을 상시 감시하고, 주민과 마을 관계자들의 모니터링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예정된 다른 공사 역시 폐기물 대책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박 단장은 “폐기물이 열흘 넘게 쌓여 해안생태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어 “다른 지역 공사에도 적절한 폐기물 대책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