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 NDC 50~60%...최종안 다음 주 확정"
범위형 목표 채택…'06 IPCC 기준 순배출량으로 산정 방식 변경
정부가 6일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로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 감축하는 두 가지 범위형 안을 제시했다. 기존 2030 NDC(40% 감축)보다 10~20%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중간 목표이자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2031~2049년 장기 감축경로 설정의 근거가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정부안을 공개했다.
하한선 50% vs 53%…상한선 60%
정부가 제시한 1안은 하한선 50%, 상한선 60% 감축, 2안은 하한선 53%, 상한선 60% 감축이다. 두 안 모두 기준연도인 2018년 온실가스 순배출량(742.3백만톤CO2eq) 대비 감축률이다.
1안의 하한선 50%는 현실적 실현가능성에 무게를 둔 목표 수준이다. 2안의 하한선 53%는 2018년 배출량을 2050년 ‘제로’까지 매년 일정하게 줄이는 '선형 감축' 경로를 따르는 경우다.
상한선 60%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술 혁신, 산업 구조의 전환을 전제로 한 도전적 목표 수준으로 설정됐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시민사회는 전 지구적인 책임과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며 최소 61% 이상, 의욕적으로는 65%까지 감축해야 한다고 했지만, 산업계는 48% 감축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다"며 "그 결과 단일한 목표치가 아닌 범위 형태로 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 산정 방식 변경…'총-순'에서 '순-순'으로
이번 2035 NDC부터는 온실가스 산정 방식도 변경된다. 2030 NDC는 1996년 IPCC 지침을 적용해 기준연도는 총배출량, 목표연도는 순배출량으로 산정하는 '총-순 목표 체계'였다.
반면 2035 NDC는 2006년 IPCC 지침을 적용해 기준연도와 목표연도 모두 순배출량으로 산정하는 '순-순 목표 체계'로 전환된다. 이는 국제 통계 체계 변경에 따른 것으로, 보다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이 가능해진다.
부문별 감축 목표 배출량
정부가 제시한 부문별 2035년 목표 배출량(△50% 기준)은 다음과 같다.
전력 부문은 2018년 283.0백만톤에서 2024년 218.3백만톤, 2035년 88.3백만톤으로 68.8% 감축한다. 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 완화와 인허가 신속화, 공공부문 RE100 추진, 재생에너지 보급제도(RPS) 개편, 영농형 태양광 특별법 제정, 육·해상풍력 인프라 확충, 탄뎀 태양전지 기술개발 및 상용화, 차세대 전력망 구축(에너지고속도로), 유연성 확대 및 경부하 대응 등을 추진한다.
산업 부문은 2018년 276.3백만톤에서 2035년 209.1백만톤으로 24.3% 감축한다. 저탄소제품 생산 인센티브와 다배출기업 탄소 감축설비 지원, 탄소중립산업법 제정, 기후테크 전략 수립 등을 통해 원·연료 탈탄소화와 공정 전기화를 추진한다.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실증, 석유화학업계의 전기INCC 기술개발, 부생가스 고부가전환, 시멘트업계의 혼합시멘트 KS개정과 저온소성 공정로 실증, 정유업계의 차세대 바이오연료 기술개발 등이 포함됐다.
건물 부문은 2018년 52.1백만톤에서 2035년 31.2백만톤(1안) 또는 24.2백만톤(2안)으로 40.1~53.6% 감축한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의무화 및 민간 지원 확대,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 등급 강화(공공 3등급), 히트펌프 보급 로드맵 수립 및 전용 전기요금제 신설, 소형 히트펌프 고효율설비 인증기준 마련, 공공기관(일정규모 이상) 히트펌프 설치 의무화 시행 등을 추진한다.
수송 부문은 2018년 98.8백만톤에서 2035년 48.9백만톤(1안) 또는 39.3백만톤(2안)으로 50.5~60.2% 감축한다. 모빌리티 전동화 로드맵 수립, 전기·수소차 보조금·금융지원 체계 개편, 저공해·무공해차 보급 목표 개편, K패스·BRT 등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 수소 등 친환경 철도 및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확대 등을 추진한다.
농축수산 부문은 2018년 23.1백만톤에서 2035년 27.4백만톤으로 18.6% 증가한다. 이는 가축분뇨 고체연료 활성화 방안 마련과 재생에너지 공동이용시설 지원 확대 등을 통해 관리하되, 농축산업의 특성상 감축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폐기물 부문은 2018년 19.4백만톤에서 2035년 9.6백만톤(1안) 또는 9.2백만톤(2안)으로 52.6% 감축한다. 탈플라스틱 국가 로드맵 수립, 재생원료 사용의무와 배터리 재생원료 생산인증제, 신규 흡수원 확충을 위한 규제개선·부지확보, 목조건축 활성화 등을 추진한다.
흡수원 및 제거는 2018년 0에서 2035년 -36.5백만톤(1안) 또는 -38.3백만톤(2안)으로 확대된다. 이 중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가 -8.5~-11.2백만톤, 국제감축이 -29.4~-29.8백만톤을 담당한다.
K-GX 전략으로 성장동력 전환
정부는 2035 NDC를 단순한 감축 목표가 아닌 경제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K-GX(Green Transformation)' 전략을 함께 발표했다.
K-GX는 산업·경제 구조의 탈탄소 성장지향형 전환을 의미한다. 정부는 전력 부문의 탄뎀셀 상용화와 풍력대학기술 확보, 산업 부문의 GX 산업 재편과 탄소중립 혁신기술, 수송 부문의 배터리 산업 육성과 무탄소 모빌리티 완성, 건물 부문의 열에너지 전환과 제로에너지 건축, 기타 부문의 탄소흡수 생활인프라와 탄소 흡수 강화 등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목적지향형 GX 재정 혁신, 성장지향형 GX 세제 개편, 혁신성장을 위한 GX 신시장 창출, GX 산업 생태계 조성, AX-GX 시너지 창출 등 5대 추진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11월 중 최종안 확정…12월 유엔에 공식 제출
정부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이달 중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다. 확정된 2035 NDC는 12월 중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공식 제출될 예정이다.
김성환 장관은 이달 10~21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후반부에 참석해 한국의 2035 NDC를 국제사회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2035 NDC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2031~2049년 감축경로 부재를 헌법불합치로 판단함에 따라 2026년 2월까지 수립해야 하는 장기 감축경로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범위형 목표 설정 놓고 엇갈린 평가
이날 공청회에서는 정부안에 대해 비판적 반응이 거셌다.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는 "범위형 목표는 사실상 하한선만 지키면 되는 문제"라며 "명확한 이행 전략 없이 목표만 제시하면 그 부담이 미래세대에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계는 "현실적 실현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