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생물 1782종 사는 '도심형' 국립공원...뭐가 다를까?

20년 대장정 끝에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확정 산악형 국립공원과 다른 국내 최초 ‘도심형 국립공원’

2025-11-05     곽은영 기자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부산 금정산.(사진 부산시)/뉴스펭귄

최근 멸종위기종 14종을 포함해 야생생물 1782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산 금정산이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최종 지정됐다. 이번 금정산국립공원 지정은 국내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국립공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데서 주목받는다.

또한 1987년 소백산국립공원 이후 37년 만에 보호지역이 아닌 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 2013년 무등산, 2016년 태백산, 2023년 팔공산은 기존 보호지역인 도립공원이 국립공원으로 승격된 사례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0~2021년 진행한 타당성조사에 따르면, 금정산은 비보호지역임에도 자연생태와 역사문화, 경관적 측면에서 모두 국립공원 지정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국립공원은 한국을 대표할 만한 지역의 자연생태계와 자연·문화 경관 보전을 전제로 기후부장관이 지정·관리하는 보호지역이다. 멸종 동물 복원사업, 서식지 복원사업 등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역할,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역할, 생태계서비스를 위한 역할 등을 담당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제도는 1967년 3월 ‘공원법’ 제정으로 도입됐으며, 같은 해 12월 제1호 지리산국립공원이 지정된 이래 현재까지 23개의 국립공원이 지정돼 있다.

금정산 일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4종 포함, 총 1782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부산시)/뉴스펭귄

국내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 탄생

부산시는 지난달 31일 진행된 ‘제144차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계획 결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금정산은 강원 태백산에서 부산 낙동강 하구로 이어지며 자연과 시민의 삶이 공존하는 대표적 도심 생태공간이다. 금정산국립공원의 총면적은 66.859㎢로 이 중 약 78%가 부산 6개 자치구에, 약 22%가 경남 양산시에 걸쳐 있다. 금정산과 함께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백양산까지 포함된다.

2020~2021년 진행된 타당성 조사 결과 금정산 일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4종 포함, 총 1782종의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당 평균 23종이 살아 기존 국립공원을 기준으로 보면 14위 수준이다. 산지습지 13개소가 분포하고 있어 좁은 면적에 비해 다양한 생물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종 14종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가는동자꽃, 수달, 매를 비롯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자주땅귀개, 삵, 벌매, 붉은해오라기, 붉은배새매, 솔개, 새매, 흰목물떼새, 팔색조, 구렁이, 고리도롱뇽 등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향후 금정산 멸종위기종 복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금정산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 (사진 부산시)/뉴스펭귄
금정산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자주땅귀개. (사진 부산시)/뉴스펭귄

옥창민 부산시 공원도시과 낙동강미래기획단장은 “국립공원공단의 자연환경조사를 통해 멸종위기종 서식처 복원 및 관리 계획이 다시 한번 수립될 예정이다. 그동안 전문성 부족으로 진행되지 못한 멸종위기종에 대한 관리와 복원 방안이 향후 조사를 통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금정산은 자연경관 71개소와 문화자원 127점이 분포하는 등 국립공원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문화자원 수는 전국 23개 국립공원 중 1위 수준, 탐방객수는 연간 312만 명으로 전국 국립공원 대비 5위 수준에 이른다.

옥 단장은 “기존 국립공원들이 도시 외곽이나 경계부에 위치하던 것과 달리 금정산은 시 한 가운데 위치해 도시에 둘러싸인 도심형이다. 따라서 기존에 탐방객들이 이용하던 길을 더 편하게 오를 수 있게 하면서도 생태계 훼손 예방을 위해 필요한 부분은 정리할 예정이다. 여타 국립공원과 달리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무분별한 탐방으로 길을 헤치거나 생태적 훼손이 없도록 정부와 논의해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이달 안에 지정고시 후속 절차를 진행하고 내년 3월경 국립공원으로 정식 개장할 계획이다. 전국 첫 도심형 국립공원인 만큼 이해관계가 부딪치지 않도록 시민과 정부, 시 등 관계 기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공원관리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도심 속 녹색 허파...생태계 보전 전환 과제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논의는 지난 2005년 시민사회에서 처음 제기해 시작됐다. 그러나 높은 사유지 비율과 복잡한 이해관계 등 난제로 수년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11월 범어사와 금정산국립공원추진본부, 부산시 등이 ‘금정산국립공원 지정 동의 및 상생발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범어사를 비롯한 종교계 협력과 이해관계자 협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주민설명회와 공청회 등 진행됐다.

부산시는 ‘대한민국 최초의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평가되는 금정산 일대의 문화유산 복원과 역사 경관 정비로 지역의 역사성과 정체성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은 “금정산을 통해 부산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도시이자 지속 가능한 녹색도시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시는 관계 기관들과 긴밀히 협력해 탐방로 정비, 문화유산 복원, 생태계 보전, 주민지원사업 등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