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복지 위해 멸종위기종 중성화 수술”...꼭 필요했나?

국제멸종위기종 2급 ‘붉은꼬리보아뱀’ 중성화 수술 적정 개체수 조절 vs 보전생물학적으로 어불성설

2025-11-04     곽은영 기자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지난달 2일 수컷 붉은꼬리보아뱀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사진 우치동물원)/뉴스펭귄

최근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CITES 2급 붉은꼬리보아뱀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국립생태원에서 이관된 종으로 동물원 측에서는 “동물복지 향상과 적정 개체수 관리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종 번식 가능성 유지가 중요한 종에 대한 중성화 수술이 꼭 필요했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복지와 보전생물학 차원에서 국제멸종위기종의 신체를 변화시켜 번식 가능성을 없애는 것이 과연 아무 문제 없는 것일까? 관련 기관들은 과밀 사육이 어려운 보전 시설의 한계와 관리 현실을 이유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마취사고 위험 큰 뱀 중성화 수술

광주 우치공원관리사무소는 우치동물원 진료팀이 수컷 붉은꼬리보아뱀 ‘태원’의 중성화 수술에 성공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이는 해당 종에 대한 국내 최초의 중성화 수술로 세계적으로는 1979년 이후 46년 만에 공식 보고된 희귀한 사례다.

우치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수술 과정은 쉽지 않았다. 뱀의 신체 구조상 고환이 복강 안에 있어 개복수술을 해야 하는데 위치 진단이 어려워 고난도 수술 분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횡격막이 없는 뱀은 마취사고 위험이 커 이 과정에는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진료 수의사 2명이 참여, 전문 장비를 활용해 수술을 진행했다. 우치동물원 진료팀은 정밀 검사를 거쳐 수술을 진행했으며 이번 수술 사례를 국제학술지에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태원’은 지난달 2일 수술을 받고 약 2주간 입원 치료를 마친 뒤 20일 기존 암컷 1개체와 합사해 파충류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해당 개체는 불법 밀수돼 국립생태원에서 보호하다 지난 4월 우치동물원으로 이관됐다. 격리장에서 넓은 방사장으로 옮겨졌지만, 기존에 있던 암컷 개체와 합사하기 위해서는 중성화 수술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동물원 측의 설명이다.

성창민 우치공원관리사무소장은 “동물원에서의 수술은 단순 치료를 넘어 동물복지, 학술적 발전, 생명 존중의 가치를 담고 있다”며 “이번 성과를 계기로 동물복지를 위한 전문의료 체계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국제멸종위기종 중성화, 굳이 필요했나?”

우치동물원에서 이번 중성화 수술을 두고 ‘동물복지’와 ‘생명 존중 가치’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일각에서는 국제멸종위기종인 붉은꼬리보아뱀의 생식 능력을 없애는 의료적 처치가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은 “국제멸종위기종에 대한 중성화 수술이라니 절대 안 된다”며 “보전생물학적으로나 동물권을 생각해볼 때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해당 동물원에서 실제 뱀이 짝짓기해서 새끼를 몇 번 낳았는지, 그로 인해 밀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기록이 있다면 살펴봐야 한다. 보통 새끼를 낳더라도 자연 상태에서는 생존율이 10% 미만인데 원내 생존율과 사망률이 어떻게 되는지 수치도 없는 상태에서 중성화 수술로 번식 잠재력을 줄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체수 증가로 포화상태가 걱정됐다면, 국립생태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나 CITES 와 같은 해외 기관 등에 종 복원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해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수술을 진행한 우치동물원과 국립생태원 측에서는 ‘공간’과 ‘예산’이라는 현실 문제를 들었다. 해당 개체가 불법 밀수돼 국립생태원에서 보호받던 종으로 방사가 어렵고 시설 내에서 보호하려면 개체수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물원에는 기존 암컷 1개체만 있어 해당 종이 번식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지난달 2일 수컷 붉은꼬리보아뱀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사진 우치동물원)/뉴스펭귄

결국 공간과 예산 문제

일반적으로 중성화 수술의 가장 큰 목적은 불필요한 번식을 막아 유기 동물 발생을 줄이는 것에 있다. 종 개체수 조절과 함께 질병 예방, 수명 연장 등 건강과 행동·복지 측면도 있다. 

중성화 수술에 대해 동물의 생식 본능을 억제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부 학계와 동물복지단체에서는 방치로 인한 굶주림, 질병, 유기 등을 감안하면 최소 개입으로 고통을 줄이는 조치로 간주하기도 한다. 즉, 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종 보존과 유지를 위한 사회적·의학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다만, 멸종위기종이나 야생동물에 대해서는 개체 보전이 우선이라 중성화는 매우 제한적이거나 유전자 관리·개체 균형 유지 등 연구 목적으로만 시행된다. 

우치동물원 측은 멸종위기종이라 하더라도 불법으로 사육되다 압수된 종은 갈 곳이 많지 않고 ‘태원’은 국립생태원에서도 공간적 한계로 이관된 개체인 만큼 적정 개체수 유지가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우치동물원 정하진 진료팀장은 “시설에서 번식 시 과밀 사육이 되지 않게 적정 개체수 관리가 필요하다. 붉은꼬리보아뱀은 번식하면 최대 50마리까지 태어날 수 있는데 무분별한 번식은 동물복지 차원에서 좋지 않다. 우리 동물원은 여러 마리를 키우는 게 중요한 게 아닌, 한 마리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팀장은 “우치동물원은 멸종위기종 가운데 유기되거나 불법 밀수된 개체를 구조해 보호하는 거점동물원이다. 전국적으로 청주와 광주에 두 곳이 있으며 우리가 그중 하나다. 중성화 수술을 시행한 또 다른 이유는 더 많은 동물을 데려와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더 많은 동물 보호하기 위한 선택”

우치동물원과 태원의 중성화 수술을 함께 진행한 국립생태원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립생태원에는 현재 ‘동물보호부’로 이름을 바꾼 CITES동물 보호시설이 있다. CITES는 1975년 발효된 국제협약으로 종 보전을 목표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를 규제한다. 협약에 따라 밀수·밀반입되거나 개인 사육 후 유기된 국제적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이 시설에서 관리된다. 

국립생태원 동물보호부 관계자는 “국립생태원은 밀수·밀거래·유기로 갈 곳을 잃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보호시설로도 역할을 하기에 공간적 한계가 있고, 보호시설에 들어오는 동물의 번식 제한을 할 수밖에 없다. 보호소에서 번식 시 다른 멸종위기종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해외 기관 등과 종 복원 차원에서 정보 공유를 하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관련 기관이 많지 않고 예산 추가 등 현실적인 벽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해외동물원 가운데 종 복원이 목적인 곳에 보내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공간, 사육사, 먹이 등 동물 한 마리에 대한 예산이 추가돼야 하다 보니 무조건 받아주는 기관이 생각보다 없고, 매년 수요 조사를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원숭이 한 마리를 기존 서식처로 반환하려면 2000만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된다. 막대한 예산이 수반된다는 뜻이다. 학계에서는 밀수·유기·불법 사육으로 도입된 동물이 자연으로 돌아가 적응할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자연으로의 반환이 더 좋은 방향인지 의문이 있는 상황이란 의미다. 

이 관계자는 “광주 우치공원은 보호시설 요건을 갖춘 곳으로 향후 동물 종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를 위해 번식 제한을 논의할 수밖에 없었다. 붉은꼬리보아뱀의 경우 특이하게 난태생을 해 몸 안에서 알을 깨고 새끼가 나오는데, 그 수가 평균 30~40마리로 사육장 안에서 다 키울 수가 없다. 40마리가 태어난다면, 사육장 20개를 더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공간적·재정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같은 종인 암컷과 격리하면 공간적 한계를 더 빨리 겪을 수밖에 없기에 더 많이 보호하기 위해서 한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붉은꼬리보아뱀과 같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현재도 계속 유기 또는 밀수 등으로 입수되고 있어 향후 전시나 보전과 관련된 활동에 추가 개체가 필요할 경우 국립생태원이 운영하는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동물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 협업을 통해서 확보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