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오르면 9.6% 감소"...기후위기가 바꾼 성수기 관광 지도
기후위기에 따른 날씨 변화가 관광산업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봄 여행 성수기는 앞당겨졌고 겨울 성수기는 줄었으며 6월에는 기온이 1도 오르면 자연 관광지 방문객이 10% 가까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휴양 관광지는 10월 기준 기온 상승 시 13.5% 방문객이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가을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관광공사(이하 공사)가 최근 7년간 이루어진 기후변화가 관광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지난 10월 29일 발표했다. 이번 분석은 기후변화가 관광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하여 이를 관광정책 설계 시 반영하고 지속가능한 관광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기획했다.
공사는 기후 데이터와 이동통신 기반 관광데이터를 결합해 관광지 유형별 방문객 수 변화를 2018~2021년과 2022~2024년으로 나눠 분석했다. 자연, 휴양, 역사, 문화, 레포츠 등 관광지 유형을 구분하고, 기온이 1도 상승할 때 나타나는 방문객 수 변화추이를 살펴봤다.
그 결과 자연 관광지는 기온 변화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2022~2024년 6월 기준, 기온 1도 상승을 가정할 때 방문객 9.6%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초여름 무더위가 방문을 억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조건으로 휴양 관광지는 10월 기준 13.5%가 늘어 상위권에 올랐다. 공사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가을을 즐기려는 수요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문화·기타 관광지는 기온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으로 확인했다.
전통적 성수기의 이동도 포착됐다. 과거에는 5월이 대표적 봄성수기로 인식됐으나 최근에는 3~4월이 새로운 성수기로 부상했다. 지역별 편차가 존재하지만, 전국 벚꽃 개화 시기가 2018년 대비 2024년에 평균 3일가량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은 자연, 휴양 관광지 수요 증가의 중심이 8월로 이동하면서 한여름 집중 현상이 강화됐다.
이런 가운데 가을은 유일하게 기온 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지속되는 계절로 확인됐다. 10월부터 11월까지 모든 관광지 유형에서 안정적인 성수기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겨울 성수기는 사라지는 추세다. 스키장 개장 시기가 늦춰지고 적설량 부족으로 운영 시즌이 단축되면서 겨울은 기온 상승 시 대부분의 관광지에서 방문객이 감소했다.
실제 여행객들도 날씨 변수에 따른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한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소비자 윤모씨(41)는 “예전에는 국내여행 계획을 짤 때 여름 장마만 피하면 괜찮았는데 요즘은 날씨가 널뛰고 기상 패턴도 달라져 여행 스케줄을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까지는 스키장을 자주 다녔는데 최근에는 겨울 레포츠를 즐기는 시간이 줄었고 벚꽃놀이 같은 전통적인 여행도 눈 깜짝할 새 지나가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관광공사는 달라진 성수기 계절 지도에 따라 새로운 관광정책 등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은 공사 관광컨설팅팀장은 “2018년 이후 국내 평균기온이 1.7도 상승하면서 관광 성수기의 계절 지도가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기후위기(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관광산업의 구조와 전략을 바꾸는 핵심 변수인만큼 이번 분석이 관광정책 수립과 관광상품 기획 등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