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펭귄, 알고 보니 세 갈래로 갈라진 운명?

[펭귄뉴스] 뉴질랜드의 보물, 호이호 펭귄에게 숨겨진 비밀

2025-11-01     우다영 기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펭귄들의 생태와 삶을 매주 전합니다. 귀엽고 익숙한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진짜 펭귄 이야기, 뉴스펭귄만 들려드릴 수 있는 소식을 차곡차곡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노란 눈, 다소 시끄러운 울음 소리에 '크게 우는 새'라는 이름이 붙은 펭귄이 있다. 뉴질랜드 남섬 해안과 인근 섬에만 서식하는 호이호(Hoiho, Megadyptes antipodes)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펭귄으로 꼽힌다. 호이호는 마오리어로 '크게 우는 새'를 의미하는 이름이다. 이들에겐 출생의 비밀이 숨어 있다.

(사진 University of Otago, Janelle Wierenga)/뉴스펭귄

호이호 펭귄은 특유의 울음과 황금빛 눈동자, 얼굴 주변 노란 띠를 두른 것 같은 털이 특징이다. 현재 추정 개체수는 3000마리 안팎에 불과하며, 인간 활동과 기후위기로 번식지 감소, 먹이 고갈, 질병 확산이 겹치면서 멸종위기에 놓였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멸종 위험이 높은 멸종위기(EN) 등급이다. 

최근 이 펭귄이 한 종이 아닌 세 갈래의 독립된 혈통으로 갈라져 있었다는 유전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오타고대학교 및 국제 공동연구진은 뉴질랜드 본토와 아남극 엔더비섬, 캠벨섬에서 채집한 펭귄 249마리 전체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역별로 교류가 거의 없는 세 집단이 수천 년 전부터 따로 진화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는 20일 생명과학 오픈저널 바이오아카이브(bioRxiv) 에 게재됐다.

호이호 펭귄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펭귄으로, 뉴질랜드 마오리족에게 '보물(taonga)'로 불린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새끼들이 '호흡곤란증후군(RDS)'에 집단 감염돼 폐출혈과 호흡 곤란으로 폐사하면서 개체 수는 급감했다. 현재 뉴질랜드 본토에는 150쌍이 채 남아있지 않다.

연구진은 북부(본토)와 남부(아남극섬) 개체 유전체를 비교해, 면역체계와 호흡기능 관련 유전자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쪽 집단은 병원체에 더 강한 내성을 보였고, 북쪽 집단은 질병에 취약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다.

유전자 차이는 단지 병 때문만은 아니었다. 본토 개체군은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로 고립된 뒤 먹이 구성과 바닷물 염분, 온도 등에 맞춰 별도로 적응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세 집단을 각각 '무리히쿠(Murihiku, 북부)', '모투마하(Motu Maha, 엔더비섬)', '모투이후푸쿠(Motu Ihupuku, 캠벨섬)' 등 세 아종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를 이끈 제마 지오게건(Gemma Geoghegan) 교수는 "각 아종은 고유한 진화적 유산을 지니고 있으며, 지금 조치하지 않으면 일부 아종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본토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남쪽 섬 개체를 옮겨 유전자를 섞는 방식은 오히려 혼혈로 인한 적응력 약화를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대신 각 아종의 서식 환경과 유전적 특성에 맞춘 맞춤형 보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질랜드 보존부(Department of Conservation)와 마오리 공동체 응아이타후(Ngāi Tahu) 역시 이번 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아종별 관리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