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적 재활용' 통계서 빼려는 정부... "재활용 추가 대책 세워야"
정부가 국가 재활용률 통계에서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로 쓰는 '열적 재활용' 제외를 검토한다. 국제 기준에 맞춰 재활용 개념을 정리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통계 변경만으로는 실제 폐기물 처리 방식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시멘트·제지 공장 등에서 화석연료 대신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열적 재활용'을 총재활용률 산정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30년까지 완료하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폐기물관리법에서 재활용 정의에 '열적 재활용'을 포함해왔다. 반면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은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회수하더라도 이를 '재활용'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열적 재활용이 제외되면 2023년 기준 국내 생활 폐기물 총재활용률은 58.7%에서 46.2%로, 폐플라스틱은 47.3%에서 36.8%로 낮아진다.
“열적 재활용 통계 제외가 매립·소각 직행 의미는 아니야”
재활용률 통계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열적 재활용이 제외되면 해당 폐기물이 매립이나 소각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도권 매립지·소각장 포화 상황에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우라고 일축했다. 최주섭 자원순환정책연구원장은 "재활용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서 매립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물질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를 연료로 이용하고 있는 건데,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연료를 그대로 땅에 묻을 필요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도 열적 재활용이 단순 소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단순 소각할 경우 소각처분부담금을 내야 한다”며 “에너지 회수 비율에 따라 부담금이 일부분 감면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소각처분부담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에너지 회수율을 높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질 재활용률 상승 위해선 선별 시설 개선·대책 마련 병행해야”
그렇다면 현재 열적 재활용되는 10% 가량의 폐기물이 물질 재활용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통계를 바꾼다고 물질 재활용이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주섭 원장은 열적 재활용을 물질 재활용으로 전환하려면 비용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질 재활용이 되려면 폐기물이 깨끗해야 하고 선별이 정밀해야 한다"며 "선별을 고도화하면 가능할 수 있지만 수치가 그대로 옮겨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열적 재활용되는 폐기물은 잔재물이라서 일일히 거르려면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수열 소장은 별도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검토계획이 단순한 통계 조정인지 아니면 폐기물 관리법 제2조 ‘재활용의 정의’를 개정하겠다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만약 ‘재활용의 정의’에서 열적 재활용이 빠진다면 소각·매립과 마찬가지로 처분부담금을 적용받을 소지가 있게 된다. 물질 재활용으로 개선이 아닌, 폐기물을 활용해 에너지를 회수한다는 기여마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개념과 통계 조정 정도로 물질 재활용이 저절로 활성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회수로 활용되는 가연성 폐기물이 물질 재활용으로 전환될지 여부는 기후부의 후속조치에 달렸다"고 말했다.
열적 재활용 협약 한 달 만에 통계 제외 검토, 정책 충돌인가?
기후부는 지난 달 폐원단을 시멘트 공장 연료로 쓰는 열적 재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난 지금, 열적 재활용을 재활용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책 충돌이 아닌 개념 정리로 봤다. 홍수열 소장은 에너지 회수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폐기물을 태워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라며 "폐기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자체가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 기준에 맞춰 우선순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폐기물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방안은 물질 자원과 에너지, 두 방안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이 둘을 구분한다”며 “물질 재활용이 에너지 회수보다 상위 개념이자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이 둘을 ‘재활용’으로 함께 묶어놨기 때문에 혼선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검토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22일 기후부에 연락했으나 담당자 부재로 연결되지 않았다. 관련 내용은 추후 취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