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부 홈페이지만 3주 넘게 먹통..."국민 알권리 제한 우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발생 후 3주 이상 시간이 흐른 가운데 22일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홈페이지가 정부 부처 19곳 가운데 유일하게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NDC 관련 국민 토론과 4대강 재자연화, 에너지 정책 포함 부처 확대 등 환경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보 먹통' 사태가 이어져 국민 알권리가 침해되고 정책 투명성이 저하되는 모양새다.
지난 9월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 여파로 정부 전산망 곳곳에서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 홈페이지 접속은 22일 오전까지도 막혀있다. 사이트 오류가 4주차째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다른 부처가 임시 누리집으로 대체하거나 홈페이지 일부 서비스 제한 안내를 고지한 상태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기후부는 "접속이 당분간 원활하지 않다"는 안내 공지만 띄웠다. 시민과 언론 등의 정보 접근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특히 지난 14일 예정돼 있던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종합 공개토론회'가 잠정 연기된 이후 별도 공지가 없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 홈페이지마저 닫혀 있어 국민 알권리와 정책 투명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뉴스펭귄> 취재를 종합하면 22일 오전 11시경 기준 중앙부처 19곳 중 기후부 홈페이지만 접속이 불가했다. 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국가보훈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 등 7곳 홈페이지는 정상 접속이 가능했으며, 기획재정부는 안정화로 인한 불편이 있을 수 있다는 공지를 띄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교육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는 임시 누리집으로 대체해 일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고, 농림축산식품부·보건복지부·성평등가족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는 '일부 서비스 이용 제한' 공지로 상황을 안내했다. 모두 공지사항, 보도자료 등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하는 정보를 열람하는 데 장애는 없었다.
반면 기후부는 전화 문의 외에는 기존 홈페이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현재로서는 다른 부처 대비 정보 접근성이 가장 낮은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환경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부와 행안부 등 주요 부처 홈페이지가 속속 복구되는 가운데 유독 기후부 홈페이지만 열리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홈페이지 접속오류가 3주째 이어지는 건 유례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선 연결도 매끄럽지 않다. 기자가 22일 오전, 홈페이지 복구 시점과 지연 이유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기후부 민원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담당자와의 통화는 어려웠다. 민원실에서 처음 연결해 준 관계자는 자신이 직원 전용 홈페이지 담당자이며 국민 대상 홈페이지 전담팀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게 전담팀 연락처를 요구했으나 그는 "(연락처가) 없다"고 말했다.
다시 민원실에 또 다른 부서 관계자와 통화했으나 이 관계자는 "홈페이지 복구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담당자는 현재 휴가 중이며, 다음 주 월요일에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답변이 가능한 담당자가 누구냐고 묻자 "지금은 답변 가능한 다른 담당자가 없고, 자리를 비운 담당자가 가장 잘 안다"고 말했다.
"대국민 공개 토론회인데 국민만 토론회 일정 몰라"
기후부 홈페이지 장애는 '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종합토론회' 일정과 맞물리면서 정보 접근성 문제를 더 키웠다. 토론회는 지난 9월 23일부터 전력, 수송, 산업, 건물, 농·축산·흡수원·순환경제 등 5개 부문별 토론회를 모두 마친 상태다. 이달 14일 종합토론회를 앞뒀으나, 토론회 일정이 잠정 연기된 뒤 별도 공지가 없는 상태다.
현재 이 토론회 의견 창구인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안) 대국민 공개 논의' 홈페이지(opinion.2050cnc.go.kr)에서만 "2035 NDC 종합토론 (미정)"이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이 참여하는 '대국민 공개' 토론회를 여는데 정작 국민들은 일정이나 장소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플랜1.5 권경락 정책활동가는 "기후부 홈페이지만 안 열린다. 종합토론회도 미뤄졌는데, 예정된 일정은 출입기자들에만 사전 공지됐다"며 "가장 중요한 토론을 앞둔 가운데, 국민이 참여하는 대국민 공개 토론회 일정과 장소를 국민은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 사고로 700여 개 정부 전산망이 영향받았으며, 22일 오전 9시 기준 425개 시스템만 복구돼 복구율은 59.9% 수준에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