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불량?...관상용 열대어 구피가 청계천에 사는 이유
“유기견 유기묘 문제처럼 ‘유기어’이슈도 관심 필요”
서울 도심 청계천에서 관상용 열대어가 종종 목격된다. 요즘 달라진 날씨 탓에 동해에 열대 어류가 늘고 있지만 이건 다른 사례다. 시민이 관상용으로 기르다 무단 방류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날씨가 아닌 사람이 수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직접 위협하는 사례여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열대어는 이제 낯설지 않다. 지난 2023년, 국립생물자원관에서 기후위기와 관련한 의미 있는 보도자료를 하나 내놓았다. 2021년부터 2년여간 울릉도 연안 어류 종다양성을 조사했더니 수중 조사에서 관찰된 131종 중 열대 및 아열대성 어류가 절반 이상(58.5%)이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자원관은 “기후변화가 동해 연안의 어류 분포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연구조사를 추진했다”고 밝혔는데 조사 결과 열대·아열대성 어류가 주로 관찰됐다. 당시 연구진은 “해수 온도 상승에 따라 열대·아열대성 어류의 분포가 동해 연안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독도와 동해 중부 연안 해역까지 조사 지역을 확대하여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열대 생물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이유는 달라진 날씨 탓이다. 그런데 최근 서울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청계천에서도 열대어가 목격됐다. 따듯한 바닷물 타고 동해로 흘러온 열대 어종이 한강을 거슬러 청계천까지 왔을까? 그랬다면 신기하면서도 심각한 뉴스겠지만 이 사례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관상용으로 기르는 열대어를 청계천에 무단 방류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유튜브 TV생물도감 등을 통해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시민이 기르다 무단 방류한 것으로 추정”
당시 발견된 어종은 열대어 구피다. 구피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종으로 번식이 쉬워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번식력이 매우 강해 개체수가 빨리 늘어나고 사육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빠르게 늘어난 개체수를 감당하지 못해 사육자가 골머리를 앓는 경우도 많다.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구피를 분양 보내고 싶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열대어가 살지 않는 국내 일부 하천 등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시민이 청계천에도 방류한 것으로 추정된다. 쉽게 말해 '유기어'라는 의미다.
어류 전문가도 무단 방류일 것으로 판단했다. 홍양기 국립중앙과학관 박사는 <뉴스펭귄>과의 통화에서 “서울시설공단과 국립중앙과학관이 청계천에서 생태조사를 실시했는데 하류 구간에서 열대어가 발견됐다. 시민이 관상용으로 기르다 무단 방류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홍양기 박사에 따르면 당시 조사에서 구피 7마리가 발견됐고 청계천 하류 부근에서 주로 목격됐다. 홍 박사 역시 구피가 유명하고 인기 많은 종인데다 키우기 쉬워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함부로 유기될 가능성 역시 높다고 진단했다.
구피는 종 특성상 청계천에서 겨울을 나기 힘들다. 열대어종으로 높은 수온을 좋아하고 25~26℃ 정도가 적당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겨울 청계천은 날씨가 춥고 수온이 낮기 때문이다.
청계천 수생태계를 위협하는 리스크는 또 있다. 시민들의 인위적인 먹이주기다. 홍 박사는 “관광객 중 일부가 먹이를 주면서 어류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들을 뿌리기도 한다”며 “수생태계 관리를 위해 이런 행동들은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청계천을 방문했다는 한 관광객도 “과자나 빵 부스러기를 던져주는 사람을 봤는데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함부로 어류 방류하거나 먹이 주면 안 돼"
복원 20주년을 맞은 청계천은 수질환경 등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다. 이를 유지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꾸준한 관리와 모니터링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이완옥 박사는 이달 초 청계천 관련 <뉴스펭귄> 취재에서 “쉬리가 여러 차례 조사에서 관찰됐고 개체수도 과거보다 늘었으므로 청계천이 쉬리가 살 만한 장소로 바뀐 건 맞는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살 수 있는 공간이고 건강하게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당시 이 박사는 청계천의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고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진단한 바 있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유기하거나 유해조류로 분류된 비둘기에게 함부로 먹이를 주면 안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하천에도 어류를 함부로 방류하거나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생태 환경과 맞지 않게 인위적으로 방류된 생물은 생태에 적응하기 어렵고 그 곳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양기 박사는 "유기견이나 유기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인데 유기어 문제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분야 문제제기를 꾸준히 이어가는 전문가도 최근 생겨나는 추세"라며 “현재 청계천 수질과 생태계가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는데 그곳과 맞지 않는 어류를 함부로 방류하는 행동 등은 반드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