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남극의 봄, 펭귄은 뭘 할까?

[펭귄뉴스] 바쁘고 바쁜 펭귄사회, 남극의 10월은 봄

2025-10-04     우다영 기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펭귄들의 생태와 삶을 매주 전합니다. 귀엽고 익숙한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진짜 펭귄 이야기, 뉴스펭귄만 들려드릴 수 있는 소식을 차곡차곡 전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 Pixabay)/뉴스펭귄

10월, 남극은 봄이다. 봄이면 펭귄들은 종마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계절을 맞이한다. 짧은 여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종의 번식 전략에 따라 달라지고, 이는 각 서식지가 가진 환경과 직결된다. 얼음으로 덮인 남극 대륙 해안에서부터 아남극 섬, 그리고 따뜻한 아프리카 해안까지, 펭귄들은 같은 달에도 서로 다른 시간표를 따라 움직인다.

황제펭귄은 10월이면 이미 육추기에 한창이다. 이들은 남극 겨울 한가운데 번식을 시작하는 유일한 펭귄이다. 수컷이 2개월 가까이 알을 품은 끝에 8~9월 무렵 새끼가 부화하면, 부모는 다시 번갈아 바다로 나가 먹이를 구해온다. 갓 태어난 새끼는 추위에 취약해 여전히 부모 발 위에서 보호받으며 자란다. 남극 전문 안내서 Antarcticaguide는 황제펭귄의 생활사를 "겨울에 시작해 봄에 새끼를 키우는 독특한 주기"로 소개한다.

아델리펭귄은 상황이 정반대다. 겨울 동안 바다에서 지내던 이들은 10월부터 해안 번식지로 돌아온다. 이 시기 아델리펭귄들은 짝짓기 경쟁과 함께 번식지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자갈을 차지하려고 분주하다. 둥지 재료인 자갈은 암수가 서로를 유혹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호주 남극청(Australian Antarctic Division)에 따르면 아델리펭귄은 10월부터 2월 사이에 번식하며 둥지를 쌓고 새끼를 기른다. 일각에서는 10월은 아델리펭귄이 번식지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기라고도 한다.

아남극 섬에 사는 킹펭귄은 긴 번식 주기 덕분에 10월 번식지가 가장 복잡한 풍경을 보여준다. 킹펭귄의 번식 주기는 13~16개월에 달해 다른 종처럼 일 년 주기로 정리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무리 안에서도 어떤 개체는 알을 품고 있고, 어떤 개체는 갓 태어난 새끼를 돌보며, 또 어떤 개체는 새 짝을 찾아 구애를 시작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킹펭귄 번식지는 한눈에 보기에도 다양한 삶의 장면이 공존하는 독특한 모습이 된다.

젠투펭귄과 마카로니펭귄도 10월부터 번식 활동에 들어간다. 젠투펭귄은 해안에 돌아와 돌을 옮기며 둥지를 지어 산란 준비에 들어가고, 마카로니펭귄은 10월 말부터 번식이 본격화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마카로니펭귄은 10월 말쯤 번식지에서 집단으로 둥지를 짓고 산란에 들어간다.

반면, 아프리카펭귄이나 훔볼트펭귄처럼 온대·아열대 지역에 사는 종은 10월에도 특별한 계절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연중 번식이 가능해 어느 시기에도 산란과 육추, 털갈이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아프리카펭귄 번식 시기는 보통 3~5월 절정에 달하지만, 연중 이어지는 확장된 번식기다. 온화한 기후 덕분에 한정된 시기에 몰리지 않고 다양한 번식 단계가 이어지는 것이다.

같은 10월이라도 황제는 새끼를 돌보고, 아델리는 둥지를 만들며, 킹은 혼재된 번식 단계를 이어간다. 젠투와 마카로니는 이제 막 산란에 들어서고, 아프리카와 훔볼트는 1년 내내 번식을 이어간다. 남극의 혹독한 얼음 위에서부터 온대의 해안까지, 펭귄 사회는 각자 다른 리듬으로 살아간다. 남극에 봄이 스며드는 이 시기, 펭귄들이 그려내는 다채로운 시간표는 종의 생존 전략과 환경 적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