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특별시? 성남, 탄천 물길 막고 카약 띄운 황당 행사

2025-10-02     우다영 기자

성남시가 지난해와 올해 연거푸 탄천 카약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를 두고 "물길 흐름을 막아 생태계를 훼손하고 안전 위협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거듭 제기됐지만 시는 "문제없이 준비했다"는 입장이다. 'ESG 특별시'를 내세운 지자체의 홍보 방향과는 정반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동보 운영 중인 탄천. (사진 성남환경운동연합 제공)/뉴스펭귄
가동보 밑에서 발견된 어류. 성남환경운동연합은 1일 논평에서 "가동보로 흐름이 정체돼 수질이 악화되고 악취가 발생했으며, 물고기 폐사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사진 성남환경운동연합 제공)/뉴스펭귄

성남시는 지난 9월 19일 열린 성남페스티벌에서 27일부터 28일 이틀간 야탑교와 하탑교 구간에 카약체험을 운영했다. 이곳은 원래 수심이 얕아 카약이 어려운 곳이다. 시는 가동보를 가동해 물길을 조정하고 수위를 높였다.

성남환경운동연합은 1일 논평에서 "가동보로 흐름이 정체돼 수질이 악화되고 악취가 발생했으며, 물고기 폐사도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하류 바닥이 드러나 물고기를 바가지로 퍼 옮기는 촌극이 벌어졌는데 올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며 "체험을 위해 생태계를 훼손시킨다"고 비판했다.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는 행사를 앞둔 9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카약 체험은 탄천을 전시성 행사 공간으로 소비한 것에 불과하다"며 "탄천은 멸종위기종 수달, 흰목물떼새, 해오라기 등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중요한 서식지인데, 이를 막아버린 것은 공존을 내세운 축제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탄천은 성남 시민의 생활환경과 직결된 도심 하천이면서 수달과 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십 종의 물속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 보고로 알려져 있다. 인위적으로 물길을 가로막아 행사를 치르는 것이 적절한가를 두고 논란이 커지는 배경이다.

탄천 카약 체험은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시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수상 레저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였지만, 가동보를 가동하는 과정에서 하류 바닥이 드러나고 물고기를 바가지로 옮기는 장면이 공개되며 비판이 거셌다. 시는 올해 재추진하면서 이를 보완했다는 설명이지만, 같은 방식이 반복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이 행사는 주관기관인 성남문화재단 차원이 아니라 신상진 시장실 지시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정책적 선택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정식 성남시의원, "환경철학 부재한 성남시"

의회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다. 성남시의회 조정식 의원은 "하천에는 물고기뿐 아니라 곤충과 식물까지 함께 살아가는데 단편적으로만 보는 발상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성남시가 브라질 상파울루까지 가서 생물다양성 정책을 자랑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탄천을 막아버렸다"며 "환경철학이 부재한 해외토픽감 행사"라고 직격했다.

조 의원은 또 "분당 율동공원 호수에서는 어린이날마다 해병전우회가 보트 체험을 운영해 왔는데, 이미 저수지가 있는 공간을 활용할 수 있음에도 굳이 탄천을 택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탄천 카약체험 현장. (사진 성남시)/뉴스펭귄

성남시 "환경단체 주장 동의할 수 없어"

성남시는 이러한 주장과 비판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물고기 폐사는 확인된 바 없다"며 "가동보를 가동하는 동안에도 한쪽은 열어 물길이 유지되도록 했고, 수중펌프 4대를 설치해 물이 계속 흘러가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치어 보호 대책과 안전요원 배치 등 지난해 지적을 반영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성남시가 최근 내세운 시정 기조와도 맞물려 더 거세다. 성남시 신상진 시장은 지난 9월 30일 제52주년 시민의 날에 'ESG 특별시 성남'을 선포하며, 환경·사회·거버넌스(ESG) 가치를 행정 전반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Net-Zero), 사회·안전 분야의 3-Zero(사고·고독사·청소년 폭력 제로) 목표를 제시했고, 탄천 정화 사업과 유해식물 제거, 자원순환가게 운영 같은 과제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도 이클레이(ICLEI) 세계총회에서 시민 참여 기반 생물다양성 보전 정책을 발표하며 국제무대에서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ESG와 생물다양성을 내세운 시정이 현장에서 행사 운영 방식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대체 공간 활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율동공원 호수처럼 이미 수심이 확보된 공간이 있음에도 탄천을 택한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은 탄천을 단순히 체험 공간으로 소비하기보다 본래의 생태적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생태적으로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보완책을 제시한 의견도 있다.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이완옥 박사는 "시민 체험 자체는 의미가 있지만,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사전·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물고기나 수달 같은 생물도 함께 배려해야 한다"며 "수질이 좋은 구간이라면 카약 대신 물놀이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