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투명성·속도감 더 높여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문을 열었다. 기후 문제를 총괄할 '공룡 부처'의 탄생이라는 평가다. 첫 장관은 최근 여러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환경 관련 인사들은 "중요 정책의 투명성과 속도감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늘(1일)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공식 출범했다. 기존 환경부에 산업부 에너지 정책이 통합됐고 최초로 중앙 부처 이름에 '기후'가 들어갔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최근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공개토론, 기후대응댐 절반 취소, 한중일 환경장관회의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김 장관의 행보에 대해 "소통 방식이 확실히 달라졌다"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도 석탄·석유·가스 등 핵심 배출원이 부처에 포함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고, 쌓인 의제를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과제로 꼽았다.
NDC 공개토론..."시민사회 요구 반영, 소통 폭 넓혀"
김 장관 최근 행보 중 가장 주목받는 건 2035 NDC 공개토론이다. 김 장관은 지난 달 19일 국회에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국민 공개 논의' 첫 번째 총괄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는 2018년 배출량 대비 '40%대 중후반' '53%' '61%' '67%' 감축하는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40% 중후반은 산업계 요구 수준, 53%는 기계적 선형 감축, 61%는 IPCC 권고 수준, 67%는 시민사회 제안 수준이다.
정부는 다음 달 10일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전에 2035 NDC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력·산업·수송·건물 부문 토론이 진행됐고, 농축산 부문 토론은 내일(2일) 이뤄질 예정이다. 14일 종합 토론으로 공론화를 마무리한다.
환경 관련 단체에서는 시민사회 의견을 반영하는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2035 NDC와 관련해서 그동안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감축 목표가 대국민 논의에 반영됐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기존 정부 관례대로 부처 협의 후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숫자를 정한 뒤 한 차례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끝나는 방식이 아니라, 연속 토론회를 통해서 시민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고자 하는 모습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도 "NDC 공개토론 좌장을 맡으며 소통하려고 하는 행보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이전처럼 장관이라서 축사만 하고 가는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경청하고, 관련 업무 담당 공무원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의 모습은 다른 부 장관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보 공개는 아쉬워...하지만 소통 폭은 확실히 넓어져"
다만 투명성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권 활동가는 "대국민 논의 과정에서 투명한 정보 제공 측면에서 일정 부분 아쉬운 점이 있다"며 "향후 논의 과정에서 이러한 부분이 개선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도 "간담회에서 어느 내용이 나왔는지 시민들한테 정리된 형태로 전달이 안 되는 부분은 여전히 아쉽다"며 "논의되는 내용이 공유돼서 빠르게 처리해야 할 의제에 대한 우선순위가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부분 관련해서 장관이 관련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한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전 정부와 비교하면 소통 방식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권 활동가는 "이전 정부 대비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 소통의 폭을 넓혀나간다는 점은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10월 말까지 제대로 된 NDC 만들어야"
환경단체들은 김 장관의 행보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급하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권 활동가는 "10월 말까지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내용과 취지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2035 NDC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내년 2월까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31년부터 2049년까지 감축 목표를 파리협정에 따른 1.5도 경로에 부합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배출권거래제와 자동차 배출 기준 개정도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권 활동가는 "현재 진행 중인 배출권거래제 제4차 할당계획과 관련해서, 기업들의 온실가스 감축 기술과 사업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총량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을 관철해야 한다"며 "수송 부문에서는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기준'을 개정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무공해차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정책적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평가가 이어졌다. 권 활동가는 "무엇보다 장관이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확대(78→100기가와트) 계획을 밝히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모든 운송수단의 전기화라는 기조 하에 무공해차 보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석탄·석유·가스 빠진 건 아쉬워...의제 처리 속도도"
긍정적 평가와 함께 아쉬움도 나왔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효율적인 접근, 그리고 주요 의제의 늦은 처리다.
권 활동가는 "이번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과 석유, 가스가 포함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원은 "아직 취임 100일도 되지 않았지만, 의제가 많이 쌓여있다 보니 중요한 의제들이 먼저 처리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권 활동가는 "환경부가 담당하는 기후 정책과 산업부가 담당했던 에너지가 통합되면서 정부 최초로 중앙 부처 이름에 '기후'가 들어가게 된 점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시민들이 부처 개편을 통해서 갈수록 심해지는 기후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체감이 되는 정책이 추진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