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리' 산다는 20주년 청계천...생태계 정말 건강?

2025-10-02     이한 기자

복원 20주년을 맞은 청계천에서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쉬리’가 거듭 발견됐다. 예전에 비해 개체수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물이 그만큼 깨끗해졌다는 근거다. 전문가들은 수질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또 다른 생태 리스크를 꼼꼼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5월 국립중앙과학관과 서울시설공단이 청계천의 어류상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한 생태 조사에서 민물고기 '쉬리'가 발견됐다. (사진 국립중앙과학관, 본지DB)/뉴스펭귄

올해 10월은 청계천 복원 20주년이다. 지난 2002년 청계고가를 철거하고 물길을 살려 2005년 청계천 복원을 완료한 후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후 청계천은 누적 방문객 3억 3천만명을 기록하는 등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서울시는 현재 청계천의 환경이 매우 훌륭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지난 달 보도자료를 통해 “청계천은 2022년 기준으로 어·조류, 식물 등 생물 666종이 서식하고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어종 쉬리가 발견되는 등 놀라운 수준으로 환경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정성국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청계천 복원의 성공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대표적인 도심·환경 생태계 복원사례”라고 밝혔다. 

청계천에서 쉬리가 발견돼 화제가 된 것은 지난 5월이다. 당시 서울시설공단은 “청계천에서 2급수 이상의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하는 민물고기 쉬리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공단과 MOU를 맺고 조사를 진행한 국립중앙과학관도 보도자료를 내고 “깨끗하고 건강한 하천 여울에서만 서식하는 쉬리를 청계천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당시 쉬리는 청계광장과 모전교 인근부터 중랑천과 만나는 합수부까지 어류 조사를 진행한 여섯 개 지점 중 두 번째 지점인 관수교 근처에서 4~5마리가 포착됐다.

쉬리는 수질에 민감한 한국 고유종으로, 하천 생태계의 건강함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꼽힌다. 당시 서울시는 "청계천이 친환경 도시 하천으로 성공적으로 복원되고 그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밝혔다.

쉬리는 지난 2019년과 2022년에 진행한 청계천 어류 모니터링에서도 관찰됐다. 당시에는 성체 한 마리가 포착됐는데 올해 4~5마리가 발견됐다. 

한국고유종 쉬리, 청계천에서 잘 살고 있을까? 

이곳 쉬리를 두고 일각에서는 '한강이나 중랑천에서 자연적으로 흘러 온 개체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투입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한다. 한강지류 하천에서 청계천까지 넘어오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을 둘러싼 물이 전반적으로 모두 깨끗해 한강 등에서 쉬리가 넘어와야 생태적으로 의미가 있고, 인위적으로 투입한 개체라면 환경적인 의미가 적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하지만 어류 전문가들은 이런 시선에 대해 '어디에서 왔는지보다 지금 청계천 생태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현재 건강하고 앞으로 지속가능한지 여부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이완옥 박사는 2일 "과거에는 없던 곳에 20여 종의 어류가 살고 있는데, 자연생태 하천이 아닌 도시공원 하천임을 고려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인간의 손을 거쳐 유입됐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중요한 건 현재 청계천에서 그들이 잘 살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완옥 박사는 "쉬리가 여러 차례 조사에서 관찰됐고 개체수도 늘었으므로 청계천이 쉬리가 살 만한 장소로 바뀐 건 맞는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살 수 있는 공간이고 건강하게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태전문가도 지난 1일 “한강지류 하천에서 청계천까지 넘어오는 과정이 쉽지는 않은 만큼, 인위적으로 누군가 풀어놓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시선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량으로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무에서 유를 만든 장소라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쉬리가 다른 곳에서 청계천으로 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홍양기 박사는 지난 6월 <뉴스펭귄>에 “2016년 이전에는 확실히 한강, 중랑천에서 청계천으로 민물고기가 올라오기 어려웠는데, 보를 허물면서 지금은 상시적으로 올라올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청계천에서 발견된 쉬리. (사진 국립중앙과학관, 본지DB)/뉴스펭귄

"문제는 쉬리가 아니라 잉어...지속 모니터링 필요" 

쉬리가 산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조금 더 넓은 시선에서 청계천 생태를 관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완옥 박사는 지금 청계천을 둘러싸고 관심 가져야 할 포인트가 앞으로의 관리 여부라면서 청계천이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는 잉어 또는 붕어라고 진단했다. 

그는 "초창기 잉어와 붕어를 많이 방류했는데, 대부분의 하천에서는 낚시인들이 있지만 청계천은 그런 사례가 없어 지난 20년 동안 잉어들이 매우 많이 또 크게 자랐다"며 "특정 품종 개체수가 많이 늘어나면 나머지 개체에게는 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는데 지금 청계천에 그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봄철 산란기에 잉어가 많은 치어를 먹으니까 종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물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여러 번의 조사에서 쉬리가 관찰됐고 작은 개체부터 큰 개체까지 다양하게 나왔고 현재 청계천 수질이 나빠질만한 요건도 없는 만큼 현상을 잘 유지하되, 앞으로 최소 3~5년 동안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태를 유지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일부 개체수의 적절한 제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청계천이 자연 생태하천이 아니고 도심 공원하천인만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잉어를 적절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도심 공원으로 본다면) 하천에 절대로 손대지 말자는 취지로 바라보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도심 한복판 하천에서 생태계 유지되는 점은 큰 의미" 

다른 전문가들도 청계천이 쉬리가 살 수 있는 생태적 공간이 되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홍양기 박사는 지난 6월 <뉴스펭귄> 취재 당시 "6년 전 청계천 조사 기록에서도 쉬리가 나온 기록이 있다"며, "6년이 지난 현재에도 쉬리가 계속해서 청계천 여울에서 관찰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청계천 여울이 건강하게 잘 유지가 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원 공사가 완료된 20년 전과 비교해 어류 종수가 많이 늘어났고, 각종 치어들도 안정적으로 확인이 되는 만큼, 도심 한복판 하천에서 자연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완옥 박사도 "한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조사에서 쉬리가 관찰되고 있는 만큼 청계천이 안정화되면서 쉬리가 살만 한 공간으로 바뀐 것은 맞다"며, "쉬리가 정말 정착해 잘 살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앞으로 성체가 아닌 새끼들이 관찰되는지를 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생태 전문가도 “어디서 왔는지 정확하게 규명할 수는 없으나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곳이므로 과거보다 개선됐다는 의미는 있으니 그 부분을 앞으로 더 잘 지키고 치어들의 생태를 잘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 5월 "청계천 복원 전인 2003년에는 수질환경에 대한 내성이 강한 종 위주로 서식이 확인됐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전반적으로 수질이 양호하고 각기 다른 미소서식처에 살아가는 다양한 어종을 확인했다"며 “생물다양성이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쉬리는 한국고유종으로 바닥에 자갈이 많이 깔려있는 맑은 하천의 중상류 여울부에 주로 산다. 한강과 금강 등에 분포하며 몸길이는 10~15cm정도다.

* <뉴스펭귄>은 청계천 생태계 유지를 위해 시민들이 무엇을 실천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을 담은 후속기사를 추후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