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km 넘은 기적의 사랑? 기후위기로 태어난 희귀 새

2025-10-01     이한 기자

야구선수 류현진이 과거 토론토 블루제이스 시절 입었던 유니폼 속 마스코트 새와 또 다른 종 암컷 사이에서 희귀한 혼혈 조류가 태어났다. 2000km 떨어진 거리 사이의 종이 자연적으로 만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달라진 날씨에 분포도가 변하면서 사례로 추정된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외곽의 한 교외 지역에서 희규조류가 발견됐다. 왼쪽은 블루제이 오른쪽은 그린제이. (사진 cns.utexas.edu 홈페이지 캡쳐. @Brian Stokes, Travis Maher/Cornell Lab of Ornithology/Macaulay Library, Dan O’Brien/Cornell Lab of Ornithology/Macaulay Library)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는 지난 9월 18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외곽에서 희귀한 교잡조(hybrid bird)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새는 블루제이(Blue Jay) 수컷과 그린제이(Green Jay) 암컷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개체다. 블루제이(파랑어치)는 MLB야구단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마스코트로도 유명하다. 이 구단은 야구선수 류현진이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뛴 팀이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자연과학대학 공식 홈페이지(cns.utexas.edu)에 따르면 두 종은 진화적으로 약 700만 년 동안 분리돼 있던 서로 다른 조류다. 이처럼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종이 자연적으로 교잡을 이룬 사례는 드물다.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기후변화(기후위기)로 인한 분포 변화에서 비롯된 첫 번째 사례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토론토와 텍사스 사이의 직선거리는 2000km가 넘으며 두 지역은 기후·생태 환경도 다르다.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생태·진화·행동학과 대학원생 브라이언 스톡스는 “두 종이 기후변화로 인해 각각 북쪽과 서쪽으로 서식지를 확장하면서 처음으로 만났고, 그 결과 교잡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교측에 따르면 과거에도 다양한 척추동물 교잡 사례가 있었지만, 대부분 인간의 직접적 영향(외래종 도입 등) 또는 한 종의 급격한 확산으로 인해 발생했다. 반면 이번 교잡은 두 종이 동시에 기후 변화에 반응해 서식지를 확장한 끝에 일어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1950년대만 해도 그린제이는 멕시코에서 텍사스 남부로 겨우 진입한 열대성 조류였으며, 블루제이는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서식하며 휴스턴 근방까지 분포하던 온대성 조류였다. 두 종은 서로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 각각 북쪽과 서쪽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현재는 샌안토니오 지역에서 분포가 겹치게 됐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시민 과학 앱 ‘eBird’를 통해 보고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 종의 분포를 분석했다. 이 분석을 통해 샌안토니오 일대에서 두 종이 실제로 같은 지역에 서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텍사스에서 2000년부터 2023년까지 eBird 앱을 통해 보고된 그린제이와 블루제이 분포현황. (사진 cns.utexas.edu 홈페이지 캡쳐. @Brian Stokes)

스톡스는 박사 과정 중 그린제이를 연구하면서 SNS 등에서 조류 관찰자들이 공유하는 사진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왔다. 그러던 중 샌안토니오 북동부 교외 지역에 사는 한 시민이 특이한 새의 사진을 올린 것을 발견했다. 사진 속 새는 겉보기엔 블루제이와 비슷했지만, 얼굴에는 더 넓은 검은색 무늬가 있었고 가슴은 흰색이었다. 스톡스는 해당 시민 집을 직접 방문해 이틀째 되는 날 포획에 성공했다.

그는 수십 마리의 새를 포획·채혈한 후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방식으로 연구를 이어갔으며, 마침내 이 의문의 새도 그물에 걸렸다. 그는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다리에 식별용 밴드를 부착한 뒤 새를 방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새가 몇 년간 자취를 감췄다가 2025년 6월 다시 그 시민의 뒷마당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왜 특정한 이 집을 다시 찾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분석 결과 이 새는 블루제이 아버지와 그린제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수컷 교잡종임이 확인됐다. 흥미롭게도 1970년대에도 같은 두 종을 인공적으로 교배시켜 탄생시킨 새가 있었으며, 이 표본은 현재 포트워스 과학역사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야생 개체는 그 박제 표본과 매우 유사한 외형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발견된 새에게 공식적인 이름이 붙지는 않았다. 다만 학교 측은 그롤라 베어(grolar bear, 북극곰+회색곰), 코이울프(coywolf, 코요테+늑대), 나를루가(narluga, 일각고래+벨루가) 등과 같이 대중적인 별명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