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탄소배출권' 확 줄인다...달라진 법 살펴보니
지금까지 거의 무상으로 제공되던 탄소배출권이 유료화된다. 배출권을 '유상 할당' 원칙으로 바꾸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법에 명시하며 할당대상업체 지정 취소 근거도 마련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다.
9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한도를 할당하고,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을 거래하게 하는 제도다. 배출권을 무료로 주는 '무상할당' 비율이 높으면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일 동기가 약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시행령을 법안으로 격상"
기후환경단체 플랜1.5 권경락 활동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시행령 수준이었던 것을 정식 법안으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설명하며 “긍정적 방향으로 개정됐다”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총 무상할당비율"이라는 개념을 법에 새로 정의했다.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 중 무상으로 할당하는 배출권의 비율을 말한다. 지금까지 시행령과 할당계획에서만 다뤄지던 개념이 법률로 격상됐다.
할당계획 수립 시 "계획기간별 총 무상할당비율"과 "이행연도별·부문·업종별 배출권 유상할당 목표비율"을 반드시 설정하도록 의무화했다.
권 활동가는 "지금까지 무상할당 비율을 정할 때 환경부의 재량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법적 근거가 더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개정안은 배출권 할당의 원칙도 바꿨다. 현행법이 "유상 또는 무상으로 할당"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을 "유상으로 함을 원칙으로" 하되 일정 비율 한도에서 무상 할당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권 활동가는 "무상할당을 받는 기업들도 향후 유상할당으로 전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진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상할당비율 낮추고 2050 탄소중립 목표 명시
환경부는 오늘(30일) 4차 계획기간(2026~2030년) 할당계획 정부안을 발표했다.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2026년 15%에서 2030년 50%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발전 외 부문은 15% 유상할당한다. 탄소누출업종과 특례업종은 100% 무상할당한다.
4차 계획기간 총 배출허용총량은 25억3729만톤으로, 연평균 5억746만톤이다. 이는 3차 계획기간 연평균 배출허용총량 6억970만톤보다 1억224만톤(16.8%) 감소한 수준이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는 배출권 전량을, 2차(2018~2020년)에는 97%를 무상으로 할당했다. 현재 진행 중인 3차 계획기간(2021~2025년)에는 69개 업종 중 41개 업종에 대해 90%를 무상으로 할당하고 있다.
할당대상업체 지정 취소도 가능
개정안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법에 담았다. 배출권거래제가 "국가비전 및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의 달성"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 것이다.
현행법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만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었다. 정부는 2020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했지만 배출권거래제 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개정안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저히 감소한 업체의 할당대상업체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대해 권 활동가는 "포스코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2022년 태풍으로 포항제철소가 100일 넘게 가동을 중단하면서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830만톤 줄었다. 감축 노력이 아닌 생산 중단으로 발생한 ‘잉여배출권’임에도 느슨한 규제 탓에 회수하지 못했다. 2021~2023년 전체 기업의 잉여배출권은 7451만톤(1조4082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회수는 4716만톤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