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목표 둘러싼 동상이몽...분야별 쟁점은?

2025-09-30     우다영 기자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환경단체 등에서는 60% 이상의 높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산업계 등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환경과 경제 사이에서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하는 숙제가 우리 사회앞에 놓였다.  

(사진 우다영 기자)/뉴스펭귄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기후위기 대응이 미래세대 기본권 보장을 위해 국가가 선제적으로 책임져야 할 영역임을 확인했고, 국제사회는 2035년까지 최소 61%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요구와 국내 법적 맥락을 안고 출발한 환경부 주최 공개토론에서 전력·수송·산업 세 부문은 각기 다른 쟁점을 드러냈다.

에너지 전환 "희생 담론에서 기회 담론으로"

23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 전력 부문 토론에서는 수요 전망과 전원믹스, 지자체 병목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부의 기존 검토가 실제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온실가스 감축은 희생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재규 숭실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2035년 발전량 경로(711TWh 안팎)가 전기화와 데이터센터 확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수요관리 성과를 고려해도 필요 발전량은 840TWh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감축 경로와 발전량 경로가 어긋나면 전체 NDC 설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희생이 아닌 기회라는 시각도 강조됐다. 송용현 넥스트그룹 부대표는 "석탄을 LNG로 대체하는 시나리오만으로도 7500만~1억 톤 감축이 가능하다"며 "연료비 절감분을 재생에너지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탄 발전에 드는 높은 연료비(연간 100조 원 수준)를 고려하면, 단순 비용 지출이 아니라 재생 전환을 위한 재원 확보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재생에너지 확산에는 ESS(에너지저장장치)와 계통 투자 같은 추가 비용이 뒤따른다"며 가격·계통·규제라는 세 가지 병목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남 에너지기술연구원 단장은 국내 태양광의 소규모 비중이 높아 건설 단가가 상승하는 구조를 설명하며, 지자체 차원의 부지 묶음 발주와 옥상 보급 허용 등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한국 태양광은 10kW 이하 개인 단위 발전소가 전체 8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 때문에 인허가와 공사비가 분산돼 단가가 높아지는 구조가 있다는 설명이다.

원동준 인하대학교 교수는 분산형 전력망 기술을 해외 진출 기회로 제시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비용 부담 아닌 신성장동력과 국제 경쟁력 강화로 연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산형 전력망은 중앙 대형 발전소가 아닌 지역별 소규모 전원이 연결된 체계로, 한국이 강점을 보이는 ICT 기술과 결합하면 수출산업화 할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됐다.

김성환 장관도 "국제적으로 단가 경쟁력은 이미 확인됐지만 한국에서도 더 낮추는 것이 과제"라며 태양광 확대를 위한 지자체 역할 강화와 해상풍력, ESS 확대를 주문했다.

수송 "전기차, 소비자 신뢰 회복 이끌어야"

24일 기아 광명 오토랜드에서 열린 수송 부문 토론은 보급률 확대보다 신뢰 회복과 산업 보완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차량 1.7대당 충전기 1기 수준이지만, 고장과 결제 불편이 잦다"며 "설치 예산을 늘리기보다 유지보수와 실시간 관리에 자원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병원 주차장 등에서 전기차 충전기 접근을 막는 사례는 소비자 불신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다만 자동차 산업은 30만 개 이상 일자리를 직간접적으로 지탱하는 만큼, 충전 인프라 개선만이 아니라 산업·고용 전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모든 차량을 전기·수소로 바꾸기는 어렵다"며 "내연기관 정비업 종사자 등 중소 고용을 보완할 전동화 기술 육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화석연료를 대체하면서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도 제시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막대한 화석연료 수입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전기차·수소로 대체하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이 크다"고 평가했다. 수송 부문은 ▲충전 인프라 질적 개선 ▲고용 보완 ▲경제적 기회라는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NDC 61%' 앞에서 주춤하는 산업계

26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산업 부문 토론에서는 시멘트, 철강, 화학 등 업계가 기술 지연과 투자 부담을 현실론으로 내놓은 가운데 시민사회는 선제적 목표를 요구했다. 김의철 한국시멘트협회 센터장은 내수 침체로 영업이익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며 "저탄소 혼합시멘트 상용화를 위한 KS(한국산업표준) 개정 지연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2035년까지 그린전력과 수소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수소환원제철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철강은 한국 온실가스 배출 약 15%를 차지하는 대표 산업이다. 탈탄소 기술을 적용하려면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망과 저렴한 수소 확보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김대웅 한국화학산업협회 실장은 "대규모 실증 과정에서 매칭펀드 부담과 글로벌 라이선스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화학업계는 기술 개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자금을 분담하는 매칭펀드 부담 완화, 해외 기술 도입에 필요한 지적재산권 협상 지원을 요청했다.

정리하면 시멘트 업계는 제도와 표준 개선, 철강 업계는 에너지원 가격 안정과 인프라, 화학 업계는 재정 부담 완화와 국제 협력이라는 과제를 내세웠다.

시민사회 "불명확한 감축목표가 오히려 투자 막아"

다만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최소 61% 감축목표 수립을 강조하는 시민사회는 "투자를 가로막는 건  불명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라며 산업계가 주장하는 현실 과제를 비판했다. 권경락 플랜1.5 정책활동가는 "배출권 가격을 산업계가 낮춰온 것이 현실인데, 이를 이유로 투자할 수 없다는 호소는 자가당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배출권거래제(K-ETS)는 2015년 출범 이후 무상할당 중심 낮은 가격으로 운영돼 기업에 투자 압박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24년 기준 톤당 평균 가격은 약 9200원 수준으로, 같은 해 유럽 ETS 가격(약 65유로)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감축 목표 상향이 발표돼도 시장 가격과 수요가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런 구조에서는 기업이 설비 투자를 결단할 동인이 약해진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기업도 가격 신호와 정책 방향을 보고, 투자 규모와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권 활동가는 "목표가 먼저 서야 투자도 빨라진다"며 "정책 패키지는 그다음 순서"라고 말했다. 2026년 본격 시행을 앞둔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도 직결돼, 국제 규범 대응에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맥락과 연결된다.

환경부도 같은 맥락 안에서 의지를 밝혔다. 안세창 기후탄소정책실장은 산업계 목소리를 이해하면서도 "목표를 세우고 나서 정책과 지원을 붙이는 것이 순서"라며 "1.5도 대응을 위해 산업계가 맡아야 할 몫은 분명하다. 경제단체와 별도 협의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최종 핵심은 각기 대립되는 쟁점 사이에서 정부가 2035 NDC에 어떤 로드맵을 내놓느냐다. 전력·수송·산업은 각기 다른 제약을 드러냈고, 시민사회는 목표를 선제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헌재 결정으로 목표 선제가 헌법적 원칙임이 확인된 상황에서, 정부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전기화·데이터센터 수요 증가 반영 ▲석탄 감축과 재생 확대 조합 ▲전기차 충전 품질 개선 ▲산업 표준·실증 지원 등을 2035년 목표 달성이라는 하나의 시간표로 엮어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