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원료 30% 의무화 선언...실행력 없인 ‘공염불’

[기후·환경 국정과제 점검 ②] 순환경제 생태계·쾌적한 환경 구현 분야

2025-09-29     곽은영 기자
환경부는 플라스틱 감량부터 생산·회수·재활용까지를 포괄하는 ‘국가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로드맵’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환경부가 새 정부의 기후·환경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과 ‘모두가 누리는 쾌적한 환경 구현’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책 목표의 방향성은 긍정적이지만 실행 과정에서 산업계 부담·제도 설계 한계·재생원료 수급 불확실성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순환경제, CE100 확산·재생원료 의무율 상향

환경부는 플라스틱 감량부터 생산·회수·재활용까지를 포괄하는 ‘국가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로드맵’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 이 로드맵에는 페트병 재생원료 사용 의무율을 2030년까지 30%로 상향, 제품 수리 용이성 평가 의무화, 포장재 재질·구조 개선, 일회용컵·완구류의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대상 추가 등 구체적 실행안이 포함된다.

특히 국제 기준에 맞춘 재생원료 사용 의무 강화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과제로 꼽힌다. 폐배터리와 태양광 폐패널, 폐의류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순환이용 체계도 본격 구축된다. 배터리 재생원료 인증제와 사용목표제가 도입되고, 리튬 등 핵심 원료 회수 기술도 고도화된다. 나아가 CE(순환경제)100 참여 촉진과 규제 샌드박스, 히트링크(폐기물 소각열 산업단지 공급) 사업 확산 등 산업계 지원책도 병행된다.

‘모두가 누리는 쾌적한 환경 구현’은 전국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13㎍/㎥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쾌적한 환경 국민 체감 목표는 ‘미세먼지·물·화학물질’

‘모두가 누리는 쾌적한 환경 구현’은 생활 속 안전을 직접 겨냥한다. 우선 전국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13㎍/㎥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사업장 대기배출 총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석탄화력 발전소는 2040년까지 폐쇄·전환한다. 수송 부문에서는 내연기관차 퇴출 전략과 노후차 조기 폐차 지원, 전 차종 전동화 모델 출시 유도가 병행된다.

물 관리에서도 낙동강 상·하류 취수원 다변화와 반도체 산업단지 대상 안정적 물 공급 계획이 포함됐다. 녹조 독소 기준을 2025년 신설하고 조류 경보 체계와 예측 지점을 확대해 여름철 녹조 피해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화학물질 안전관리도 대폭 강화된다. 발암성·생식독성 물질을 제한물질로 지정하고, 불법 유통 제품에 대한 온라인 감시, 사고 조기 감지 및 신속 구제 체계가 마련된다. 식중독 예방을 위한 AI 기반 예측 시스템과 어린이·노인·장애인 급식 지원 체계도 포함돼 먹거리 안전망 강화까지 아우른다.

환경부가 내놓은 과제들은 탄소중립·순환경제·국민 건강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담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와 에코디자인 제도화는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환경 규제 선제 대응’으로 평가된다.

물 관리에서는 낙동강 상·하류 취수원 다변화와 반도체 산업단지 대상 안정적 물 공급 계획이 포함됐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순환경제·쾌적한 환경 구현…‘실행력’이 관건

다만 현장의 이행 가능성과 산업계 부담을 줄일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재생원료 사용 비율 상향은 기술과 비용 문제가 얽혀 있어 중소기업이 소외되지 않도록 금융·기술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KPMG도 보고서에서 “재생원료 생산·유통 체계가 초기 단계여서 급격한 확대 정책은 현실적 걸림돌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미세먼지와 화학물질 관리 강화는 국민 체감 효과가 크지만 지방정부와 소규모 사업장의 역량을 높이는 지원책도 필수적이다. 환경부는 사업장 총량제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제도가 과다할당으로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환경부 과제가 선언적 목표에 머물지 않으려면 단계별 실행 로드맵과 시범사업, 재생원료 가격·공급망 안정화, 총량 규제 개편, 안전성 관리 강화, 지방·중소기업 역량 강화, 국제 협력 확대와 같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 강화, 탈플라스틱 로드맵, CE100 확산은 한국형 순환경제 전환을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미세먼지와 화학물질, 먹거리 안전 대책은 국민이 체감하는 환경 복지의 토대다. 다만 실행력 확보 없이는 선언적 목표에 그칠 위험이 커 산업계·지자체·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 설계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등을 포함한 기후·환경 분야 국정과제를 확정했다. 탈탄소 문명으로 전환해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취지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전략을 수립하고 탄소중립산업법을 제정해 국내 산업의 탄소 경쟁력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기후위기 분야 국정과제에 대해 환경단체와 에너지·생태 분야 전문가들이 내놓은 평가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