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악당의 민낯 ②] 철강 공룡 포스코, 최대 배출 기업의 민낯

국가 경제의 심장이자 기후위기의 주범, 포스코의 딜레마 녹색 슬로건 뒤에 가려진 막대한 탄소 배출의 현주소

2025-09-29     박치현 환경전문기자

뉴스펭귄은 한국 온실가스의 현주소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기후악당’의 얼굴들을 낱낱이 추적하는 연재 기획을 시작한다. 세계 10위 경제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후진적 기후정책으로 국제사회에서 ‘기후악당’의 오명을 뒤집어쓴 한국, 그 배경에는 누구의 책임이 자리하고 있는가. 본 기획은 한국 온실가스 배출의 구조적 모순을 해부하고,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의 민낯을 드러내며, 정부의 무책임과 무관심을 고발한다. 기후위기 시대,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진실을 기록한다. [편집자 주] 

사진은 2022년 당시 뉴스펭귄이 촬영한 포스코 제철소 (본지 DB)/뉴스펭귄

산업화의 불꽃, 기후위기의 불씨로

1960년대 후반, 한국은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다. 하지만 포항 해안에 세워진 용광로에서 피어오른 불길은 한 세대 만에 나라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포스코는 조선과 자동차, 건설 산업의 심장을 뛰게 하며 ‘한강의 기적’의 실질적 엔진이 됐다.

시간이 흘러 그 불길은 새로운 의미를 띠게 됐다. 한때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용광로는 이제 기후위기의 불씨로 불리고 있다. 포스코는 연간 7천만~8천만 톤의 온실가스를 내뿜는다. 단일 기업으로 세계 최대 수준으로, 국제사회의 감시망 한가운데에 서 있다. 국가 경제의 중추 포스코가 기후위기 시대에 '변곡점'을 맞은 것이다. 

포스코의 탄소 배출과 구조적 모순: 경제의 심장, 기후위기의 핵심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6억 9,158만 톤(환경부 잠정 집계)이다. 이 가운데 포스코가 7,106만 톤(포스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으로 10% 이상 차지한다. 국제 환경단체들이 포스코를 “글로벌 톱 배출 기업”이라 부르는 이유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 철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37억 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571억 톤)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포스코 홀로 세계 철강 전체의 2%를 담당한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비효율적인 공정과 에너지 구조

문제의 본질은 배출량의 규모를 넘어 구조에 있다. 포스코가 철강 1톤을 생산할 때 배출하는 탄소량은 2.03톤으로 세계 평균(1.89톤)을 넘어선다. 이는 생산량의 97%를 탄소 집약도가 매우 높은 전통방식의 ‘고로-전로 공정’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 공정은 철광석에서 철을 추출할 때 석탄(코크스)을 화학 반응제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한국 전력망의 '친환경 역부족'도 포스코 탄소 발자국 키우는데 한 몫 한다. 포스코가 공급받는 전력 대부분은 여전히 화석연료로 생산된다. 이로 인해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Scope 2)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 경제의 심장이자 수출의 버팀목인 포스코가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약한 고리’라는 역설이 여기서 드러난다.

사진은 지난 2020년, '기후위기 비상행동' 관계자들이 포스코 주주총회 대응 기자회견에서 석탄화력발전 건설 철회를 촉구하는 모습. (사진 환경운동연합, 본지 DB)/뉴스펭귄

수소환원제철: 현실과 동떨어진 미래 설계도

포스코는 2021년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만드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핵심 탈탄소 전략으로 내세웠다. 회사는 2050년까지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적인 난제가 가로막고 있다 .

그레이 수소의 덫

한국의 수소 생산량 90% 이상은 여전히 석탄·LNG에서 추출되는 ‘그레이 수소’다. 수소 1kg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10kg이 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용광로의 탄소 배출을 줄인다 해도, 수소 생산 과정에서 더 많은 배출이 발생하는 ‘탄소 전가’가 일어날 뿐이다.

재생에너지 부족이라는 근본적 한계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철강 부문에 필요한 그린 수소를 확보하려면 한국이 현재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최소 8배 이상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7.5%에 머물러 있다.

포스코의 화려한 미래 비전은 공장 안에서 여전히 석탄을 태우는 검은 연기 앞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그린워싱: 보고서 속 녹색, 현실 속 검은 연기

포스코는 "Green Tomorrow, With POSCO"와 같은 세련된 슬로건으로 매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며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내세운다. 그러나 실제와의 괴리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공정위의 제재

2025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포스코가 자사 제품을 친환경인 것처럼 광고한 그린워싱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 문제가 된 것은 ‘이노빌트’, ‘이 오토포스’, ‘그린어블’ 등 3개 브랜드였다. 공정위는 "이노빌트 인증 기준에서 친환경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아 친환경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국제 환경단체 카본 마켓 워치(Carbon Market Watch)는 2023년 보고서에서 포스코를 ‘아시아의 대표적 그린워싱 기업’으로 지목한 바 있다.

실속 없는 탄소중립 로드맵

포스코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감축 이행 계획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오히려 철강 수요 확대를 명분으로 광양에 고로 제철소 증설을 추진하는 등 감축보다 생산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사회의 고통과 정부의 무관심: 외면받는 주민 건강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 9기의 대형 용광로를 가동 중이다. 이들 시설에서 쏟아져 나오는 매연과 탄소는 인근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초미세먼지 위험

포항제철소 인근의 초미세먼지(PM₂.₅) 농도는 67.3~77.3㎍/㎥로 WHO 권고치를 최대 15배 초과하는 등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인근 지역 전체가 권고 기준의 6~10배에 달하는 오염에 노출돼 있다.

전문가들은 "제철소 인근 지역의 호흡기 질환자 발생률이 전국 평균을 웃돌고, 암 발병률도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이유로 포스코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가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비교에서 뒤처지는 정부 지원

독일은 철강 탈탄소를 위해 연 50억 유로 규모의 ‘산업 전환 펀드’를 조성했다. 일본은 2조 엔을 투입하는 ‘그린이노베이션펀드’를 통해 자국 철강사의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무관심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변화를 더디게 하고, 국제 경쟁력 약화를 자초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거세지는 국제적 압박: CBAM의 충격

2026년부터 유럽연합(EU)이 본격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는 포스코에 직접적인 재정적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 포스코가 유럽에 수출하는 철강제품은 연간 1,200만 톤 규모에 이르며, 추정에 따르면 매년 7억~10억 유로(약 1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

미국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저탄소 철강을 우선 조달 대상으로 지정하며 저탄소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탈탄소 전환을 지체한 대가가 이제는 구체적인 숫자로 포스코를 압박하고 있다.

공급망의 어두운 그림자: 메탄 배출의 덫

포스코의 탄소 배출 문제는 공장 내부를 넘어 원료 조달 과정인 공급망(Scope 3)으로까지 확장된다. 포스코가 주로 사용하는 호주산 점결탄 채굴 과정에서 연간 약 37만 5,000톤의 메탄이 배출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내는 물질이다. 이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약 1,100만 톤에 달하며, 포스코가 공시한 공급망 배출량에 이를 반영하면 실제 총 배출량은 8,000만 톤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덴마크나 핀란드 같은 국가 전체 배출량에 버금가는 규모다.

유럽연합은 2027년부터 석탄과 가스 공급망에서의 메탄 배출에 대해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포스코의 철강 생산 원료가 국제 무역 질서 속에서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른다는 의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배출이 결국 국제 사회의 강력한 규제망에 걸려드는 순간, 포스코의 부담은 배가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 시장의 냉정한 심판: 외면받는 기업 가치

국제 금융 시장은 포스코의 기후 리스크를 더 이상 외면하지 않는다. 2023년부터 2024년 사이, BNP파리바, 노르웨이 국부펀드 등 27개 글로벌 금융기관이 포스코를 투자 제외 명단에 올렸다 . 이들 절반 이상은 기후·환경 리스크를 그 이유로 꼽았다.

결과는 뚜렷했다. 포스코홀딩스의 시가총액은 1년 사이 무려 57% 급락했다. 전 세계 주요 철강사 중 가장 큰 폭락을 기록한 것이다 . 기후위기가 기업의 실질적 가치와 투자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구체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변곡점 맞은 포스코, 마지막 선택의 시간

“포스코는 한국 경제의 상징일까, 기후위기의 주범일까?” 늦었더라도 재생에너지 기반 인프라 확대, 공급망 탈탄소화, 고로 폐쇄 로드맵을 실행한다면, 철강의 불길은 미래를 벼려내는 불꽃으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탄소 배출의 책임을 외면한 채 ‘녹색 포장’으로 시간을 벌려 한다면, 국제사회는 포스코를 ‘기후 악당’으로 기록할 것이다.

탄소중립 시계의 초침은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선택을 더 미룬다면, 포스코의 거대한 용광로는 한국 경제의 자랑이 아닌 기후위기의 연료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